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 마르코(7)
유진 오니일 작/실개천 번역
2막
장면I
장면- 캠버럭 보다는 더 작고 더 친숙한 궁전이지만 자신의 권위의 허황됨을 평화롭게 명상해보기 위해서 여기에 물러나와 있는 철학자인 통치자에게 걸맞는 고고한 위엄과 순수성의 분위기를 소유하고 있는 평화의 도시인 재나두에 있는 대왕의 대나무로 된 여름 궁전의 왕좌가 있는 조그만한 방.
15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다. 늦은 6월 태양이 비추는 어느 아름다운 아침이다. 대왕은 쿠션이 있는 대나무 왕좌에 편안하게 기대어 앉아 있다. 그의 얼굴은 매우 나이들어 보인다. 그의 표정은 철학적인 침착함으로 가득한 가면같은 얼굴이 되어 버렸다. 그는 하나의 우상에 대해 관조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창백하고 가냘픈 20세의 아름다운 소녀인 쿠카친이 그의 발 아래에 앉아 있다. 그녀의 태도는 슬픔에 잠겨 있다. 정원에 있는 플루트 연주자가 우울한 곡을 연주하고 있다. 쿠카친은 낮은 어조로 암송하고 있다.
쿠카친: 올 가을의 내 생각은 외롭고 슬프구나.
산으로 부터 쌀쌀한 바람이 정원 안으로 불어 온다.
하늘은 흐리고, 눈송이가 떨어지고, 마지막 남은 국화가
외딴 여름 집 옆에서 시들어 간다.
나는 잡초가 자란 길을 따라 걷는다.
내 마음은 쓰라리고 눈물이 눈을 흐리게 한다.
바로 이 정원 꽃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우리가 함께 걷던 날들을 슬퍼 한다.
봄에 우리는 사랑 노래를 불렀고 청춘의 웃음을 웃었지만
이제 우리는 수 많은 맹세를 하고 헤어져 세월이 흐르고,
다시는 당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되어 나는 울고 있나니.
(그녀가 암송을 끝내고 상심한 체념의 자세로 되돌아 간다. 플루트 연주자가 연주를 끝낸다. 쿠부라이는 그녀를 다정하게 내려다 본다.)
쿠부라이: (생각에 잠겨) 할 수 있는 한 노래를 불러라. 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노래를 들어라. 낙심해 있으면 잠든 채 듣거라. (꾸짖듯이) 내 귀여운 꽃아, 그건 슬픈 시이다. 네가 곧 페르시아의 여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슬픈 거냐? 그렇지만 아건은 징기스칸의 혈통을 이어받은 왕이며 위대한 영웅이다. 너는 우리 혈통의 자랑스러운 운명을 이어갈 강인한 아들들을 갖게될 축복을 받은 것이다.
쿠카친: (덤덤하게) 폐하의 뜻은 제게 법이랍니다.
쿠부라이: 내 뜻이 아니다. 강자를 존속시키기 위한 생명의 의지이니라. (억지로 달래는 어조로) 이리 오너라, 어린 꽃아. 넌 여기에서 시들어 가고 있구나. 네가 얼마나 창백해졌는지 알겠느냐? 네 눈이 흐리멍텅하구나! 네 입술은 미소짓는 순간에도 쳐저 있구나! 그렇지만 페르시아의 궁전에서의 삶은 유폐상태일 것이다. 연회, 축하연, 기분 전환의 즐거움들이 있을 것이다. 넌 그들에게 미의 여왕이 될 거다.
쿠카친: (한숨을 쉬며) 여왕은 단지 불행한 여인일 수도 있어요.
쿠부라이: (놀리듯이) 대단한 절망이로구나! 너는 연인을 잃어버린 시에서 나오는 여인처럼 말하는구나! (쿠카친은 그가 알아 채지 못하는 격렬한 놀라움을 보이고 고통의 경련이 그녀 얼굴에 나타난다.) 그렇지만 상관 말아라. 페르시아의 아건은 어떤 여인도 꼭 사랑하게 만들 영웅이란다.
