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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11)/ 유진 오니일

김영관 2007. 8. 6. 20:06

 
 
        수평선 너머(11)

      

                       유진 오니일 작/실개천 번역


로버트: 상관없어.

 

앤드류: 오늘 아침 루스와 함께 농장을 한 바퀴 돌아 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더라-( 회피하듯) 이곳 상황이 안 좋아 졌더구나; 그러나 네 잘못은 아니다. 불운이 따를 땐-

 

로버트: 그만, 앤디! 그건 내 잘못이야. 나 못지 않게 형도 잘 알 걸. 기껏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 봤자 겨우 타산 맞추는 것 뿐이야.

 

앤드류: ( 잠시 말이 없다가) 난 천 달러 이상을 저축했다, 네가 그걸 가져도 좋다.

 

로버트: ( 단호하게) 아냐. 형이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사업 시작하는데 그 돈이 필요해.

 

앤드류: 난 필요 없다. 난 할 수-

 

로버트: ( 결연하게) 아냐, 앤디! 절대 안돼! 듣고 싶지 않아!

 

앤드류: ( 이의를 제기하듯) 이 고집불통 같으니라구!

 

로버트: 오, 수확 이후에는 괜찮아 질 거야. 걱정 마.

 

앤드류: ( 회의스럽게) 그렇겠지. ( 말이 없다가) 모든 게 다 잘 되는 걸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아버님이 참 안됐다. ( 감정에 사로잡혀) 매우 마음이 아팠단다- 아버님이 돌아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아버진 나에 대해- 결코 마음을 누그려 뜨리지 않으셨지, 그렇지?

 

로버트: 그게 더 나은 길이었다는 걸 아버님은 이해 못하셨던 거야. 이젠 이해하실 걸.

 

앤드류: ( 잠시 말이 없다가) 그 모든 걸 넌 다 잊었을 거다- 내가 떠나가야 했던 이유를, 그렇지, 로브? ( 로버트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얼굴을 회피한 채 이다.) 그당시 나는 너 보다 더 보잘 것 없는 바보였다. 그러나 내가 떠나야 했던 것은 하느님의 뜻이었지. 그게 내가 얼마난 바보였나에 대해 눈을 뜨게 해 주셨단다. 그렇지만 난 바다에 나간 지 6개월도 못 돼서 그 모든 것을 다 잊어 버렸단다.

 

로버트: ( 고개를 돌려 앤드류의 눈을 날카롭게 쳐다본다.) 형이 지금 루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앤드류: ( 당황해서) 그래, 네가 잘못된 생각을 갖지 않았으면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아무 말도 안하려 했어. ( 로버트를 똑바로 쳐다보며) 내가 오래 전에 잊어 버렸다고 말했을 때 네게 진실을 말하고 있었던 거다. 내가 어떤 것을 그렇게 쉽게 극복했다고 하는 게 잘 믿어지지 않겠지만, 그러나 난 나를 지배하고 있었던 어린애 같은 생각 이상은 결코 아니었다는 거다. 난 분명 사랑에 결코 빠져 있지 않았다는 거다- 내가 사랑에 빠져 있었다는 생각을 통해서 즐거움을 갖기도 했었지만 말이다- 나는 나 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 거란 말이다. ( 안심의 큰 한숨을 내 쉬며) 이 봐! 정말, 흉금을 털어 놓으니 기쁘구나.  집에 온 이래로 너희 두 사람에 대해 생각하면서 뭔가 어색한 느낌이었다. ( 그의 목소리에 호소의 기     미가 보이며) 이제 됐지, 안 그렇니, 로브?

 

로버트: ( 낮은 목소리로) 그래, 앤디.

 

앤드류: 그리고 내마음이 진정 되면 루스에게도 역시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녀는 내가 곁에 있으니 기쁜 모양이더라, 옛날처럼 같이 있으니- 내가 어떻게 느끼는 지를 알지 못하고서 말이다.

 

로버트: ( 천천히) 아마- 그녀를 위해서- 그녀에게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앤드류: 그녀를 위해서라구? 오, 그녀는 나의 어리석음을 상기 받고 싶어하지 않는단을 말이냐? 아직도, 그렇다면 좋은 일이 아닐 듯 싶구나.

