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너머(6)
유진 오니일 작/실개천 번역
매이오: ( 그들의 항의를 물리치며) 저애- 저 아이는 그걸 알고 있어.
앤드류: ( 얼굴이 붉어지며) 언쟁하지 않겠어요, 아버지. 마음대로 나쁘게 생각하세요.
매이오: ( 차가운 분노로 앤디에게 손가락을 가로 저으며) 내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넌 알고있
어- 그게 네가 화내기를 두려워하는 이유이기도 하고!떠나고 싶다고 네가 말할 때 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다- 넌 알고 있어! 넌조금도 떠나고 싶지가 않아. 난 네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 봐 왔다, 그래서 너의 방식을 알지, 그리고 그게 내 방식이기도 하지. 떠난다면 넌 매우 후회하게 될 거다. 네가 떠 날려는 진짜 이유를 모를 줄 아니! 그래서 도망간다는 말이 거기에 꼭 맞는 말이 되겠구나. 넌 도망을 치려는 거다, 네가 여자에게 채어 화가 나니깐 그리고 바로 네 친동생이 너 대신에 루스를 차지하게 되니깐 말이다, 그리고-
앤드류: ( 그의 얼굴이 새빨개지며-긴장해서) 그만 하세요, 아버지! 더 이상 참고 들을 수가 없어요- 아무리 아버님이라 해도!
매이오 부인: ( 앤디에게 뛰어가서 그를 보호하듯이 껴안으며) 상관 마라, 앤디야. 아버님이 그런 뜻으로 말씀한 게 아닐 거다! (로버트가 고통스러워 얼굴을 찡그리고 팔짱을 낀 채 빳빳이 서 있다. 스코트가 할 말을 잊은 채 입을 벌리고 앉아 있다. 앤드류는 눈물을 쏟으려는 어머니를 달랜다.)
매이오: ( 화가 치밀어) 그 말이 맞지, 앤디 매이오! 그러니 넌 부끄러움으로 고개 숙여 그걸 생각 해봐야 한다!
로버트: ( 항의하듯이) 아버지!
매이오 부인: (앤드류로 부터 남편 쪽으로 오면서; 남편이 일어섰던 의자로 밀어 앉히려는 듯 손을 그의 어깨 위에 얹는다.) 진정 하세요, 제임스? 제발 진정 하세요?
매이오: ( 아내의 어깨 너머로 앤드류를 쳐다보면서-고집스럽게) 사실이지- 그게 사실이란 말이다.
매이오 부인: 쉬-위-이! ( 그녀가 손가락으로 남편의 입을 막으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제쳐 피한다.)
앤드류: ( 자신의 통제력을 회복하여) 잘못 생각하셨어요, 아버지, 그건 사실이 아녜요. ( 도전적인 주장으로) 난 루스를 사랑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그런 생각을 결코 못했을 뿐이라구요.
매이오: ( 믿을 수 없다는 듯 성난 코방귀를 뀌며) 흥! 거짓말에 또 거짓말을 보태는군!
앤드류: (화가 나서-격렬하게) 그와 같은 터무니없는 이유 때문이라는 것 이외에는 이런 축복 받은 농장을 떠나고자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줄 거리가 없으신 모양이군요. 그러나 난 이 농장이 진절머리가 나도록 싫다구요- 아버지가 믿고 싶어하던 말던- 그게 내가 떠날 기회를 갖게 된것을 기뻐하는 거라구요.
로버트: 앤디! 그러지 마!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야.
앤드류: ( 화가 나서) 상관없어. 여기에서 내 몫의 일은 했어. 내가 원하면 그만 둘 수 있는 권리가 있다구. ( 갑작스럽게 분노와 슬픔에 사로잡혀; 더욱 강하게) 이 따위 일에 진절머리가 나고 싫증이 난다구요. 이 농장 곳곳이 다 싫다구요.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하고 먼지를 뒤집어쓰며 땅을 파고 뙤약볕에서 땀을 흘리는 게 넌더리가 난다구요. ( 그의 눈에는 분노의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하며-쉰 목소리로) 난 몹시 지쳤다구요; 만약 딕 삼촌의 배에 날 승선시켜 주지 않으면 다른 배를 알아 보겠어요. 어떤일이 있어도 떠날 거예요.
매이오 부인: ( 겁에 질린 목소리로) 쟤 말에 대꾸 말아요, 여보. 저 애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는지 모르고 있어요. 제 정신이 들 때까지 말대꾸하지 말아요. 제발, 제임스, 그렇지 말아요.
매이오: ( 그녀를 밀어 재낀다. 그의 얼굴은 격정으로 찡그려 있고 창백하다. 그는 앤드류를 증오 듯이 쳐다본다.) 네가 감히- 네가 감히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네가 태어났던 이 농장- 매이오 농장-에 대해- 네가- 네가 그렇게 말하다니. ( 그가 주먹을 쥐어 머리에 쳐들고 앤드류에게 위협적으로 달려든다.) 이 빌어먹을 망나니 자식!
