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낯선 막간극(33)/유진 오니일

김영관 2007. 7. 18. 18:29

               낯선 막간극(33)

                           

                      유진 오니일 극/ 실개천 번역
 

에반즈: (다정하게) 네드가 내게 말해 줬소- 비밀을- 그래서 나는 이렇게 기쁘다오, 여보! (그가 그녀에게 다시 키스를 한다.)

 

니나: (말을 더듬으며) 네드가 당신에게 말해줬다구요- 무엇을 말했는데요?

 

에반즈: (다정하게) 여보, 우리가 아이를 갖게 된다더군. 당신은 그 사람에게 기분 나빠할 것 없어요. 왜 당신은 내게 비밀로 하고자 했소? 그 사실이 나를 행복하게 하리란 걸 몰랐단 말이오, 니나?

 

니나: 그가 당신에게 우리가- 우리가- 당신이 아버지가 된다고-? (그리고 나서 갑자기 그로 부터 몸을 빼어 내며- 난폭하게) 네드! 네드는 어디 있지요?

 

에반즈: 잠시 전에 떠났소.

 

니나: (멍청하니) 떠났다고? 그를 불러요. 점심이 준비됐어요.

 

에반즈: 그는 가 버렸소. 그가 머물 수가 없다던데. 항해할 준비가 많다고 하던 걸.

 

니나: 항해라니?

 

에반즈: 그가 유럽으로 항해를 떠난다는 말을 당신에게 하지 않았소? 그가 1년 정도 연구하러 간다던데.

 

니나: 1년 정도라구요? (격렬하게) 그를 전화로 불러야겠군! 아니, 지금 내가 가서 그를 만나 봐야겠어요.

(그녀가 문쪽으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걸어간다. 고통으로 생각에 잠겨)
가자!... 그에게 가자!... 그를 찾아야 한다!... 내 사랑!...

 

에반즈: 그는 거기에 없을 거요. 그가 항해할 때까지 읍 밖에 사는 사람들을 방문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그와 연락이 안될 거라고 그가 말하던 걸. (걱정스러운 듯) 아니, 당신은 중요한 무슨 일로 그를 만나야 한단 말이오, 니나? 아마 내가 그가 있는 곳을 알아 볼 수도-

 

니나: (말을 더듬고 몸을 비틀거리며) 아뇨. (그녀가 히스테리한 웃음을 억누른다.) 아뇨, 아무 것도 아녜요- 중요한 일이 아니라구요- 전혀 중요한 일이 아니에요- 하-! (그녀가 또 한 차례 웃음을 억누른다- 그리고 나서 기절할 찰나에 힘없이) 샘! 나 좀 도와 줘요-

 

에반즈: (그녀에게 달려가서, 오른쪽 소파로 그녀를 부축해 데려 간다.) 불쌍한 당신! 누워서 쉬도록 해요. (그녀가 앉은 자세로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다. 그가 그녀의 팔을 문질러 준다.) 불쌍한 당신!

(기쁨에 넘친 기분으로 생각에 잠겨)
그녀의 상태.... 그녀의 상태로부터 이런 허약함이 온 것이리라!...

 

니나: (고통으로 생각에 잠겨)
네드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는 떠나 버렸다!... 영원히 떠나 버렸다!... 고오든처럼!... 아냐, 고오든처럼은 아니다!... 뱀처럼, 겁쟁이처럼!... 사기꾼!... 오, 난 그를 증오한다!... 오, 하느님 어머니, 제발, 내가 그를 증오케 하소서!... 그는 이걸 계획하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한 오늘도  그것을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격앙하여 생각에 잠겨)
참을 수 없어!... 그가 나를 영원히 샘에게 맡겨 버릴 생각인 모양이지!... 그리고 자기 아이를!... 그가 그래서는 안된다!...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샘에게 말해야 겠다!... 샘이 그를 증오하게 만들자!... 샘이 그를 죽이게 만들어야 겠다!... 샘이 네드를 죽이면 그를 사랑하겠다고 약속을 해주자!...
         
(갑자기 에반즈를 향하여- 격렬하게) 그가 당신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에반즈: (그녀의 팔목이 떨구어지도록 놔 두며- 놀라서- 말을 더듬거린다.) 당신 말은- 네드가 무엇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거요-?

