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이상한 막간극(41)/유진 오니일

김영관 2007. 7. 18. 19:43


 
           낯선 막간극 (41)

               

                         유진 오니일 극/ 실개천 번역

 

에반즈: (세 남자들이 그녀 쪽으로 돌아서면서- 걱정스럽게) 니나? 무슨 일이요?

 

니나: (대단한 노력으로 그녀 자신을 억누르며 그에게 다가 온다-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애정있게 그녀의 팔로 그를 감싸 안으며) 아무 일 없어요, 여보. 신경과민, 그게 전부예요. 내가 너무 지쳐 있는 모양이에요.

 

에반즈: (그녀에게 명령하듯이- 사랑스러운 권위로) 그렇다면 어서 침대로 가시오, 젊은 숙녀 양반! 우리가 이해하리다.

 

니나: (이제는 조용히 그리고 침착하게) 그럴께요, 여보. 쉬어야 겠어요. (그녀가 사랑했던 고오든에게 키스를 하기 위한 것처럼 그에게 키스를 한다- 애정있게) 좋은 밤 되세요, 멋진 양반, 당신!

 

에반즈: (깊은 다정함으로) 잘 자요, 여보.

 

니나: (그녀가 가서 자신의 아버지에게 하듯 찰리의 볼에 의무적으로 키스를 한다- 애정있게) 안녕히 주무세요, 찰리.

 

마아즈든: (그녀 아버지 태도의 기미를 보이며) 착한 소녀로군! 잘 자요, 아가씨.

 

니나: (그녀가 가서 연인에게 하듯 다렐의 입술에 사랑스럽게 키스를 한다.) 잘 자요, 네드.

 

다렐: (고마운 겸허로 그녀를 바라본다.) 고맙소. 잘 자시오. (그녀가 돌아서서 조용히 방을 걸어 나간다. 세 남자들의 눈이 그녀를 뒤따른다.)
         
                                          (막이 내린다.)


                            7막

 장면- 거의 11개월 후. 뉴욕시의 파크 아베뉴에 있는 에반즈 아파트의 거실- 니나의 착한 성품에 기여하는 방. 그 방은 크고 햇볕이 잘 드는 방이며, 비싸지만 지극히 단조로운 가구들이 갖추어져 있다. 보여지는 가구의 배열은 더욱 많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 장면과 같다. 두 개의 의자가 왼쪽 테이블 옆에 있다. 중앙에 더 작은 테이블이 있고, 하나의 긴 의자가 있다. 크고 웅장하게 생긴 안락한 소파가 오른쪽에 있다. 
 초가을 어느 날 오후 1시경이다. 니나와 다렐, 그리고 그들의 아들 고오든이 방안에 있다. 니나가 그녀 곁에 앉아서 책장을 넘기며 앉아 있는 고오든을 바라보며, 긴 의자에 기대 비스듬히 앉아 있다. 다렐은   니나를 바라보며 왼쪽 테이블 옆에 앉아 있다.
   니나는 35세의 나이로 여성으로는 완숙기에 접어 들었다. 그녀는 앞장면보다 더욱 체중이 줄었다. 그녀의 피부는 아직도 여름 햇�에 그을은 흔적이 남아 있어서 분홍색으로 나타난다. 그렇지만 극의 처음 막에서처럼 이런 내면에는 대단한 정신적인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 번 더 보면 그녀의 얼굴에 많은 주름살이 생겼음을 알 수가 있다. 그녀의 눈은 고요 속에 비극적인 슬픔이 있고, 표정은 굳어져 가면을 쓴 것 같다.
  고오든은 11살이다- 이 나이에서 까지도 운동선수의 자태를 지닌 건강한 소년이다. 그는 실제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인다. 그의 얼굴에는 우울한 표정이 감돌고 있다. 그의 눈은 성미 급한 민감성이 가득하다. 그는 눈에 띨 만큼 어머니를 닮은 것은 아니다. 그는 전혀 자신의 아버지를 닮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본 어떤 사람과도 다른 계통으로부터 출생한 것처럼 보인다.
  다렐은 매우 나이 들어 보인다. 그의 머리카락은 백발이 섞여 있다. 그의 얼굴은 약간 쳐졌고 눈 밑으로 살쪄 있다. 그의 특성이 흐릿해져 보인다. 그는 자신의 삶과 관련이 있었던 분명한 목적이나 야망이 없는 사람의 표정을 지니고 있다. 그의 눈은 고통받고 있으며, 냉소적인 무관심의 자세 이면에 내적인 자기 분노가 감추어져 있다.

