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이야기(8)
에드워드 올비 작
실개천 번역
피터: 그래요, 맞아요, 아무렴요. 동물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내게 말해주시오. 오, 제발. 동물원에서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모르겠거든요.
제리: 이제 동물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내가 당신에게 말해 주리다. 그렇지만, 먼저, 내가 왜 동물원에 갔는지 그 이유를 당신에게 말해줘야 겠소. 나는 인간들이 동물들과 함께 공존하는 방법, 그리고 동물들이 서로 공존하는 방법, 그리고 인간들과 공존하는 방법에 관하여 좀더 알고자 동물원에 갔던 거요. 그건 공정한 테스트가 아니었던 것 같소, 철창으로 동물들이 서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그대부분 동물들이 서로 분리되어 있었고 항상 사람들도 동물들과 분리되어 있더란 말이요. 그렇지만 만약 그것이 동물원이라면 그게 그거더라구요.. (그가 피터의 팔을 쿡 찌른다.) 저리 가시오.
피터 (다정하게): 미안하오, 그렇지만 당신 자리 충분하지 않은가요? (그가 약간 비켜 앉는다.)
제리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음, 모든 동물들이 거기에 다 있습디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도 거기에 다 모여 있구요, 그리고 일요일이어서인지 모든 아이들도 다 와 있었구요. (그가 다시 피터를 쿡 찌른다.) 저리 가시오.
피터 (참을성 있게, 그리고 아직도 다정스럽게): 알았어요.
(그가 좀 더 옆으로 비켜 앉는다. 그러자 제리는 그가 필요한 공간을 모두 차지한다.)
제리: 그런데 더운 날이어서인지, 모든 악취가 그곳에 역시 다 있더라구요. 그리고 애드벌룬 장사치들, 아이스크림 파는 사람들, 그리고 바다표범들이 소란을 떨고, 새들이 모조리 울부짖고 있더라구요. (피터를 더 심하게 쿡 찌른다.) 비켜 앉아요!
피터 (화를 내기 시작하며): 여보시오, 당신은 필요 이상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단 말이요! (그렇지만 그가 더 비켜 앉는다, 그러자 그는 이제 거의 벤치 끝에 내몰려 있다.)
제리: 그런데 나는 거기에 가 있었던 겁니다. 그때가 사자에게 먹이를 주는 시간이었는데 사자 사육사는 사자 한 마리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서 사자 우리로 들어가더라구요. (피터의 팔을 더 세게 때린다.) 비켜 앉으시오!
피터 (매우 화가 나서): 나는 더 이상 비켜 앉을 데가 없소. 그리고 나를 그만 때리시오. 당신 왜 이러는 거요?
제리: 내 이야기 듣고 싶소? (피터의 팔을 다시 때린다.)
피터 (어리벙벙하여): 모르겠군요! 그렇지만 팔을 두들겨 맞고 싶지 않다는 것은 분명 하오.
제리 (피터의 팔을 다시 때린다.): 이렇게?
피터: 그만 하시오. 도대체 왜 이러는 거요?
제리: 나 미쳤다, 이 악당아.
피터: 이건 장난이 아니오.
제리: 내 말 들어, 피터. 나는 이 벤치를 원한다구. 당신은 저 건너편 벤치로 가시오, 그리고 당신이 좋다면 내가 그 이야기 나머지를 들려주리다.
피터 (당황해서): 그렇지만...무엇 때문에? 도대체 왜 이러는 거요? 게다가, 내가 왜 이 벤치를 포기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구려. 나는 날씨 좋으면, 거의 매주 일요일 오후에 이 벤치에 앉아 있곤 했소. 여긴 조용한 장소인데다, 앉을 사람이 없으니, 이 벤치는 내가 독차지해 온 거요
제리 (부드럽게): 이 벤치에서 꺼져요, 피터. 나는 이 벤치를 원해.
피터 (거의 울먹이며) 안돼.
제리: 내가 이 벤치를 원한다고 당신에게 말했소. 이제 내가 갖고 싶으니 당신은 저리 가시오.
피터: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소. 당신도 그걸 알 거요. 그게 하나의 법칙이요. 사람들이 자기가 원하는 것 중 몇 가지는 가질 수 있지만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는 거지요.
제리: (웃는다) 저능아! 당신은 머리 회전이 늦어요!
피터: 그만 하시오!
제리: 당신은 채소같은 보잘 것 없는 인간! 땅바닥으로 가서 누워나 있으시오.
피터 (격렬하게): 이제 당신이 내 말 들으시오. 나는 오후 내내 당신 하는 짓을 참아와 왔소.
제리: 진짜 그런 건 아니지.
피터: 참을 만큼 참았소. 오랫동안 참았단 말이요. 당신이... 음 당신이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당신 이야기를 들어 줬던 것이요.
제리: 경제적으로는 잘 하고 살더군. 그렇지만 오, 당신에 대한...정의를 내리고자 하는 말은 , 제기랄, 당신은 나를 지겹게 만든 거요... 여기에서 사라져서 그 벤치를 내게 내 놓으란 말이요.
피터: 내 벤치요!
제리 (피터를 완전히는 아니지만 거의 벤치 밖으로 몰아 낸다.) 내 눈에서 사라져요.
피터 (자리를 다시 얻어 앉아): 빌어먹을. 참을 만큼 참았소. 인내도 한계가 있다니까요. 나는 당신에게 이 벤치를 포기하지 않을 거요. 당신은 이 벤치를 갖기 못할 거요. 그 말 알겠어요? 그러니 이제 당신이 꺼지시오.
(제리가 코방귀만 끼면서 움직이지 않는다.)
꺼지라고 내가 말했소.
(제리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여기서 꺼져요. 만약 당신이 가지 않으면... 당신은 멍텅구리이고...그게 당신이고... 당신이 가지 않으면 경찰을 이리 불러서 당신을 데려 가게 만들 거요.
(제리가 웃으며 그대로 머물러 있다.)
경고하겠는데, 경찰을 부르겠소.
제리 (부드럽게): 이 근방에는 경찰이 없을 거요. 그들은 나무 밑이나 숲 밖으로 요정들 (창녀들을 가리킴)을 찾아서 공원 서쪽으로 모두 가 버렸을 테니. 그게 그들이 하는 짓이니 말이요. 그게 그들의 기능이라 할까. 그러니 고개를 뽑아들고 소리쳐 봐요. 당신에게 아무 도움 안될 테니.
피터: 경찰! 경고하겠는데 당신은 체포하라고 하겠어요. 경찰! (사이) 경찰 부르겠다고 내가 말했소! (사이) 내가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는군.
제리: 우스꽝스럽게 보이는군. 다 큰 사람이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사람도 없는데 공원에서 화창한 일요일 오후에 경찰을 불러대고 있으니...경찰이 자기 할당을 채우고 이 길을 따라 터벅터벅 걸어오면 그는 아마 당신을 바보로 알고 잡아 갈 것이요.
피터 (환멸과 무력감으로): 오 하느님, 나는 단지 책이나 읽으러 여기에 왔는데 당신은 내게 벤치를 포기하라고 하다니. 당신은 미친 사람이요.
제리: 여보시오. 내가 당신에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듯 새로운 사실 이야기해주지. 내가 소중한 벤치를 차지하고 있으니 당신은 다시는 결코 이 벤치를 독점할 수가 없을 거요.
피터 (격분해서):여보시오. 내 벤치에서 꺼지시오. 그게 분별 있는 일인지 아닌지는 내게는 상관할 바 아니오. 나는 이 벤치를 혼자 가지고 싶다구. 당신이 그곳에서 꺼지기를 원한단 말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