매이오 부인: ( 비명을 지르며) 여보 제임스! ( 그녀가 손으로 자 신의 얼굴을 가리며 매이오의 의자에 힘없이 주저 앉는다. 앤드류는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진 채로 움직이지 않고 서 있다.)
스코트: ( 일어서기 시작해서 매이오를 향해 테이블을 가로 질러 팔을 내 뻗는다.) 진정 하세요, 짐!
로버트: ( 아버지와 형 사이로 몸을 던지며) 그만들 하세요! 모두 미쳤어요?
매이오: ( 로버트의 팔을 붙잡아 밀어낸다- 그리고 나서 앤드류 앞에 잠시 숨을 헐떡이며 서 있다. 그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킨다.) 그래- 가거라!- 떠나 버려!- 넌 자식이 아니다- 단연코 아들이 아니란 말이다! 원한다면 지옥에라도 가 버려라! 집에서 널 보지 않도록 하거라-아침에-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난 널 쫓아 내 버릴 거다!
로버트: 아버지! 제발! ( 매이오 부인이 소리내어 흐느낀다.)
매이오: ( 조리가 서지 않는 말투로) 난 갈 거요- 잠자리에, 케이티. 늦었군, 케이티- 밤이 늦었어. ( 그가 나간다.)
매이오 부인: ( 남편을 따라가며 히스테리칼하게 애원한다.) 여보! 당신이 앤디에게 했던 말 취소 하세요. 여보! ( 그녀가 따라 나간다. 로버트와 선장은 당황한 눈빛으로 그들 모습을 응시한다. 앤드류는 꼭 쥔 주먹을 옆구리에 붙이고 똑바로 앞을 응시한 채 빳빳이 서 있다.)
스코트: ( 마음을 가다듬은 맨 처음의 사람이 되어-한숨을 내쉬며) 저런, 화가 났을 땐 저 양반이 제 정신이 아니야! 아버지가 그토록 아끼는 농장에 대해서 너도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는게 아니야,
앤디. ( 한번 더 한숨을 쉬며) 네 아버지가 화나서 한 이야기 신경 쓸 것 없다. 조금 진정되면 미안해하실 거다.
앤드류: ( 풀죽은 소리로) 삼촌은 아버지를 몰라서 그래요. ( 반항스럽게) 한 번 엎질러 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있나요; 그래서 난 선택했어요.
로버트: ( 격렬한 항의로) 앤디! 가지 마! 이건 멍청한 짓이야- 그리고 소름끼치는 일이라구!
앤드류: ( 냉정하게) 잠시 네게 이야기를 해야겠다, 로브. ( 형의 태도에 눌려 로버트는 의자에 주저앉는다. 그는 머리에 손을 얹고 있다.)
스코트: ( 다가와서 앤드류의 등을 찰싹 친다.) 네가 배를 타겠다니 기쁘구나, 앤디. 난 네 기백이 마음에 든단다, 그리고 네가 아버지에게 말하는 태도도 그렇고 말이다.( 목소리를 낮추어 조심스러운 속삭임으로) 바다는 멍청한 사람이 아닌 너같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것이지. ( 그는 최종적으로 동의를 보이는 뜻으로 앤드류를 토닥 거린다.) 너와 나는 마치 쌍둥이처럼 잘 지낼 수 있을 거다, 어디 두고 보자. 난 자러 가겠다. 네 소지품 꾸리는 것 잊지 마라. 그리고 가능하면 한 숨 자둬라. 식구들이 일어나기 아주 일찍 전에 떠나고 싶다. 더 이상 논쟁은 그만 둬라. 로버트는 읍내까지 우리를 마차로 실어다 주고 가 거라. ( 그가 뒷문으로 해서 왼쪽으로 간다.) 모두 잘 자거라.
앤드류: 잘 주무세요. ( 스코트가 나간다. 형제는 잠시 말이 없다. 그리고 나서 앤드류가 동생에게 다가 와 그의 등에 손을 얹는다. 그는 감정이 충만된 낮은 목소리로) 힘내거라, 로브. 엎질러 진 우유를 놓고 울어 봤자 소용없다, 그리고 모든 일이 잘 될 거다- 그러길 바라자. 어쩔 수 없잖니- 이미 벌어진 일인데.
로버트: ( 사납게) 그러나 그건 거짓 말이야, 앤디, 거짓말이지!
앤드류: 물론 그건 거짓말이지. 그게 거짓말인 줄은 너와 내가 알고 있지- 그러나 그렇게들 알고 있어야 해.
로버트: 아버진 형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 오, 모든 일이 아주 어처구니없게 되 버렸어- 비극적 이라구. 왜 형이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어?
