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막간극(20)
유진 오니일 극/ 실개천 번역
4막
장면- 약 7개월 후 다음 해 겨울 초저녁. 다시 교수의 서재. 책장 속의 서적들이 거의 손대지 않은 채 그것들의 엄숙한 배열에는 빈곳이 없지만 세상과 책들을 분리해 놓은 유리가 먼지로 뿌옇게 되어 책들로 하여금 흐릿한 유령 같은 특질을 갖게 한다. 이 방안의 다른 가구들이 흩어져 있음으로 인해 교수의 잘 정돈된 마음이 그것을 그의 성품에 맞게 더 이상 장식하고 있지 않음을 나타내 보여 주는 것처럼, 비록 그 테이블이지만 그것은 더 이상 교수의 테이블이 아니다. 그 테이블은 이제 신경에 관한 서적들로 가득하다. 원래 고전을 배경으로 볼 때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이고 마음을 혼란시키는 성공을 위한 마음의 훈련 등에 관한 논문들과 뒤섞여 있는 몇 권의 대영 백과사전이 책 위에 혼란스럽게 내팽겨져 있다. 이 책들의 제목은 모든 방면에 관한 것이고 그 밑에 있는 책들과는 전혀 관계가 없이 놓여 있다-그 결과 그것들은 관련된 의미를 갖고 있지 못하다. 테이블 위에는 잉크 병, 펜, 연필, 지우게, 타자 용지 한 상자가 흩어져 있고, 뒤로 밀어 재쳐 있는 의자 앞 중앙에는 타자기 한 대가 양피 덮개가 비스듬히 덮여 있는 채 놓여 있다. 테이블 옆 마루 위에는 넘치는 휴지통 하나와 몇 장의 종이, 그리고 무너져 가는 텐트처럼 타자기 고무 덮개가 있다. 흔들의자가 더 이상 중앙에 보이지 않고 테이블에 더욱 가깝게 끌어 당겨져 있으며 그것이 벤치의 등과 직접 닿아 있다. 이 벤치도 더욱 가깝게 끌어 당겨져 있지만 이제는 뒤쪽에 더 가깝게 놓여 있으며 반은 정면을 향하고 있고 그것의 뒷 부분이 모퉁이 문과 정면으로 향해 있다.
에반즈가 교수의 낡은 의자에 앉아 있다. 그는 타자를 쳐 오고 있음이 분명하거나 이제 막 타자를 치려 하고 있다, 왜냐하면 종이 한 장이 타자기에 끼어 있음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가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그는 필요 여부를 떠나 항상 불을 다시 붙인다, 그리고 그것을 질근질근 씹으며 이리 저리 돌려 물고 입에 넣었다가 내밀며 신경질적으로 연기를 내뿜는다. 그의 표정은 활기가 없으며 눈은 이리 저리 움직이고 어깨는 복종하듯 굽어 있다. 그는 훨씬 더 야위어 있고 얼굴은 처지고 야위어 있다. 대학생 복장은 더 이상 말쑥하지 않고 그것을 다리미질 할 필요가 있으며 그에게 너무 크게 보인다.
에반즈: (타자기로 몸을 돌려 일종의 목적 없는 절망감으로 몇 단어를 쳐 댄다.- 그리고 나서 환멸의 소리를 지르며 타자기에서 종이를 찢어내 구겨서 마루 바닥에 격렬하게 내던진다. 의자를 뒤로 밀고 벌떡 일어서면서) 빌어먹을!
(그가 방을 이리저리 걷기 시작하면서 파이프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고통스럽게 생각에 잠겨)
소용 없는 짓... 그런 것은 생각할 수도 없어... 그래, 누가 어쨌든 또 다른 분유에다 소설 광고를 생각할 수 있었을까?... 그런 모든 것들은 이미 써먹은 것들이지... 건조시킨 암말의 젖연구에 성공한 타타르 사람들... 뛰어난 과학자인 메치니코프... 죽도록 노력했지... 그렇지만 단순히 뭔가를 이룩해 내려고... 콜이 말하기를 자네 요즈음 어떻게 된 거냐?... 자네 시작은 그럴 듯 하던데... 자네가 진짜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했었는데, 자네가 한 일은 아무 것도 아니란 말이야...