 

로버트: ( 화를 내며- 고통스러워하는 목소리로) 형이 원하는 대로 해, 앤디; 그러나 제발 그 이야기 그만 하자구! ( 침묵이 흐른다. 앤드류가 고통스런 놀람으로 로버트를 응시한다. 로버트는 침착성을 유지하려는 헛된 노력의 목소리로 잠시 후에 말을 계속한다.) 미안 해, 앤디. 이 빌어먹을 두통이 내  신경을 뒤죽박죽 만들어 버린다니깐.

 

앤드류: ( 중얼거리듯) 됐다, 로브- 내게 화가 나 있지 않다면.

 

로버트: 딕 삼촌이 오늘 아침에 어디로 사라져 버린 거야?

 

앤드류: 삼촌은 선다 호를 살피러 항구에 가셨단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겠다고 하시던데. 난 내려가서 삼촌이 돌아오시면 배로 가야한다. 그래서 내가 정장 차림을 했던 거란다.

 

매어리: ( 언덕 아래 왼 쪽을 가리키며) 보세요! 엄마예요! 엄마!  (그녀가 일어서려고 애를 쓴다. 루스가 왼 쪽에서 나타난다.  그녀는 하얀 색 옷을 입고 있는데 예쁘게 보이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 보인다. 그녀는 아름답고, 얼굴이 상기되어 있으며, 활기 있어 보인다.)

 

매어리: ( 그녀의 어머니에게 달려가서) 엄마!

 

루스: ( 그녀에게 키스를 하며) 우리 아가야! ( 그녀가 바위 쪽을 향해 걸어가서 냉정하게 로버트를 부른다.) 재이크가 무슨 일로 당신을 만나고 싶어하는데요. 그가 농장에서 일을 마쳤다고 하던 걸요. 길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로버트: ( 일어서며- 지친 모습으로) 내려 가 봐야 겠어. ( 그가 루스를 바라보면서, 그녀의 변한 외모를 감지하고 그의 얼굴은 고통스러움으로 그늘 진다.)

 

루스: 그리고 제발 매어리도 데리고 가세요. ( 매어리에게) 아빠와 함께 내려 가거라, 그래야 착한 딸이지. 할머니가 널 위해  저녁 식사 준비를 해 놓으셨다.

 

로버트: (퉁명스럽게) 가자, 매어리!

 

매어리: ( 그의 손을 잡고 그의 곁에서 즐겁게 춤을 추면서) 아빠! 아빠! ( 그들은 왼 쪽으로 해서 언덕을 내려간다.)

 

루스: ( 얼굴을 찡그리면서 잠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본 후- 미소를 띄고 앤드류를 향한다.) 좀 앉겠어요. 이리 와요, 앤디. 옛날 같군요. ( 그녀가 바위 꼭대기로 가볍게 뛰어 올라 앉는다.) 집 뒤의 여기가 정말 시원해 좋군요.

 

앤드류: ( 표석 옆에 반쯤 앉은 채) 그렇군, 대단해.

 

루스: 당신 도착을 기념해서 하루를 휴가 날로 잡았어요. ( 흥분에 쌓인 웃음으로) 날개를 달고 바다 위를 날아가고 싶을 만     큼 마음이 자유스러워요. 당신은 남자예요. 항상 음식 장만하고 설거지하는 일이- 얼마나 지겹고 멍청한 짓인가를 당신은 모를 거예요.

 

앤드류: ( 찡그린 얼굴을 하고서) 짐작할 수 있지.

 

루스: 게다가, 당신 어머니께선 당신이 집에 오면 최고의 음식을 먹게 해야겠다고 하셨다니 깐요. 당신이 집에 오니 어머님은 대단히 기쁜가 봐요. 내가 당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독약이라도 음식에 넣을까 봐 그녀가 나를 부엌 밖으로 내 쫓는다니깐요.

 

앤드류: 어머니답군요, 그녀에게 축복이 있기를!

 

루스: 당신이 없으니 매우 섭섭해 하셨어요. 우리 모두가 그랬다구요. 그리고 당신은 오늘 아침 내가 당신에게 보여주고 같이 돌아보면서 이야기해준 이후 우리 농장이 아주 형편 없이 되 버렸다는 걸 부인할 수 없을 거예요.

