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막간극(34)
유진 오니일 극/ 실개천 번역
2부
6막
장면- 약 1년이 조금 지난 어느 날 저녁- 같은 장소. 방은 놀라울 만큼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곳은 체계가 잡힌 유형의 사람이 이제는 분명히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안락하고 가정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적절한 행복의 자랑스러운 분위기를 이 집은 지니고 있다.
저녁 식사 직후이다- 8시경이다. 에반즈가 왼쪽 테이블에 앉아서 신문의 큰 글씨들을 훑어보며 여기 저기 기사들을 읽고 있다. 니나가 중앙의 의자에 앉아서 조그만 스웨터를 뜨개질 하고 있다. 마아즈든이 오른쪽 소파에 앉아서 정독하고 있는 체 하며 책 한 권을 들고 있으나, 에반즈와 니나를 신기한 듯 흘낏 흘낏 쳐다보고 있다.
에반즈에게 놀랄만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는 더욱 건장해지고, 걱정과 자의식적인 열등감의 수척해진 표정이 그의 얼굴에서 사라졌고, 충만함과 건강함, 그리고 만족감이 보인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목적에 대해 돌진해 가는 자신감이 그에게 단호하고 결심 굳은 표정으로 나타나 있는데, 그것은 성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이다. 그는 성숙해 있고 이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발견했다.
니나의 변화도 역시 감지된다. 그녀는 눈에 띄게 늙게 보이고, 전에 고통을 받은 흔적이 얼굴에 나타나 보이지만, 현재의 만족감과 침착함의 표정이 또한 감돌고 있다.
마아즈든은 훨씬 더 늙어 보인다. 그의 머리칼은 백발이고, 표정은 체념으로 사그라져 버린듯한 깊은 슬픔의 표정이다. 그는 어두운 색깔의 티없이 깨끗한 트위드 천옷을 입고 있다.
니나: (생각에 잠겨)
아이의 방에 바람이 새어 들어 오지는 않는지 궁금하군... 아마 내가 가서 닫는게 더 좋지 않을까?... 오, 그대로가 더 괜찮을 것 같은데... 아이가 신선한 공기가 많이 필요하겠지... 어린 고오든... 아이가 내게 고오든을 상기시켜 준단 말이야... 그의 눈에 어떤 것이... 나의 낭만적인 상상일까? 네드가 그렇게 말했지... 왜 네드는 지금까지 편지 한번도 쓰지 않을까?... 그가 편지를 안 보내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몰라... 그가 내게 얼마나 고통을 주었는가!.... 그렇지만 나는 그를 용서한다... 그가 내게 아이를 잉태시켜 주었다... 아이는 분명히 그를 닮지 않았다... 모두가 그는 샘을 닮았다고 말한다... 얼마나 불합리한 일인가!... 그렇지만 샘은 훌륭한 아버지 이다... 그는 작년부터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난 그를 도왔다... 그는 내게 모든 것에 대해서 묻는다... 이제 난 그에게 진정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 나는 거부감 없이 내 자신을 줄 수가 있다.... 나는 그를 행복하게 해 주고 있다... 내가 그를 행복하게 해 주고 있다고 그의 어머니에게 편지를 썼다... 그녀에게 그렇게 편지를 쓸 수 있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얼마나 이상하게 일들이 진행되었는지!... 모두에게 다 잘된 일이다... 난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난 기분이 좋다...
(그녀가 이상하게 미소를 짓는다.)
마아즈든: (생각에 잠겨)
대단한 변화이다!... 내가 지난 번 여기 왔을 때 분위기는 타락스러웠다... 다렐... 그가 그녀의 연인이라고 난 확신했었다... 그렇지만 나는 병적인 상태였다... 다렐은 왜 도망쳤을까?... 만약 니나가 다렐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샘에게 이혼해 달라고 할 수도 있었는데... 그리고 나서 그녀가 그를 사랑할 수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녀가 샘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 다렐의 사랑은 배신처럼 보였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떠나보내 버렸다... 그게 그렇게 되었음에 틀림없다...
(만족스럽게)
그래, 이제 그걸 똑바로 알겠어...
(경멸스런 동정으로)
불쌍한 다렐... 난 그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지만, 내가 그를 뮌헨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그에게 동정심을 가졌다... 그가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절망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나서 우울하게)
내가 도망쳐 버린 것은 그 사람만큼 성공적이었다... 마치 사람이 자신의 기억을 뒤에 남겨 둘 수 있는 것처럼!... 난 어머니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유럽의 모든 도시마다 망령처럼 나를 따라 다녔다...