앤드류: 그것을 묻는 네가 더 잘 알걸.( 사납게) 넌 그 이유를 알 거다. 난 너하고 루스가 이 세상의 모든 행운을 다 성취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도 그래야 겠지, 게 내 바램이다. 그러나 넌 내가 이곳에 머물러 있으면서 너희 둘을 매일 매일 - 나 혼자서 지켜 봐 주기를 기대하지 마라. 그걸 난 견딜 수가 없단다- 이곳에서 꿈꾸어 왔던 계획이 결국 아닌 -( 그의 목소리가 중단된다) 그녀가 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생각 말이다.
로버트: ( 그의 손으로 형의 팔을 잡으며) 제발! 무서운 일이야! 난 엄청난 죄의식을 느낀다구-내가 형의 고통의 원인이라는 생각을 하면, 오랜 세월 우리는 친구처럼 지내 왔는데. 만약 앞일 을 예상할 수 있었다면, 맹세코 내가 루스에게 그런 말을 결코 하지 않았을 텐데. 맹세코 안했을 텐데, 앤디!
앤드류: 네가 그렇지 않을 줄 안다; 그런데 그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을 거다, 루스가 그 당시에 통스러워 했을 테니깐. ( 그가 동생의 어깨를 토닥거린다.) 아주 잘 된 일이다. 그래야 돼, 그 래야 내가 바다로 나갈 수가 있으니까, 만사 잘 된 거 아니냐. 아버지는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아시게 될 거다-세월이 지나면-( 로버트가 고개를 흔들자) - 그런데 만약 아버님이 그렇지 못하시면- 음, 그렇담 어쩔 수 없지.
로버트: 어머니를 생각해 봐! 제발, 앤디, 가지마! 가면 안돼!
앤드류: ( 격렬하게) 난 가야 한다- 떠나가야 돼! 네게 말하고 싶은 건 난 가야 한다는 거다. 조롱 당했다는 걸 생각하면서 이곳에 있으면 난 미쳐 버릴 거다. 난 떠나서 할 수만 있다면 잊으려고 노력할 거다. 그리고 설령 내가 여기 머물러 있다 하더라도 농장을 증오할 거다, 농장이 내게 주는 것들을 증오하게 될 거란 말이다. 나는 더 이상 농장에 관심이 없다, 그리고 목적도 없이 일하고 싶지도 않구말이야. 그게 어떤 건지 너 모르겠니? 너도 역시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로브. 내 대신 네가 하는 거다, 그리고 내가 그녀를 계속 사랑하고 있다는 걸 명심해라, 그러니 내가 남아서 할 수 없을 만큼 그녀를 사랑해 줘라. 그게 너나 그녀를 위해서 옳은 일이 아니겠니? 내 자리에 네가 있는 거다.( 그가 동생의 어깨를 격렬하게 흔든다.) 그렇지 않음 넌 어떻게 하려는 거냐? 내게 사실대로 말 해봐라! 넌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로버트: ( 숨이 막혀) 내가- 내가 가겠어, 앤디! ( 그가 손에다 얼굴을 묻고 어깨가 흔들릴 정도로 흐느낀다.) 하느님!
앤드류: ( 갑자기 몸 전체에 긴장이 풀리는 듯-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그렇담 넌 내가 떠나려는 이유를 알겠구나; 그러니 이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로버트: ( 격렬한 반발로) 왜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야만 하 지? 빌어먹을! ( 그가 사납게 주변을 돌아본다, 마치 그의 복수심이 책임지어야 할 운명을 찾고 있듯이.)
앤드류: ( 달래려는 듯- 다시 동생의 어깨 위에 손을 얹고) 더 이상 소동 피워 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로브. 엎질러진 물이다. (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내 생각엔 구스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해야 할 권리가 있다고 본다. 그녀는 선택을 잘한 거다- 하느님께서 그 선택에 대해 그녀에게 축복을 내리실 거다!
로버트: 앤디! 오, 난 형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 하는지를 형이 조금만이라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앤드류: ( 재빨리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그만 둬라! 잠자리에 들어야지. 동이 트기 훨씬 전에 난 일어나야 하니까. 우리를 실어다 주려면 너도 마찬가지 일거고.
로버트: 그래. 알았어.
앤드류: ( 램프 불을 줄이며) 그런데 난 아직도 꾸려야 할 것들이 있다. ( 극도의 피곤함으로 하품을 한다.) 쉬지 않고 24시간 동안 쟁기질을 한 것만큼 피곤하구나. ( 힘없이) 피곤해 죽겠다. 로버트가 다시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앤드류는 생각을 털어버리려는 듯 머리를 흔든다, 그리고 유쾌한 마음이 되려는 어색한 노력을 하면서 계속 짐을 꾸린다.) 불을 꺼야겠다. 가자. (그가 동생의 등을 친다. 로버트는 움직이지 않는다. 앤드류는 허리를 구부려 램프를 불어 끈다. 그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 온다.) 슬퍼하지 말고 그만 일어나라, 로브. 모든 게 씻겨진듯 잊혀질 거다. 어서 와 자자. 결국 만사가 다 잘 될 거다. ( 로버트가 비틀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형제의 어두운 형체가 뒤쪽 문간을 향해 더듬거리며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