 

앤드류: ( 얼굴을 찡그리며) 형편이 안 좋아졌더군, 그건 사실이야! 불쌍한 로브에게 정말 힘든 일이야.

 

루스: ( 경멸스럽게) 전적으로 그이 잘못이에요. 그는 농사일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어요.

 

앤드류: ( 꾸짖듯이) 그를 비난하지 말아요. 그는 농사일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거든.; 그러나 내가 알기로는 그는 당신과 노인네들, 그리고 어린 딸을 위해 최선을 다 했다구.

 

루스: ( 무관심하게) 그래요, 최선은 다했죠. ( 쾌활하게)  그렇지만 고맙게도 모든 그러한 세월은 이제 끝났어요. 로브가 탓으로 돌렸던 " 불운"은 앤디 당신이 떠맡아 하는 한 지속되지 않을 걸요. 농장이 필요로 하는 것은 앞을 내다보고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비할 솜씨를 가진 사람이라구요.

 

앤드류: 그래, 로브는 그게 없지. 그 자신이 그걸 인정할 만큼 그는 솔직하지. 난 그를 위해 봉급과 수수료를 받고 농장에서 일할 착한 사람- 경험 있는 농부-을 구해서 고용시켜 줄 거야. 그게 로브의 부담을 덜어 줄 거고, 그러면 그가 더 이상 죽도록 걱정할 필요도 없을 테고. 그는 완전히 지쳐 있어, 루스. 그를 보살펴 줘야 해.

 

루스: ( 넋이 나가) 그래요. 그렇게 생각해요. ( 그녀의 마음은 그의 말의 첫 부분에 의한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혀 있다.)  왜 당신은 그런 일을 돌봐 줄 사람을 고용하고 싶어하는 거죠? 당신이 돌아 온 지금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요.

 

앤드류: 오, 물론 내가 여기 있는 동안은 모든 일에 신경은 쓰겠지. 내가 떠난 다음을 말하는 거지.

 

루스: ( 그녀의 귀를 의심하는 것처럼) 떠난다구요!

 

앤드류: 그래, 내가 다시 아르헨티나로 떠났을 때 말이지.

 

루스: 당신이 바다로 떠난다구요!

 

앤드류: (질겁하여) 바다는 아냐, 아니지. 좋은 일을 찾아서 바다 생활은 끝을 내겠어. 곡물 장사를 하기 위해서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가려는 거지.

 

루스: 그렇지만- 그곳은 너무 먼 곳인데- 안 그래요?

 

앤드류: (달래듯) 6천 마일 정도. 꽤 가야 하는 곳이지. ( 열정적으로) 루스, 난 거기에 가서 상당한 기회와 행운을 잡게 될 거야. 그렇게 될지 어쩔 지는 로브에게 물어 봐. 그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그에게 방금해 줬거든.

 

루스: ( 분노의 기색이 그녀의 얼굴에 나타나면서) 그런데도 그가 말리지 않았단 말인 가요?

 

앤드류: ( 놀라서) 아냐, 물론 안 말렸지. 왜 말려야 하지?

 

루스: ( 천천히 그리고 복수심에 불타서) 그런 인간이라니깐 - 말리지 않다니.

 

앤드류: ( 화를 내며) 로브는 사람이 아주 착해서 내가 어떤 일을 착수하려는가를 알고 있는데 기를 쓰며 못하게 할 수는 없지. 그리고 그저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를 그에게 말해 주는 순간 알아듣던데.

 

루스: ( 멍해져서) 그러면 당신은 떠날 거예요?

 

앤드류: 가고 말고. 오, 지금 당장 떠나는 건 아니고. 아마, 꽤  오랫동안 거기 가는 배를 기다려야 할 걸. 어쨌든 난 집에 머물러서 내가 떠나기 전의 시간 동안만이라도 집안 식구들과 같이 있고 싶어.

