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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선 너머(16)/ 유진 오니일

김영관 2007. 8. 7. 13:06

 


          수평선 너머(16)

                            

                                유진 오니일 작/실개천 번역

 

루스: 이번엔 여기 머무르겠다고 로브에게 편지를 썼잖아요.

 

앤드류: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뉴욕에 올 때까지만 해도. 그리고 나서는 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 ( 짧게 웃고서는) 솔직히 말해서, 루스, 난 내 편지를 통해 아마 믿게 되었을 그런 부자가 아니야-지금은. 내가 편지를 쓸 때만 해도 부자였지. 합법적인 거래를 하고 있는한 돈이 넘칠 정도로 부자였지; 그러나 난 그걸로 만족하지 못했어. 난 더 쉽게 돈을 벌고 싶었지, 그래서 다른 천치들처럼 투기에 뛰어 들었어. 오, 잘 돼 나갔지! 몇번은 거의 거의 백만장자였으니까-서류상으로는- 그 다음엔 다시 폴싹 망했어. 결국 고생 많이 했지. 내 자신에게 혐오스럽고 해서 집으로 돌아와 모든 걸 잊으며 다시 살기로 작정을 했거든. ( 그가 거친 웃음을 웃는다.) 그런데 이젠 나의 우스꽝스러운 면이 발동을 하더군. 배를 타고 떠나기 전날 내가 생각했던 것은 다시 백만장자가 될 기회를 갖는 거라는 걸 알게 됐지. ( 그가 손가락을 입에 문다.) 그렇게 쉬운 일을! 난 도박을 했어. 그래서 파멸 전이었는데 난 뛰어 들었지- 너무 자신만만해서 잃는다는 건 생각도 못했지. 그러나 내가 뉴욕에 도착했을 땐 - 내가 전보를 칠 때만 해도 잘 됐었다구. 그건 정말 신나는 사업이었다구! ( 그가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이리저리 걸으며 우울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루스: ( 멍하니) 다 잃었단 말이에요?

 

앤드류: ( 다시 앉으며) 사실상 그래. ( 그가 호주머니에서 시가 를 끄집어 내어 끝을 물어 뜯어 내고 불을 붙인다.) 오, 내가 무일푼이 됐다는 말은 아냐. 그런 파산에서 1만 달러 , 아니면 2만 달러 저축해두었다구. 그러나 5년 동안의 고생에 대한 댓가치고는 형편없는 거지. 그래서 그게 다시 되돌아가고자 하는 이유지, 아마. ( 확신에 차서) 거기에 가서 1년 정도면 성공할 수 있어- 그러면 다시 시작하는데 구두끈을 조여 맬 필요가 없을 거야. ( 지친 표정이 그의 얼굴에 엄습해오고 그는 무겁게 한숨을 쉰다.) 그럴 필요가 없었으면 좋았는데. 그 모든 게 지겨워.

 

루스: 참으로 안 됐군요- 일이 꼬였던 모양이죠.

 

앤드류: ( 우울함을 털어 버리려는 듯) 더 나쁠 수도 있었어. 내가 가기 전 농장을 정상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돈이야. 로브가 다시 일어설 때까지 떠나지 않겠어. 그 동안 나는 근처 여기저기 다니면서 돈도 좀 써 볼 생각이야. ( 만족스럽게) 난 휴식이 필요하다구, 그런데 내가 필요로 하는 휴식이란 공터에서 열심히 일하는 거야- 옛날에 내가 일하곤 했던 것처럼. ( 갑자기 말을 멈추며 주의 깊게 그의 목소리를 낮추어) 내가 돈 잃은 것에 관해 로브에게 입도 뻥긋하지 말라구! 내 말 명심해, 루스! 그 이유를 알 거야. 그는 신경이 예민해서 내가 어렵다는 걸 알면 1센트도 받지 않으려 할테니까, 알겠어?

 

루스: 알겠어요, 앤디. ( 말이 없다가, 그 동안 앤드류는 멍하니 시가를 태우며 마음은 분명히 미래에 대한 계획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침실 문이 열리고 닥터 포세트가 가방을 들고 들어선다. 그는 조용히 문을 닫고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온다. 앤드류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선다.)

 

앤드류: 아, 선생님! ( 그가 자신과 루스의 의자 사이에 의자를 밀어 놓는다.) 앉으세요.

 

포세트: ( 시계를 흘낏 보며) 도시로 가는 9시 차를 타야 겠는데요. 꼭 가야 하거든요. 잠깐 밖에 시간이 없겠는데요. ( 앉아서 목청을 가다듬는다- 기계적이고 감정이 없이) 당신 동생의 경우는, 매이오 선생, - ( 그가 말을 멈추고 루스를 흘낏 쳐다보고 앤드류에게 의미심장하게 말한다.) 아마 당신과 나 단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하는데요.

 

루스: ( 완강하게 화를 내며) 무슨 말을 하려는지 난 다 알아요, 선생님. ( 활기 없이) 내가 못 견딜 거란 생각은 하지 마세요. 이런 어려움을 견뎌 내는데 익숙해 있으니깐요. 선생님이 무얼 알아냈는지 짐작할 수 있어요. ( 그녀가 잠시 주저한다- 그리고 나서 단조로운 목소리로 말을 계속한다.) 로브는 죽게 되는 거죠.

 

앤드류: ( 화가 나서) 루스!

 

포세트: ( 조용히 하라는 듯 그의 손을 들어 올리며) 당신 동생 상태에 대한 나의 진단은 매이오 부인과 같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군요.