쿠카친: (벌떡 일어서면서- 절망적으로) 그렇지 않아요! 난 그 사람의 아이를 임신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지만 폐하께서는 제게 아이를 가지라고 강요할 수 없을 걸요. (그녀가 쓰러지면서 흐느껴 운다.)
쿠부라이: (놀래서- 그녀를 탐색하듯이 쳐다보며) 내가 지금까지 네게 어떤 것을 강요한 적이 있었느냐? (그리고나서 다정한 장난의 어조를 회복하여) 네가 이야기 상대가 될만큼 나이가 든 이래로, 순진한 백성들이 네 할아버지를 부르는 바대로 지상의 통치자인 내가 차라리 너의 노예에 불과했다고 말하고 싶구나.
쿠카친: (그의 손을 잡고 그것에 키스를 하며) 저를 용서하세요. (그리고나서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만큼 제가 나빴나요? 제게 부모 두 역할을 다 해주신 폐하에 대한 제 사랑이 폐하께 행복을 가져다 드리지 못했나요?
쿠부라이: (깊은 애정으로) 너는 어두운 강 옆에서 노래를 하는 황금 새였다. 너는 네 어미가 죽었을 때 내 심장 속에 네 어미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 때 나는 더 젊었다. 강은 그렇게 어둡지 않았다- 그렇게 깊고 조용한 인간 삶의 강- 비 정상적인 망상으로 흘러 넘치는- 늙었을까?- 그런데 왜? (그리고나서 갑작스럽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네 시는 나를 서글프게 만들었다. 나는 나이가 너무 많이 들어서 현명하지는 않지만 낙천적이지 않을 수가 없단다. 그런데 네가 나를 떠나는 지금, 강은 참으로 어둡게 보이는구나! (그리고나서 말이 없다가- 다정하게) 그것이 너를 불행하게 한다면, 넌 아건 왕과 결혼할 필요가 없다.
쿠카친: (자신을 회복하고- 결심을 굳힌 듯이) 아녜요. 폐하의 거절이 그를 모욕하는 것이 될 거예요. 그건 전쟁을 의미할지도 몰라요. (체념스럽게) 그리고 아건을 어떤 다른 것 못지 않게 받아 드릴 수 있어요. 제 나약함을 용서하세요. 폐하가 전에 공주는 울어서는 안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녀가 억지로 미소를 보인다.) 제가 폐하에 대한 향수병에 걸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제가 여기에 머무르든, 떠나 있든 상관 없어요. (그녀가 다시 그의 손에 키스를 한다.)
쿠부라이: (고마워하면서) 내 귀여운 것. (그가 그녀의 머리를 토닥거린다. 그가 생각에 잠겨 그녀를 바라보는 동안 말이 없다가- 다정스럽게) 너와 나는 서로 비밀이 없이 지내왔다. 말해봐라, 너 사랑에 빠진 것 아니냐?
쿠카친: (말이 없다가- 떨면서) 그런 것은 묻지 마세요- 제 자존심을 지켜 주시려면! (가련한 미소로) 폐하도 알고 계시겠지만- 그 사람은 제가 사랑하고 있는 줄 조차도 몰라요- (그녀가 얼굴이 붉어지고 혼란스러워 하며 고개를 떨군다. 추인이 오른쪽으로부터 서둘러서 들어 온다. 그는 매우 늙었지만 아직도 정정하다. 서두른 탓으로 그가 약간 헐레 벌떡하지만 그의 얼굴은 미소를 담고 있다.)
추인: (절을 하고) 대왕님, 저 해군 음악이 들리시온지요? 양주의 시장인 마르코 폴로 각하가 공식적으로 폐하를 방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멀리 밴드 음악이 들린다.)
쿠부라이: (마르코의 이름을 언급하자 격렬하게 놀라는 쿠카친을 계속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사랑에 빠졌단 말인가?... (그리고나서 추인에게- 건성으로) 뭐라구? 마르코 폴로? 그에게 돌아 오라는 명령을 내린 적이 없는데.
