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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이야기 (마지막 회)/ 올비

김영관 2007. 7. 10. 15:08

동물원 이야기(마지막 회) 
 
  
 
       에드워드 올비 작

       실개천          번역

 

 

제리 (비웃으며): 오, 누가 미쳤는지 보시오.

 

피터: 꺼져요!

 

제라: 못 가.

 

피터: 경고하는 거요!

 

제리: 지금 당신이 얼마나 어리석게 보이는지 당신은 아시오?

 

피터 (그의 분노와 자의식이 그를 사로잡는다): 상관없소. (그가 거의 울음소리를 내고 있다.) 내 벤치에서 꺼지시오!

 

제리: 왜? 당신은 이 세상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 모두를 다 가지고 있소. 당신은 내게 당신 집, 가족, 자신의 작은 동물원에 대해 내게 말해줬소. 당신은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이제는 당신은 이 벤치를 원하고 있소. 이것들이 남자들이 싸워야할 것들이요? 말해보시오, 피터, 쇠와 나무로 만들어진 이 벤치가  당신의 명예라도 된단 말이요? 이것이 이 세상에서 당신이 싸워야 할 것이란 말이요? 이보다 더 불합리한 일이 있다고 당신은 생각할 수 있겠소?

 

피터: 불합리하다고? 여보시오, 나는 당신에게 명예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고 당신에게 그걸 설명하려는 것도 아니오. 게다가, 이것은 명예의 문제가 아니오. 그렇지만 그게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당신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요.

 

제리: (경멸하듯) 당신은 자신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어요, 안 그런가요? 이 일은 당신이 고양이들의 화장실용 박스를 바꾸는 것보다 직면해야 할 어떤 것을 가져 보는 처음 있는 일일 거요. 미련한 친구 같으니!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모른다는, 도대체 모른다는, 말이요?

 

피터: 오, 저런,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시오. 당신은 이 벤치가 필요 없어요. 그게 분명하다구요.

 

제리: 아니요. 아니. 내게 그게 필요하오.

 

피터 (전율하면서): 내가 여기를 수년 동안 왔었소. 나는 많은 시간의 즐거움과  만족을 바로 여기에서 느끼며 말이요. 그런데 그게 사람에게는 중요한 거요. 나는 첵임감 있는 사람이고 나는 성인이요. 이건 내 벤치이고 당신은 내게서 그걸 빼앗아 갈 수가 없지요.

 

제리: 그렇다면 그것 때문에 싸워 봅시다. 당신 자신을 방어하시오. 그리고 당신의 벤치를 방어해 보시오.

 

피터: 당신이 나를 막다른 골목까지 밀어 부친 거요. 일어나 싸워 봅시다.

 

제리: 사나이답게?

 

피터 (계속 화가 나서): 그럽시다, 당신이 계속 나를 조롱한다면, 사나이답게.

 

제리: 내가 당신에게 한가지 칭찬 해줘야 할 것이 있구려. 나는 당신이 채소 같은 인간에 약간 근시안적인 인간으로 생각했는데...

 

피터: 그만 하라니 까요...

 

제리: 그렇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TV에서 사람들이 늘 그러듯이- 당신도 알겠지만- 내 말뜻은, 피터, 당신이 어느 정도 품위를 지니고 있다는 거요. 그게 나를 놀라게 한 다오...

 

피터: 그만 하라니까!

 

제리 (느긋하게 일어선다): 좋소, 피터, 우리가 벤치 때문에 싸워 봅시다. 그렇지만 공정한 시합이 될 수가 없소. (그가 흉하게 보이는 칼을 끄집어내어 찰칵하여 날을 세운다.)

 

피터 (상황의 실체를 갑자기 깨달으며): 당신 미쳤군! 당신 완전히 돌았어! 당신 나를 죽이려 하고 있어!
(그렇지만 피터가 어떻게 해야할지를 생각할 시간도 갖기 전에 제리는 피터의 발 아래에다 칼을 던져 준다.)

 

제리: 거기 있소. 집으시오. 당신이 칼을 가지고 있으니 이제 더 공정한 시합이 될 것 같소.

 

피터 (질겁하며): 아니!
(제리가 피터에게로 달려가서 그이 목덜미를 잡는다. 피터가 일어선다. 그들은 거의 얼굴이 마주칠 상태이다.)

 

제리: 이제 당신은 그 칼을 집어들고 나와 싸워 봅시다. 당신은 자존심을 위해 싸우시오. 당신의 빌어먹을 벤치를 위해 싸워 보자는거요.

 

피터 (비틀거리며): 안돼! 놓으시오! 도와... 도와 주세요!

 

제리 ("싸우자"라고 말 할 때마다 그를 때린다.): 이 빌어먹을 악당아, 한번 싸우자. 그 벤치 때문에 싸우자. 당신 앵무새 때문에 싸우자. 당신 고양이 때문에 싸우자. 당신 두 딸들 때문에 싸우자. 당신 아내 때문에 싸우자. 당신 남서의 자존심 때문에 싸우자. 이 보잘 것 없는 가련한 식물 인간아. (피터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미성숙아로 당신 아내 하나도 감당도 못할 친구야.

 

피터: (분개해서 뒤로 물러서며): 그건 유전학적 문제이지, 성문제가 아니라구요, 당신은...괴물 같은 인간. (그가 달려가서 칼을 집어들고 조금 물러선다. 무겁게 숨을 몰아 쉬며) 당신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소. 여기를 떠나서 나를 혼자 있게 내버려 두시오! (그가 칼을 손으로 꽉 쥐고 있지만, 그로부터 멀리 떨어져 공격은 하지 않은 채 방어만 하고 있다.)