 

니나: (똑같은 어조로) 네드가 당신에게 거짓말을 했다구요!

 

에반즈: (말을 더듬는다.) 당신이 그렇지 않단 말이요?- 아이를 갖게 됐다는 것-

 

니나: (격렬하게) 오, 그래요! 오, 가졌어요! 아이로부터 나를 아무도 떼어놓을 수 없어요! 당신은- 당신은- 내 말은, 당신이...
         
(고통 속에 생각에 잠겨)
그에게 그걸 말할 수가 없다!... 네드의 도움 없이는 그에게 말할 수가 없다!... 난 할 수가 없다!... 그의 얼굴을 보라!... 오, 불쌍한 새미!... 불쌍한 아이같은!... 불쌍한 철부지 같은 사람!...
         
(그녀가 그의 머리를 붙잡아 그녀의 가슴에 껴안으며 울기 시작한다. 흐느끼며) 내 말은, 당신이 그것에 관해 알아서는 안된다는 거예요, 새미.

 

에반즈: (즉시 다시 의기 양양하여- 다정스럽게) 왜? 당신은 내가 행복하기를 바라지 않소, 니나?

 

니나: 그래요- 바라고 말구요, 새미.

(서먹서먹한 기분으로 생각에 잠겨)
아이같은 사람!... 애같은 사람!... 그런 사람에게 아이를 낳아 준다!... 그런 사람을 미쳐 자살하게 해서는 안된다!...

 

에반즈: (생각에 잠겨)
그녀는 전에 나를 결코 새미라고 부르지 않았다... 누군가가 그렇게 부르곤 했는데... 오, 그래, 어머니가 그랬어...
         
(부드럽게 그리고 천진난만하게) 지금부터 계속 나는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요, 니나. 네드가 내게 말해 주던 순간 뭔가 중요한 일이 일어났구나 하는 직감을 했지! 내가 그걸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난 이제부터 당신에게 착한 사람이 될 거요, 니나! 전에도 내가 그런 말을 했던 걸 알고 있소, 그렇지만 그땐 내가 단지 우쭐대기 위함이었소. 내 자신을 단지 그렇게 생각해 달라는 시도에 불과했던 거요. 그렇지만 이제부터  내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뜻으로 그렇게 말하는 거요! (부드럽게) 그건 우리가 아이를 갖 게 될 것이기 때문이요, 니나. 아이 없이는 당신이 결코 날 진심으로 사랑할 수 없다는 걸 난 알고 있었소. 그게 당신이 들어 올 때 내가 무릎을 꿇고 있었던 이유라오. 난 하느님께 감사하고 있었소- 우리 아이를 갖게 해 준 것에 대해!

 

니나: (몸을 떨면서) 새미! 불쌍한 아이 같은 사람!

 

에반즈: 네드가 다시 돌아 왔을 때 우리 두 사람이 행복해 있는 걸 보고 싶다고 말합디다- 우리 아이를 통해서. 그는 내가 당신에게 그렇게 말해 달라고 하더군. 이제 당신은 행복하게 될 거요, 안 그렇소, 니나?

 

니나: (상심하고 지쳐서) 당신을 행복하게 해 주겠어요, 새미.

(그가 그녀에게 키스를 하고 그의 머리를 그녀의 가슴에 묻는다. 그녀는 그의 머리 너머로 앞을 응시한다. 그녀는 더 늙어 보인다. 그녀가 마치 뭔가 삶의 내면의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하면서 생각에 잠겨)
네드의 아이가 아니다!... 샘의 아이도 아니다!... 내 아이다!... 거기에!... 다시!... 내 아이가 살아 있음을 난 느낀다... 내 생명 속에 움직이고 있는... 내 아이 속에서 내 생명이 살아 있음을... 내가 꿈꾸는 조류 속에서 숨을 쉬며, 그리고 내 꿈이 다시 조류로 되돌아 오는 걸 호흡한다... 하느님은 어머님이시다...
         
(그리고 나서 갑자기 고통스러워 하며)
오, 여러 날의 오후들... 당신과 황홀했던 그 사랑의 오후들, 내 사랑... 당신은 사라졌어요... 나로부터 영원히 사라졌다구요!...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