추인: 그의 공적으로 새롭고 많은 노트를 해가지고 폐하의 유머를 새롭게 해드리기 위해서 돌아 오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의 마르코는 적극적인 시장이 되었습니다. 그곳 백성들로부터 폐하가 받으신 청원서에 의하면 양주는 폐하의 모든 도시들 중에서 가장 통치가 잘 되는 도시입니다. 저는 두려움 때문에 거기에서 도망쳐 나온 한 시인과 최근에 이야기를 나눈 바 있습니다. 영혼을 지니고 있었다고 그가 말하더군요. 지금은 새로운 법정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폭 넓은 교양을 지닌 사람인, 또 다른 사람이 말해준 겁니다만은 우리의 기독교도인 시장께서는 우리의 방탕과 쥐들을 마치 그것들이 두 가지 종류의 해충인 양 박살을 내고 있는 중이랍니다!
쿠부라이: (화가나서) 괴상한 행동으로 그는 나를 지치게 만들기 시작하고 있다. 결함이 사람을 반항케 하지 않는 한 광대는 단지 웃음 만을 웃게 할 뿐이다. 마르코의 정신 자세가 나를 혐오스럽게 하기 시작한다. 그는 인간 정신을 지니고 있지 않고 단지 탐욕 본능만을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에게 배울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주었다. 그는 모든 곳을 기억하고 있지만 아무 것도 배울 여지가 없다. 그는 모든 것을 바라 보지만 아무 것도 깨닫지 못한다. 그는 모든 것을 탐욕하고 아무 것도 사랑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영리하고 간교한 탐욕자일 뿐이다. 나는 원래 수렁인 그의 본국으로 그를 보낼 것이다.
추인: (거짓 놀람으로) 뭐라고 하셨나요? 우리가 어릿광대를 잃게 되는 건데요?
쿠카친: (점점 더해가는 분노로 듣고 있다가) 어떻게 감히 그대가 그를 어릿광대라고 부를 수 있지? 단지 그대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가 우둔한 철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쿠부라이: (놀라서- 책망하듯이) 공주!
쿠카친: (그를 향한다- 금방 눈물이 쏟아질 듯이- 반항적으로) 왜 두 분께서는 그렇게 불공평하신지요? 그가 지금까지 지키도록 약속된 모든 일을 잘 하지 않았나요? 남들이 실패할 때 그는 항상 성공하지 않았나요? 그가 자신의 의지력과 결단력으로 폐하를 섬기어 최고의 지위까지 올라 가지 않았나요? (그리고나서 그녀의 화가 사그라지면서- 더욱 말을 더듬거리며)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마 그가 이상하게 보이겠지요, 그렇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들과는 아주 다르기 때문, 다시 말해 그들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그는 영혼을 소유하고 있어요! 그가 그렇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어요!
쿠부라이: (그의 눈이 그녀의 얼굴을 탐색하며- 대경 실색하여) 쿠카친! (그녀는 그가 자신의 비밀을 짐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처음에는 주춤하며 움추리다가, 다음에는 왕녀답게 강경한 태도를 취하며 단호하게 그의 응시를 되받는다. 추인은 이해심있게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 본다. 마침내 쿠부라이가 그녀에게 엄하게 말을 한다.) 그래서, 난 이 바보에게 어릿광대 짓을 허용해 주었기 때문에, 네가 어린 소녀였을 때 그가 너를 즐겁게 하도록 허락해 주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때 이후로 그가 돌아 오자 마자 너와 함께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에- 공주야! (그리고나서 퉁명스럽게) 네가 10일 이내에 페르시아를 향해 항해할 거라고 대사들에게 나는 알려 줘야 한다. 가서 쉬거라. (그녀가 당당한 겸손함으로 절을 하고 왼쪽으로 걸어 나간다. 쿠부라이가 이맛살을 찌푸리고 입술을 깨물며 우울한 생각에 잠겨 자리에 앉는다. 마르코의 밴드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 진다.)
추인: (점잖하게) 아량이 없는 것이 지혜일까요? (사이. 그리고나서 그가 계속해서 말을 한다.) 저는 오랫동안 그를 향한 공주님의 사랑을 의심해 왔습니다.
쿠부라이: 왜 내게 경고해 주지 않았지?