 

고오든: (놀라 생각에 잠겨- 화가 나서)
다렐 아저씨가 여기에 없으면 좋겠다!... 왜 내 생일날 내 마음대로 놀지 못하게 할까?... 별 일 있어도   그를 여기에 못 오게 해야겠다!... 무엇 때문에 그가 항상 우리 집에 와서 맴돌까?... 왜 그가 다시 옛날처럼 여행을 떠나지 않는 것일까... 지난 번 그가 1년 이상 떠나 있었는데... 그가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 왜 어머니는 그를 저토록 좋아할까?... 어머니가 나를 우울하게 한다!... 어머니가 그에게 싫증이 나서 그에게 꺼져 버리라고 말하고 다시는 오지 말라고 했으면 좋겠다!... 내가 좀 더 나이가 들었다면 그를 발로 차서 쫓아 내버릴 텐데!... 그가 내게 어떤 생일 선물도 가져오지 않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할 수 있는 맨 첫번째 기회가 있다면 그것을 내팽쳐 버리고 싶다!...

 

니나: (그를 바라보며- 사랑스러운 온화함으로 생각에 잠겨- 슬프게)
더 이상 내 아이가 아니다... 나의 꼬마 신사... 11살...             믿을 수가 없군... 내가 35살이라... 5년 더 지나면... 40살이면 여성은 삶이 끝난다... 삶이 그녀 곁을 스친다...그녀는 평화롭게 늙어 쓸모 없어진다!...
         
(강렬하게)
나는 평화롭게 늙어 가리라!... 행복을 위한 투쟁에 싫증이 난다!...
         
(자신에 대해 뒤틀린 즐거움으로 미소를 지으며)
내 아들의 생일날에 얼마나 고마움을 모르는 생각인가!... 그에 대한 나의 사랑은 행복이었다... 그가 얼마나 잘 생겼는가!... 전혀 네드를 닮지 않은... 내가 그를 낳았을 때 나는 네드를 잊기 위하여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그가 고오든처럼 되기를 바라며... 그래서 그가... 불쌍한 네드, 나는 그로 하여금 매우 고통을 받게 했다...!
         
(그녀가 다렐을 넘겨다 본다- 자기 조롱투로)
내 사랑!... 지금은 매우 드물게, 열정의 그 막간극들... 무엇이 우리를 이 모든 세월동안 얽어 매고 있는가?...사랑?... 내가 그에게 줄 수 있는 것으로 그가 만족할 수만 있다면!... 그렇지만 그는 항상 더 많은 것을 원해 오고 있다... 그렇지만 모두 갖거나 아니면 전부를 거절하겠다고 주장할 만한 용기를 그는 결코 갖고 있지 못하다... 전혀 자랑할 것도 없는 자부심!... 그는 적은 고마움과 쓰라린 고통으로 자신의 안락을 위해 나를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나를 공유하는 것이 그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고통스럽게)
아니다, 난 자신을 비난할 수가 없다!... 어떤 여자도 삶의 목적을 갖고 있지 않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 수가 없다!... 왜 그가 자신의 직업을 포기했는가?... 내가 그를 나약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화가 난 경멸로)
아니다, 그에게 면박을 주어서 생물학을 시작하고 앤티구아의 그 부서를 맡으라고 한 사람은 바로 나였다... 만약 내가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매년 내 곁을 맴돌기만 했을 텐데...
         
(화가 나서)
왜 그가 그토록 오래 머무르는가?... 6개월이 넘도록... 나는 더 이상 그렇게 오랫동안 내 주변에 그를 머무르게 하는 것이 견딜 수가 없다!... 왜 그가 서부 인디아로 돌아가지 않는가?... 나는 항상 그가 돌아온 다음에 잠시 샘이 죽거나, 아니면 그가 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무서운 느낌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