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막간극(2)
유진 오니일 작/실개천 번역
리이드즈 교수: (그와 악수를 하고 그의 등을 토닥거리며- 진정한 애정으로) 만나서 매우 반갑네, 찰리! 또한 놀랍기도 하고! 자네가 이렇게 빨리 돌아 올 줄은 몰랐네!
(그가 테이블의 왼쪽 자신의 의자에 앉고 마아즈든은 흔들의자에 앉는다. 잠시 마아즈든으로부터 시선을 돌려 그의 얼굴은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하면서 이제 이기적 위안감으로 가득하다.)
그가 돌아와서 ...항상 니나를 침착하게 하는 영향력을...다행스러운 일이지..
마아즈든: 그런데 제가 이렇게 빨리 되돌아 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교수님, 유럽은 그들이 목록에 오를까봐 겁내는 큰 재난에 빠져 있더군요.
리이드즈 교수: (그의 얼굴에 구름이 끼어) 그래, 자네가 전쟁전 이래로 모든 게 완전히 변한 걸 발견한 모양이군.
(그가 분개하여 생각에 잠긴다.)
전쟁...고오든!...
마아즈든: 유럽은 사라져 버렸어요- (유별나게 미소를 짓는다) 미국 때문에, 잘 됐지요! (그리고 나서 얼굴을 찌푸리며) 저는 그게 견딜 수가 없습니다. 바로 거기에 가족이 있는 이미 시체가 되어 누워 있는 수백 만의 사람들이 있어요- (그리고 나서 사실적으로) 저 역시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어요. 전 단 한 줄도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쾌활하게) 그런데 니나는 어디 있습니까? 니나를 만나 봐야겠습니다!
리이드즈 교수: 금방 들어 올 걸. 뭔가 생각할 게 있다고 말하던데- 자넨 니나가 변한 것을 알 걸세, 찰리, 아주 많이 변한 걸 말일세!
(그가 한숨을 쉰다- 죄의식에 사로잡힌 놀람의 흔적을 보이며 생각에 잠겨)
그 애가 아침 식사 때 맨 먼저 한 말은... "난 고오든의 꿈을 꿨어요"... 마치 그녀가 날 조롱 하듯이!... 얼마나 불합리한 일인가!... 그녀의 눈이 분명히 빛을 발했거든!...
(갑자기 화가 나서 마음의 말을 내뱉으며) 그녀가 고오든에 관한 꿈을 꾸고 있어.
마아즈든: (즐거운 놀람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그렇다면 그건 변화라고 말할 수 없겠는데요, 안 그렇습니까?
리이드즈 교수: (다음 말에 확신이 없는 듯 생각에 잠겨)
그러나 난 그녀가 제 정신이 아니란 걸 항상 명심해야지... 그녀가 아픈 아이라는 걸...
마아즈든: (생각에 잠겨)
고오든이 죽었다는 소식이 아침에 왔지...그녀의 얼굴은 회색 납빛 같았고...아름다움은 사라져 버리고... 얼굴엔 강렬한 슬픔의 여유조차 보이지 않고... 슬픔이란 단지 훨씬 세월이 지나서야...
(걱정스럽게) 변했다는 건 무얼 보고 하시는 말씀이신가요, 교수님? 제가 떠나기 전에는 그녀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말없는 침묵으로부터 헤어 나오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리이드즈 교수: (천천히 그리고 주의 깊게) 그래, 그녀가 올 여름에는 골프와 테니스를 많이쳤지,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주변을 차 타고 다니기도 했고 심지어 춤도 많이 추러 다녔다구. 그리고 게걸스런 식욕으로 먹어댔다구.
(질겁한 듯 생각에 잠겨)
아침 식사..."고오든에 대한 꿈을 꾸었고"... 그녀의 눈속에 나에 대한 증오의 표정!...
마아즈든: 그러나 그건 대단스럽게 들리는데요! 제가 떠날 때 그녀는 누구도 만나려 하지 않았고 어디고 갈려고 하지 않았는데요.