 

루스: ( 묵묵히) 그렇세요. ( 갑자기 화를 내며) 오, 앤디, 가지 말아요! 가면 안돼요. 왜 우리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 모두가 당신이 집에 와서 머무르며 농장에 정착하여 일을 관리해 줄 것으로 바라고 기원 해 왔는데. 가면 안돼요! 당신이 떠나면 당신 어머니가 어떨지 생각해 봐요- 그리고 당신이 로브에게 농장을 보살피라고 맡겨 두면 얼마나 황폐해질 것인지를 생각해 보라구요. 상상할 수 있을 텐데요.

 

앤드류: ( 얼굴을 찡그리며) 로브가 그렇게 형편없지는 않아. 내가 그걸 관리할 사람을 구하면 농장은 충분히 안심해도 될 거야.

 

루스: ( 끈덕지게) 그렇지만 당신 어머니- 그분을 생각해 봐요.

 

앤드류: 어머니는 내가 떠나 있는데 익숙하셔. 어머니는 내가 떠     나 있는 게 그녀와 가족을 위해서 최선의 길이란 걸 아시면 반대하지 않으실 걸. 루스도 로브에게 말 잘 해 줘. 거기에 가서 한 2년 있으면 기반을 잡게 될 거야; 내가 그렇지 못하는 지 두고 보라구; 그리고 나서 내가 돌아와서 정착해 가지고 농장을 이 지방에서 최고로 만들어 놓을 테니까. 지금은 거기에서 두 사람을 도울 수밖에 없어. ( 진지하게) 루스, 열심히 일하고 성공하겠다는 의지만 확실하다면 내가 그곳에 도착하는 즉시 곧 바로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 해; 그리고 로브도 해 낼 거라는 걸 알아! ( 흥분해서- 약간 우쭐대는 어조로) 여기에 정착하는 것보다는 더 큰 일을 할만큼 나도 성장 했다구. 어째튼 이번 여행은 나를 위한 여행이라고나 할까. 전에 생각했던 것 보다 세상은 훨씬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걸 내게 가르쳐 줬다구. 당밀 속에 파리처럼 여기에 죽치고 있는 것으로 난 만족할 수가 없어. 하여튼 이곳의 모든 일들은 내게 시시하게 보인단 말이야. 내 생각을 이해해 줄 수 있으면 좋겠어.

 

루스: ( 멍하니) 그래요- 그래야 되겠죠. ( 잠시 말이 없다가- 갑작스런 의심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일어나) 로브가 무슨 말 않던가요- 나에 대해서?

 

앤드류: 무슨말? 루스에 관해? 왜, 아무 말도 않던데.

 

루스: ( 그를 강렬하게 쳐다보면서) 내게 진실을 말해 주시겠어요, 앤디 매이오? 그가 말하지 않았나요- 내가-( 그녀는 혼란스러워 하며 말을 중단한다.)

앤드류: ( 놀라서) 아니, 아무 이야기도 않던데, 내 기억으로는. 왜 그렇지? 왜 그가 루스 이야기를 했다고 생각하지?

 

루스: ( 주먹을 꼭 쥐며) 오, 당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가 있으면 좋으련만!

 

앤드류: ( 화가 치밀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난 루스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없어, 안 그래? 그리고 맹세컨대 내가 뭣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는 거지?

 

루스: (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듯 ) 확실해요- 맹세할 수 있어요?- 그 이유 때문이 아니라는 걸-( 그녀가 눈을 내리 깔고 그로부터 고개를 약간 돌린다.) 당신을 지닌 번 떠나게 만들었던 것과 똑같은 이유로 또 다시 당신을  떠나게 하는 건가요? 왜냐하면 만약 그것 때문이라면- 내가 말하려고 하는데- 당신은 떠나면 안돼요- 그 이유 때문이라면. (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낮게 가라앉아 있었고 , 그녀가 말을 마치는 순간에는 다정한 속삭임이다.)

 

앤드류: ( 당황해서- 억지로 웃는다.)오, 그게 루스가 알고 싶은 거야? 음, 루스는 그것에 관해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어- (냉정하게) 지난 번 떠난 다고 소동을 부린 내 어리석은 태도 이후에 내가 다시 여기 와 있다고 해서 당황해 하는 줄은 알지만 난 루스를 비난하지 않아.

 

루스: ( 그녀의 희망이 무너지자- 고통으로 숨을 헐떡이며) 오, 앤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