(그리고 나서 화를 내며)
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1년이 넘도록 단 한 줄도 글을 못썼으니!... 나의 독자들은 나를 망각하게 될 것이다!... 어제 어떤 작품에 대한 구조가 내게 떠올 랐다...내 정신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한다... 고맙게도, 내가 잊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후회스럽게)
아니, 난 당신을 잊고 싶지 않아요, 어머니!... 그렇지만 내가 기억하게 해주세요... 고통 없이!...
에반즈: (서류 페이지를 넘기며) 이 나라가 전에 겪었던 어느 때보다도 가장 큰 호황기를 누릴 것이요, 아니면 내 짐작이 틀리던가, 니나.
니나: (매우 심각하게) 당신 그렇게 생각하세요, 세미?
에반즈: (단정적으로) 확신하는 바요.
니나: (모성적인 자부심과 즐거움으로)
여보 샘... 난 이렇게 자신감에 찬 사업가를 아직도 전혀 믿을 수가 없군요... 그렇지만 그가 그걸 증명해 보이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어... 그가 더 많은 돈을 요구했고 그들은 의심하지 않고 그에게 돈을 주었다... 그들은 그를 데리고 있고 싶어 안달이다.... 그들은 그를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가 얼마나 일에 열심인지!... 나와 내 아이를 위해서!...
에반즈: (서류 페이지 너머로 몰래 마아즈든을 바라보면서)
찰리의 어머니가 150만 달러를 저축해 두었음에 틀림 없다... 그는 정부 채권에 그 돈을 쓸데없이 투자하려 하고 있다... 내가 그에게 나를 좀 도와 달라고 제안하면 무엇이라고 말할 지 궁금하군?... 그는 항상 친절한 관심을 갖고 있었지... 음, 어쨌든 한 번 이야기 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다루기 쉬운 동업자가 될 수 있을 테니깐...
마아즈든: (의아스럽다는 듯 에반즈를 바라보며)
샘은 사람이 많이 달라졌어!... 옛날의 그가 더 좋았는데... 하찮은 존재였지만 예민한 성격이었어... 지금은 그가 거칠어 졌고... 약간은 성공을... 오, 그는 반드시 성공할 거야... 이런 부류의 사람은 지구 전체를 유산으로 물려 받아 그걸 탐내고, 그들의 식욕없는 식도에다 꾸역꾸역 먹어 치울 것이다!... 그러면 그는 행복해 할 것이다!... 실질적인 행복!... 그는 니나를 소유하고 있다... 예쁜 아이... 안락한 가정... 슬픔도 없고 비극적인 기억들도 없는... 그런데 나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다!... 게다가 극도의 고독함!...
(슬픈 자기 연민으로)
어머님이 살아 계신다면!... 내가 어머니를 잃은 게 얼마나 마음 아픈지!... 나의 외로운 가정... 이제 나를 위해서 누가 집을 돌봐 줄 것인가?... 집은 동정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난 일을 할 수가 없다... 제인에게 편지를 써야 한다... 그녀는 아마 매우 기뻐할 것이다...
(니나를 향해서) 캘리포니아에 있는 내 누이에게 편지를 써서 그녀에게 와서 나와 함께 살자고 부탁할 생각이오. 그녀의 막내 딸이 결혼해서 그녀는 지금 혼자거든, 그리고 그녀는 돈이 거의 없거든. 그리고 그녀와 유산을 함께 소유하는 한 내 손은 묶여 있거든. 어머님의 유언에 의하면 그녀에게 한푼이라도 주게 되면 유 산이 중단 되거든. 어머니는 제인의 결혼에 대해 아픈 감정을 결코 극복하지 못하셨소. 어떤 면에서는 어머니가 옳았소. 제인의 남편은 가진 게 별로 없었소- 가족도 지위도 능력도- 그래서 나는 그녀가 그 사람과 행복할 수 있을까 의심했소. (냉소적으로) 그건 꿈만 먹고 사는 사랑의 결합 중의 하나였다고나 할까?
니나: (미소를 지으며- 놀리듯) 당신은 사랑 놀이를 할 위험은 없겠구려, 안 그래요, 찰리?
마아즈든: (움찔하며- 생각에 잠겨)
그녀는 어떤 여자도 나를 사랑할 가능성을 믿지 않는구나!...
(통렬하게) 난 결코 그런 종류의 바보로 만들지 않을 거라고 자신하오, 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