(동정스럽게 생각하며)
이 방 저 방으로 방황하며... 그녀의 여윈 몸과 창백하게 상심한 얼굴... 휑하고 사랑을 포기한 눈 빛!...
리이드즈 교수: 그런데 이젠 그녀가 정반대의 극단을 치닫고 있다네! 그녀가 모든 분별력을 잃어 버린 것처럼 아니면 분별력을 갖고 싶어하는 것처럼- 모든 사람들- 지루한 놈들, 바보 나부랑이들- 다 만나고 다닌다네. 그리고 그녀는 한없이 이야기를 해댄다네, 찰리- 의도적인 허무 맹랑함으로, 사람들은 그렇게 말할 걸세! 진지하기를 거부한다네! 모든 걸 비웃는다네!
마아즈든: (위로하듯) 오, 그건 그녀가 잊고 싶어하는 노력의 의심할 바 없는 일환이로군요.
리이드즈 교수: (멍한 마음으로) 그래.
(자신과 싸우며)
내가 그에게 말할까?... 안 돼지... 그건 어리석게 들리겠지... 그렇지만 이렇게 혼자서는 너무 지독한 걸... 만약 니나의 어머니가 살아 있었다면... 나의 아내... 죽어 버렸으니!... 그리고 나서 얼마 동안은 내가 해방감을 사실 느꼈는데!... 아내!... 도움이 필요한데... 이제 난 도움이 필요하다구!... 아무 소용이 없으니!... 그녀는 떠나 버렸는가?...
마아즈든: (그를 바라보며- 동정스런 애정으로 생각에 잠겨)
착하고 불쌍한 양반... 근심스럽게 보이는군... 항상 뭔가에 대해 안달하며... 저 분은 니나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음이 분명해...
(안심시키려는 듯) 어떤 여자도 그렇게 빨리 고오든을 잊을 수 없을 겁니다, 그의 비극적인 죽음의 충격 이후엔 특히나.
리이드즈 교수: (화가 나서) 나도 안 다네.
(화가 치밀어 생각에 잠겨)
고오든... 항상 모든 사람과 어울려 다니면서 고오든이라니!...
마아즈든: 그런데, 제가 고오든의 비행기가 추락했던 세단 지역 가까이 어느 곳에 머문 적이 있었는데요. 니나가 내게 그곳을 묻던데요, 알고 계셨어요?
리이드즈 교수: (화가 치밀어- 타이르듯) 제발, 그녀에게 그런 걸 상기시키지 말아 주게! 만약 그녀가 다시 좋아지길 자네가 보고 싶다면, 그녀에게 잊을 기회를 주게. 결국, 찰리, 삶이란 살아야 하는 것이고 니나는 영원히 죽은 자와 함께 살 수는 없다네! (자신의 화를 억제하고 객관적인 어조로 말하려고 노력하면서) 자네도 알겠지만, 난 모든걸 분명하고 비감상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네. 자네가 기억해 줄 수 있다면 난 고오든의 죽음에 대해 어느 누구 못지 않게 비통해 하는 사람이라네. 난 니나의 그에 대한 사랑에 매우 공감하게 되었다네- 비록, 자네도 알겠지만, 난 처음에는 반대를 했었네만, 그리고 어떤 상당한 이유 때문에, 내 생각엔, 그 아이에 대해서, 그의 잘 생긴 외모와 스포츠와 학과 성적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힘으로 삶을 꾸려 가는것 이외에는 평범한 가문의 출신에다 자기 수중에 돈 한 푼 없는 아이라는 것 때문에 처음엔 반대를 했었다네.
마아즈든: (약간 방어적으로) 저는 그가 훌륭한 직업을 가질 수 있었다는 확신을 합니다.
리이드즈 교수: (성급하게) 물론이지. 찰리, 자네도 인정하겠지만, 대학의 영웅들이 사회생활에서 그렇게 빛을 발하지는 못한다네. 불행하게도 대학에서 그들을 망치는 경향은 형편없는 교육 때문이지.