(그가 가까이에 있는 벤치의 모퉁이에 어깨를 구부리고 앉는다- 실망하여)
그걸 부인할 수는 없었지... 우리가 그 여행으로부터 집에 돌아온 이래로 김이 빠져 버렸어... 아이디어도 없어 지고... 해고될 거야... 불모의....
(죄책감에 빠진 두려움으로)
여러 가지 면에서, 내 생각엔!...
(마치 이런 생각이 그를 찌르는 핀이라도 되는 것처럼 벌떡 일어선다- 그가 이미 불을 붙인 파이프에 불을 붙이면서 억지로 자신의 생각을 다른쪽으로 돌리면서 다시 이리 저리 걷는다.)
장인 영감이 그의 서재에서 내가 글을 쓰는 것에 대해 그가 무덤에서 심술이 난 모양이지... 아마 그게 내가 글을 쓸 수 없는 이유일 거야... 나쁜 영향을 끼친... 내일은 내 침대에서 노력해 봐야지... 잠자리에서 혼자만이...니나가 아픈 이래로... 여자가 아프다는 건... 내게 말을 안하려 한다... 너무 부끄러워서 일까... 아직도 남편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는데... 특이나 우리가 아이가 없을 땐... 5개월이 지났는데... 의사는 그녀에게 아이를 가져서는 안된다고 했다고 그녀가 말했다... 어떤 의사 였을까?... 그녀가 결코 말하지 않는다... 도대체 넌 어떻게 생겨 먹은 놈이기에 아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아냐... 그렇지만...
(절망적으로)
그녀가 진정으로 아팠기 때문이라고 확신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에 대한 싫증 때문이 아니면 좋으련만!...
(그가 낙담하여 흔들 의자에 주저 앉는다.)
분명히 그녀에게 커다란 변화가 생긴 거야... 그 당시 집을 방문한 이래로... 어머니와 그녀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그녀가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를 좋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떠날 때 두 사람 모두 울었다... 그런데 바로 그날 니나는 집으로 가자고 고집을 했고 어머니는 우리 둘을 보내려고 안달이 셨다... 그걸 이해할 수가 없단 말이야... 그 다음 몇 주 니나는 더할 나위없이 하루에도 수 없이 사랑스러웠고... 난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지... 그리고 나서 그녀가 무너졌다... 그녀가 임신을 기다리고, 바라는 긴장감으로...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그게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지... 내 잘못이야!... 네가 그것을 어떻게 알지?... 넌 그걸 알 수가 없을 텐데!...
(그가 다시 벌떡 일어선다- 마음이 산란하여 다시 이리 저리 걷는다.)
제발, 우리가 아이를 가질 수 있다면!... 그렇다면 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줄텐데!... 콜은 내가 재능이 있다고 말하곤 했으며, 네드 역시 그렇게 생각 했지....
(갑작스럽게 안심한 흥분으로)
저런, 내가 잊고 있었군!... 네드가 오늘 밤 오기로 했는데... 니나에게 말하는 걸 잊었으니... 그녀를 살펴 봐주기 위해 그를 내가 오게 했다는 걸 그녀에게 눈치채게 해서는 안되는데... 그가 우리 집에 오지 않은 이후로 그녀는 내가 자존심을 굽힌다고 날 미워했는데... 그렇지만 어쩔 수가 없었지... 이건 나를 성가시게 하는 일이니깐... 뭐가 잘못된 건지 알아야 하니깐... 그리고 네드는 내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고...
(그가 책상 앞에 있는 의자에 몸을 던져 종이 한 장을 집어들고 타자기에다 그걸 끼워 넣는다.)
저런, 시간이 되기 전에 이것에 대한 새로운 출발을 시도해 봐야지...
(그가 얼굴에 집중하는 긴장된 찌푸림으로 한 두 문장을 타이핑한다. 니나가 문을 통해 조용히 들어와 그를 바라보며 잠시 그 안에 서 있다. 그녀는 다시 여위었고 얼굴은 창백하고 축 늘어져 있으며, 동작은 극도의 신경과민으로 긴장된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