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 마르코(14)
유진 오니일 작/실개천 번역
마르코: (상심한 어조로) 공주님이 왜 저를 모욕하려 하시는 지를 모르겠습니다- 바로 이 마지막 순간에. 제가 어쨌단 말씀인가요? (그리고나서 갑자기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그렇지만 공주님 원래의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드는군요.
가잔: (뭔가를 감지하고) 이 사나이가 당신 기분을 상하게 했소? 죽여 버릴까요?
쿠카친: (지친 듯) 아뇨. 그가 나를 기쁘게 해줬어요. 그에게 먹을 것을 주세요. 먹을 것과 금을 가득 줘서 그를 고국으로 보내세요. 그리고 폐하, 오늘 이 첫날 밤은 내가 데려온 여인들과 배 위에서 혼자 있도록 허락해 주시지 않겠습니까? 저는 지쳐있답니다!
가잔: 내가 그대를 다시 볼 때까지 살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대의 소망은 내 뜻이요!
쿠카친: (지친 듯) 정말 고맙습니다. 잘 주무세요, 나의 폐하. (그녀가 절을 한다. 가잔왕과 신하들이 그녀 앞에서 절을 한다. 그들이 왼쪽으로 물러나고 마르코가 그들로 부터 몸을 돌려 떠나는 공주를 바라보며 넋을 잃고 있는 가잔에게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호주머니가 불룩한 채, 그들의 괘를 끌고 있는 나이든 두 폴로가 제일 뒤에 따라간다.)
마르코: 긴 항해 중 밀폐된 곳에 갇혀 지내셨습니다. 제 생각에는 공주님의 우울증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진다. 자신의 손에다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흐느낄 때, 쿠카친의 어깨가 떨리고 있다. 배가 떠나는 소리가 들린다.)
여인들: 우세요,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공주님,
오직 상처만이 남고
아픔은 잊혀질 때까지
울음은 슬픈 상처를
치료해준답니다.
쿠카친: (갑자기 윗 갑판으로 뛰어가서 팔을 벌린 채 하늘을 배경으로 윤곽을 드러내며 서 있다- 마지막, 완전한 체념의 목소리로 부른다.) 안녕, 마르코 폴로!
마르코: (그의 목소리가 쾌활하고 생기있게, 바다 위에서 들려 온다.) 잘 계세요, 공주님- 그리고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사시기를 빕니다! (공주가 무릎 꿇고 앉아, 방파벽 위의 그녀의 팔에 얼굴을 묻는다.)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