마아즈든: 그렇지만 고오든은 전혀 망쳐진 친구가 아니였다고 전 말씀드릴 수가 있는 걸요.
리이드즈 교수: (화가 치밀어) 날 오해하지 말게, 찰리! 나도 그걸 인정하고자 하는 첫 번째 사람이란 걸- (약간 비통하게) 고오든은 그런 사람이 못된다네. 자네가 그걸 그렇게 부를 지 모르겠네만, 니나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건 그에 대한 추억, 그의 유령일 뿐이라네, 그러한 영향력이 나에 대한 그녀의 자세 속에 엄청난 변화 때문에 나를 두렵게 만든단 말일세.
(마치 그가 금방 눈물이라도 쏟을 것처럼 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는 절망에 빠져 생각에 잠긴다.)
내가 그에게 말해 주어야 하는데...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걸 그가 알게 해줘야겠다... 내가 옳았다는 걸...
(그가 머뭇거린다- 그리고 나서 불쑥 말을 꺼낸다.) 믿을 수 없는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니나는 나를 증오하는 것처럼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네!
마아즈든: (놀라며) 오, 제발 진정하세요!
리이드즈 교수: (고집스럽게) 틀림없는 사실이라네! 난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네. 난 그걸 믿고 싶지 않다구, 나에 대한 그녀의 모든 태도에서 너무 소름끼칠 정도로 분명해질 때까진 말일세! (그의 목소리가 떨린다.)
마아즈든: (동요되어- 달래듯) 오, 이제 교수님께선 병적으로 되어 가는 모양이군요! 아니, 니나는 항상 교수님을 우상화해 왔다구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겠어요?
리이드즈 교수: (재빨리) 내가 그걸 대답할 수 있다고 생각하네. 그녀에겐 이유가 있지. 그러나 그녀는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알아야 할 순간에 날 비난하는 이유를- 자넨 아마 모를 걸. 그렇지만 그가 전선에 나가기 위한 비행직전에 고오든은 그들이 결혼하고 싶다고 했어, 그리고 니나가 동의를 했고. 사실, 그녀가 지금 빗대어 말하는 것으로 판단해 보건대, 그녀가 열렬했던 게 틀림없어, 그렇지만 그 당시에- 하지만, 난 그 결혼은 잘못된 거라는 느낌이었고 그래서 고오든을 세워 두고 그에게 그런 황급한 결혼은 니나에게는 공정치 못한 거라며 그의 쪽에도 명예스런 일이 못된다고 나무랐거든.
마아즈든: (그를 의아스럽게 쳐다보며) 교수님께서 고오든에게 그 말씀을 하셨다구요?
(냉소적으로 생각하며)
민첩한 행동!... 고오든의 자부심에 대한 오점, 옳음과 명예!...그렇지만 그게 교수님에게도 명예스러운 일이었나요?...
리이드즈 교수: (퉁명스런 기미를 보이며) 그래, 내가 말했지, 그리고 난 그에게 내 이유를 말했지. 내가 지적하지 않았지만 불쌍한 녀석 고오든이 확실하게 깨달아야 할, 말할 필요도 없는 가능성 이상의 것이 비행 업무 중에 그가 죽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그가 만약 죽는다면 그녀가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연금 이외에는 그가 무일푼이기 때문에 돈 생길 데 없이 아마 어린애를 갖게 하는, 니나를 과부로 만들 것이 분명했거든; 그리고 그녀가 소녀인, 특히나 니나같은 매력과 아름다움을 지닌 소녀가 앞날이 창창한 나이인데. 단호하게 나는 그에게 니나를 위해서 그가 제대하고 돌아와서 사회에서 기반을 잡기 시작할 때까지 기다려야한 다고 말해 줬지. 그게 옳은 일이었지. 그래서 고오든은 곧바로 내 의견에 동의를 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