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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막간극(8)/유진 오니일

김영관 2007. 7. 18. 11:11

             낯선 막간극(8)

                    유진 오니일 작/실개천 번역

     

        2막

 

  장면- 장면I과 같은 장소인 리이드즈 교수의 서재. 1년 조금 넘게 지난 초가을 어느 날 밤 9시경. 창백한 살빛 색깔의 차양들이 내려져 있어 창문은 생명력을 잃은, 감은 눈의 암시를 불러 일으키고 방이 전보다 더 삶으로부터 물러선 것처럼 보이는 것 이외에는  방의 외형은 변함이 없다. 테이블 위의 독서등이 켜져 있다. 테이블 위에 모든 것들, 서류, 연필, 펜 등이 꼼꼼한 배열로 정리되어 있다.
  마아즈든이 중앙 의자에 앉아 있다. 그는 너무 짙어서 검정색처럼 보이는 영국제 푸른 서어즈 양복을 아주 주의 깊게 차려 입고 있는데, 이것은 그의 얼굴의 침울한 생각에 잠긴 표정과 결합되어 애도의 분위기를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그의 크고 여윈 몸매가 의자에 지친 듯 늘어져 있고 그의 머리는 앞으로 숙여져 있으며, 그의 턱은 거의 가슴까지 닿아 있으며 그의 눈은 슬퍼서 아무 것도 바라보고 있지 않다.

마아즈든:   (그의 생각이 썰물처럼 강조점이 없이 완만하고 우수에 젖어)
예언가이신 교수님!... 그 분이 한 때 말씀하셨던 게 기억이 나는 걸... 니나가 떠난 직후... "언젠가, 여기에서,... "자네는 날 발견할 걸세"... 그 분이 예견하신 걸까?... 아냐.... 삶에 있어서 모든 것들이 아주 경멸스러울 정도로 우연한 거지!... 하느님은 우리의 자존심을 비웃고 계시지!...
(우울하게 미소를 지으며)
불쌍한 교수님!... 그 분은 너무 외로우셨지... 그걸 감추려고 노력했는데... 항상 병원에서의 훈련이 얼마나 그녀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를 내게 말하시면서... 불쌍하신 노인네!...
(그의 목소리가 굵어지며 불확실하다- 그가 그걸 통제한다-몸을 쭉 편다)
몇 시일까?...
(그가 기계적으로 시계를 끄집어 내어 바라본다.)
9시 10분이라... 니나가 도착할 시간인데....
(그리고나서 갑작스런 고통으로)
자기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그녀가 진실로 슬퍼할까, 궁금한데?... 의심스럽단 말이야!... 그렇지만 내가 왜 이렇게 화를 내지?... 내가 병원으로 그녀를 두 번 방문했지만 그녀는 아주 행복했어... 쾌활한 듯 얼버무리는!... 아마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나로 하여금 그녀를 염탐하러 보낸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지... 불쌍한 교수님!... 최소한 그녀는 아버지에게 답장은 했으니깐... 그 분께선 그것들을 내게 보여 주시곤 했지... 가련할 정도로 매우 기뻐하시고... 그녀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말씀하지 않고 화젯거리나 사랑이 없는 글들... 그래, 그녀는 그것들을 더 이상 구성하여 쓸 필요가 없을테니깐... 그녀는 내 편지에는 전혀 답장을 안했지... 그녀는 적어도 그것들을 인정했을지도 모르지... 어머니가 그녀는 전혀 용서할 수 없게 행동한다고 생각하시거든...
(그리고나서 질투하듯이)
병원의 환자 모두가 그녀에게 사랑에 빠졌으리란 생각이 들어!... 그녀의 눈은 냉소적인 것 같단 말이야... 남자들에게 병든... 마치 내가 창녀의 눈을 들여다 보는 것처럼 ... 내가 결코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그때 한번을 제외하곤... 싸구려 집... 그녀의 눈은 푸른 색 우유의 쟁반 속의 특허 가죽 단추같다니깐!...
(조급한 동작으로 일어서며)
악마!... 우리의 기억이 계속 간직하기를 고집하는 얼마나 짐승 같은 사건들인가!... 추하고 혐오스러운... 우리가 기억하고자 일기에 적어야 할 아름다운 것들!...
(그는 잠시 뒤틀린 즐거움으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나서 마음 아파하면서) 니나가 여기 있었던 지난 밤... 그녀는 자신을 준 것에 관하여 그렇게 뻔뻔스럽게 이야기 해댔지... 남자들로 가득한 그 집에서 그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진실을 알고 싶었는데... 특히나 의사라는 자존심 강한 그 젊은 애송이에 대해서!... 고오든의 친구라고 했던가!... 
(그가 자신에 대해 이맛살을 찌푸리고 단호하게 자신의 일련의 생각들에 대해 종결짓고 다시 의자로 와서  앉는다- 조소하면서, 마치 이번에는 다른 사람에게 실제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대화투로) 정말 고상한 순간은 아니지, 그렇지? 위층에 그녀의 아버지가 죽어 누워 있는데... 그런 종류의 생각을 하고 있다니...
(그가 자신에게 공손하게 중얼거렸던 것처럼 침묵- 그리고 나서 그는 기계적으로 시계를 끄집어 내어 바   라본다. 그가 그렇게 하고 있는 순간 다가오는 자동차 소리가 들리고 정원을 지나 연도에 멈추는 소리를 듣는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 문 쪽으로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서 혼란스러워 머뭇거린다.)
아냐, 매어리가 나가도록 놔 둬야지... 뭣해야 될 지 알고 싶지도 않아... 팔로 그녀를 껴안아?... 그녀에게 키스를 해?... 지금 당장?... 올 때까지 기다려?...
(집뒤에서 초인종 소리가 계속 울린다. 앞에서부터 목소리가 들리는데 처음은 니나, 다음은 남자의 목소리이다. 마아즈든은 놀라는데 그의 얼굴은 갑자기 화가 나고 낙담해 있다.)
그녀와 함께 누군가가 왔군!... 남자!... 그녀 혼자 일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열리는 앞문쪽으로 매어리의 발을 끄는 소리가 들린다. 매어리가 니나를 보는 순간 곧바로 그녀가 울음을  터뜨리고 그녀가 억제하지 못하고 흐느끼고 목메는 소리, 니나가 그녀를 달래는 목소리에 의해 잠기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들려 온다.)

 

니나:(매어리의 슬픔이 어느 정도 진정된 다음에 그녀의 목소리가 활기도 고저도 없이 들려 온다.) 마아즈든씨가 여기 오지 않았어요, 매어리? (그녀가 부른다) 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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