추인: 사랑이 지혜인 것은 지혜가 사랑인 것처럼 보입니다.- 어리석음이지요. 사랑은 물 위의 바람처럼 오고 고요와 반사를 남기며 떠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그녀에게는 마법에 걸린 순간이며 소녀가 아니라 여왕이 될 때 공주님이 치러야 할 뼈에 사무치는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그리고 마르코가 언젠가 그녀 눈을 쳐다보고 그의 영혼이 태어나서- 그것이 쿠카친 공주와 천국의 아들이시며 이 세상의 통치자인 그녀의 할아버지에게- 매우 흥미있는 연구 거리가 될 줄은 몰랐다는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가 조롱스럽게 절을 한다.) 그리고 늙은 바보인 저에게!
쿠부라이: (당황하여) 난 그걸 믿을 수가 없다! 왜, 그녀가 어린 소녀였던 이래로 매2년 정도에 한 두 번씩 그녀가 그에게 이야기했을 뿐인데!
추인: 그건 현명치 못한 일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이국적인 서구에서 온, 낯설고 신비한 꿈속에서 나타난 기사이며, 매번 보잘 것 없고 어리석은, 그러면서도 감명을 주는 조그만 선물을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가져다 주는 멋있는 소년으로 그에 대한 뭔가의 수수께기 같은 것들이 그에겐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또한 그 때마다 그가 자신의 과업을 수행한 다음에- 승리자로서 다소 우쭐대는 영웅 행세를 하며- 승리감에 도취되어 돌아왔던 것을 기억해 보십시오. (밴드가 요란하고 그것이 궁정으로 들어서며 시끄럽다.) 지금처럼 말입니다! 들어 보십시오! (그가 창으로 가서 내려다 본다- 아이러니칼하지만 매우 즐거워 하며) 하! 그가 시장의 관복 위에 공자의 신비한 기사들 중의 비밀 우애단에 속하는 공작의 예복을 걸치고 있군요! 재너두의 밴드가 그 자신의 밴드와 그와 함께 하는군요! 그는 매우 살찐 백마를 타고 있습니다. 폐하의 궁전 계단 옆에서 도움을 받으며 그가 말에서 내리는군요! 그가 포졸의 등을 치며 이름을 묻고 있군요! 그가 어린 아이의 턱을 쓰다듬으며 어미에게 그 아이의 이름을 묻고 있습니다. 그녀는 아이가 계집 아이인데도 "마르코"라고 거짓말로 말하는군요. 그가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크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저축을 시작하라고 그리고 절약을 권하면서 아이에게 1위엔을 주는군요. 아이의 어머니가 매우 실망한 것처럼 보이는군요. 군중들이 환호를 합니다. 그는 화가가 자신을 스케치하고 있는 것을 감지하고 계속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그는 만주 전투의 외발 전역병과 악수를 하고 그의 이름을 묻습니다. 전역병은 감명을 받았군요. 눈물이 그의 눈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가 마르코에게 이름을 말해주는군요- 그렇지만 폴로 일가들은 군중들에게 이야기를 하려고 돌아서는 순간 그의 이름을 잊어 버립니다. 그가 조용히 하라고 한 손을 흔들어 댑니다. 밴드가 멈추었습니다. 그는 다섯 개의 커다란 비취 반지를 손에 끼고 있습니다. 다른 손은 우주의 거룩한 남성 원리인 양의 고대 상징인 청룡의 머리 위에 얹고 토닥거리고 있습니다. 그는 목을 가다듬고 군중들은 넋을 잃고 서 있으며 그는 심호흡을 하고 오음성 발음 중의 하나를 하려고 주의 깊게 입을 열려는군요. (여기에서 추인은 킥킥대고 웃는다.) 그렇지만 저는 악의와 독으로 가득찬 노인이어서 그것이 다른 사람들이 이유 없이 저렇게 행복해 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프답니다- (여기에서 마르코가 말하기 시작하는 것이 들리는 바로 그 순간에 그는 문을 열어 재치고 크고 명령적인 어조로 부른다.) 마르코 선생, 대왕님께서 당신이 말을 중단하고 당신의 추종자를 돌려 보내고 즉시 폐하 앞으로 들도록 하랍시는 명령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