 

제리 (무겁게 한숨 쉬며): 그래야지!
(달려가서 그는 피터에게 얹혀서 칼로 자신을 꽂히게 한다. 극적 장면: 잠시 동안 완전한  침묵이 흐르고 제리는 피터의 아직도 굳은 팔 끝에 있는 칼에 찔려 있다. 그리고 나서 피터는 울부짖으며 제리의 가슴에 칼을 꽂아 둔 채 뒤로 물러선다. 제리는 칼 끝에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나서 그도 역시 울부짖는다. 그런데 그것은 격분과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동물의 소리임에 틀림없다. 칼에 꽂힌 채 그는 피터가 비워둔 벤치로 비틀거리며 걸어간다. 그는 거기에 털썩 주저 앉아 피터를 향한다. 그의 눈은 고통으로 부릅 떠 있고 그의 입은 벌어져 있다.)

 

피터 (속삭이듯): 오 하느님, 오 저런, 오 저런....
(피터가 아주 빨리 여러 번 이 말을 반복한다. 제리는 죽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 그의 표정은 바뀌어 가고 있다. 그의 모습은 편안하게 보이고 그의 모습은 변해가지만 때로는 고통으로 뒤틀려 있다. 대부분 그는 죽음으로 인해 그곳으로부터도 멀어져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미소를 지어 보인다.)

 

제리: 고맙소, 피터. 내 말은 이제, 아주 고맙다는 뜻이라오.
(피터의 입이 벌어진다. 그는 움직이지 못한다. 그는 굳어져 간다.)
오 피터, 내가 당신을 쫓아 보내 버리지 않나 걱정 했다오. (그가 할 수 있는 한 웃는다.) 당신이 가버리고 나 혼자 남을까봐 얼마나 두려웠는지 모른다오. 그래서 이제 내가 동물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당신에게 말해 주리다. 내 생각은... 이게 동물원에서 일어 난 거라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은. 내가 동물원에 가 있는 동안 내가 북으로... 아니 북쪽으로... 내가 당신을 발견할 때까지... 아니면 누군가를... 그래서 내가 당신에게 무언가를... 당신에게 말할 무언가를... 이야기 해주기로 결심한 겁니다. 음, 여기에 온 겁니다. 아시겠어요? 여기에 이르는 겁니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겠지만요... 내가 이 모든 것을 계획에 두었던 일이었을까? 아닙니다... 아니죠, 그럴 순 없었지요. 그렇지만 그랬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런데 이제 나는 당신이 알고자 하는 것을 말해 주었소, 안 그렇소? 그래서 이제 당신은 동물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모든 것을 당신은 알고 있는 셈이오. 그리고 이제 당신은 TV에서 당신이 보게 될 것을, 그리고 내가 당신에게 말해준 얼굴... 내 얼굴, 당신이 방금 본 얼굴을 알게 된 거요. 피터... 피터?... 피터... 고맙소. 내가 당신에게 달려든 거요. (그가 웃는다, 의식이 희미해가며.) 그런데 당신은 내게 위로가 되었소. 친애하는 피터.

 

피터 (거의 정신을 잃은 채): 오 저런!

 

제리: 이제 당신은 가는 게 좋소. 누군가가 지나갈 수도 있으니, 그리고 당신은 누군가가 오는데 여기에 있고 싶지가 않을 테니.

 

피터: (움직이지 않은 채 그가 울기 시작한다.) 오 저런, 오 저런.

 

제리 (이제 거의 의식을 잃어가며, 죽기 직전이다.): 당신은 더 이상 여기에 오지 마시오, 피터. 당신은 자리를 빼앗긴 거요. 당신은 벤치를 잃은 겁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명예를 지켰소. 그런데 피터, 이제 내가 당신에게 뭔가를 이야기 해주겠소. 당신은 채소 같은 인간은 진정 아니었소. 맞아요, 당신은 동물이요. 당신은 역시 동물이란 말이요. 그렇지만 당신은 이제 여기를 서둘러 떠나는 것이 좋소, 피터.  어서, 가는 게 좋소.... 알겠소? (제리가 손수건을 꺼내어 힘을 다해, 그리고 고통스럽게 칼 손잡이에서 지문을 깨끗이 닦아 지운다.) 어서 가시오, 피터.
(피터가 비틀거리며 떠나기 시작한다.)
기다리시오... 기다려요, 피터. 당신의 책을 가지고 가시오.... 책을. 바로 여기.. 내 옆에.. 당신의 벤치에... 내 벤치에... 아니 내 벤치... 이리 와서... 당신 책을 가져 가시오.
(피터가 책을 보고 놀라며 물러선다.)
어서... 피터.
(피터가 벤치로 달려가서 책을 집어들고, 물러선다.)
아주 잘했소, 피터... 아주 잘했어요. 이제... 서둘러 가시오.
(피터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무대 왼쪽으로 달려간다.)
서둘러 가시오... (그의 눈이 이제 감겨진다.) 서둘러 가시오. 당신의 앵무새들이 저녁 식사 준비를 하고 있소.... 당신 고양이들이 ..... 식탁을 준비하고 있소...

 

피터 (무대 밖에서, 가련한 울부짖음 소리로): 오 하느님!

 

제리: (눈을 계속 감은 채, 그는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며 말한다. 경멸적인 흉내와 갈구가 혼합되어): 오... 하..느님. (그가 죽는다.)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