<삶의 한 단면>(a slice of life)을 보여 준다며 대사, 무대 배경, 소품 등을 될 수 있는 한 사실성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실주의자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허점을 지니고 있다고 마틴 에스린은 말하고 있다.
"우리의 삶을 원인과 결과(cause and effect)에 맞추어 극 플롯을 만들 때, 극은 더욱 실감나고 훌륭하다고 사실주의자들은 주장 하지만, 그럴수록 작품은 인위적이 된다. 우리의 삶은 생각만큼 원인에 따른 결과가 아닌, 단지 우연의 연속일 뿐이다."
그 말에 사족을 달면 다음과 같다.
예를 들어 사실주의 극에서 아버지가 죽어가면서 큰아들에게 유언을 하고, 타향에 있는 작은 아들이 돌아 올 때까지를 기다렸다가 나머지 이야기를 다 마치고 죽는, 그런 극은 겉으로 보기엔 매우 사실주의적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오히려 작위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그것만큼 비사실주의적인 것이 어디 있는가. 그래서 우리는 사실주의 문학에서 말하는 사실성에 반기를 들고. 그들의 언어를 오히려 불신하는 것이다. 인간이 극한 상황에 처하면 언어는 붕괴되고 신음 소리 등의 단음절어만을 내게될 뿐이다.
그래서 극중 인물의 언어보다는 그 행동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아니, 행동까지도 우리는 믿지 못하는 수가 있다. 작품 전체에 흐르는 무의미한 언어들과 동작 하나에 이르기까지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의미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보다 우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