 

앤드류: (신음 소리를 내며) 그렇지만, 선생님, 분명히-

 

포세트: ( 침착하게) 당신 동생은 오래 못 살 겁니다- 아마 며 칠, 아니면 단 몇 시간. 그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는 게 기적이군요. 진찰 결과로는 그의 양쪽 폐가 엄청나게 손상됐다 는 겁니다.

 

앤드류: ( 낙담하여) 오 하느님! ( 루스는 실신 상태의 눈빛으로 그녀의 무릎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포세트: 이런 말씀 드리는 게 죄송합니다. 뭔가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라도 있다면-

 

앤드류: 방법이 없나요?

 

포세트: ( 고개를 저으며) 너무 늦었어요. 6개월 전에는 가능성이 있었을 텐데.

 

앤드류: ( 화가 나서) 그렇지만 만약 우리가 그를 산속이나- 혹은 아리조나로- 아니면-

 

포세트: 6개월 전이라면 그의 목숨을 연장시킬 수도 있었는데. ( 앤드류가 신음 소리를 낸다.) 그렇지만 지금은- ( 그가 의미심장하게 어깨를 움츠린다.)

 

앤드류: (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에 놀라서) 제발, 그에게는 이런 이야기 안 하셨죠, 하셨나요, 선생님?

 

포세트: 아뇨. 그에겐 거짓 말을 했답니다. 기후를 바꿔 보면 어 떻겠냐고 말했답니다.( 그가 다시 신경을 쓰듯 시계를 본다.) 가 봐야 겠습니다. ( 그가 일어선다.)

 

앤드류: ( 일어서며 - 고집스럽게) 그렇지만 아직도 기회는-

 

포세트: ( 어린아이를 안심시키듯) 마지막 요행은 항상 있지요- 기적이란 것 말입니다. ( 그가 모자를 쓰고 외투를 입는다- 루스에게 인사를 하며) 안녕히 계세요, 매이오 부인.

 

루스: ( 목소리를 높이지 않은 채- 힘없이) 잘 가세요.

 

앤드류: ( 기계적으로) 차에까지 모셔다 드리지요, 선생님. ( 그 들이 문밖으로 나간다. 루스는 가만히 앉아 있다. 자동차 출발하는 소리가 들고 그 소리는 점차 멀어져 간다. 앤드류가 다시 들어와 의자에 앉아 머리에 손을 받힌다.) 루스! ( 그녀가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본다.) 들어가서 그를 만나 볼까? 하느님! 만나 보기가 두렵군! 내 얼굴에서 그걸 읽어 알아 챌텐데. ( 침실 문이 소리 없이 열리고 로버트가 문간에 나 타난다. 그의 볼은 열로 상기되어 있고 그의 눈은 보통 때와는 달리 크고 빛이 난다. 앤드류가 신음 소리를 내며 말을 계속한다.) 그럴 리 없어, 루스. 그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절망적일 리는 없어. 항상 싸워 볼 기회는 있어. 로브를 아리조나로 데려 갈 수도 있어. 건강해질 거야. 틀림없이 기회가 있을 거야!

 

로버트: ( 부드러운 어조로) 내가 왜 거기에 가야 하지, 앤디? ( 루스가 돌아서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앤드류: ( 몸을 빙 돌려) 로브! ( 나무라듯) 침대밖에 나와 뭣하고 있지? ( 그가 일어서서 그에게 간다.) 당장에 방으로 가서 의사의 말에 복종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나한테 매맞을 줄 알아!

 

로버트: ( 이 말을 무시하고) 제발 의자에 앉게 도와 줘, 앤디.

 

앤드류: 제기랄! 금방 침대로 돌아가야 한다, 네가 가서 쉴 곳은 거기 뿐이야! ( 그가 로버트의 팔을 붙잡는다.)

 

로버트: ( 조롱하는 어투로) 죽을 때까지 거기 있으라구, 응, 앤디? ( 냉정하게) 어린애같이 굴지 마. 누워 있는 게 진절머리 난다구. 앉아 있는 게 더 편해. ( 앤드류가 주저하자- 격렬하게) 거기다 데려다 놓을 때마다 맹세코 난 침대 밖으로 나와 버릴 걸. 형은 내 가슴 위에 앉아 있어야 할 걸, 그래도 그건 내 건강에 조금도 도움이 안될 거라구. 이리 와, 앤디. 어리석게 굴지 마라구. 형에게 할 말이 있어, 그래서 지금 말하겠는데. ( 소름끼치는 미소를 띄며) 죽어 가는 사람에겐 어느 정도 권리가 있겠지, 그렇지?

 

드류: ( 전율하며)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라, 제발! 그걸 약속하면 너를 앉혀 놓겠다. 명심해라.( 그가 로버트를 도와 그와 루스 사이의 의자에 앉힌다.) 자 편히하라구! 거기 앉아라! 기다려라, 내가 베개를 가져다 줄테니. ( 그가 침실로 들어 간다. 로버트가 두려움으로 그로부터 움츠려 멀어지는 루스 를 바라본다. 로버트는 씁스런 미소를 짓는다. 앤드류가 베개 를 가지고 돌아와 로버트의 등에 놓아준다.) 어떠니?

 

로버트: ( 애정어린 미소로) 좋아! 고마워! ( 앤드류가 앉자) 내 말 들어 봐, 앤디. 내게 말하지 말라고 했지- 그런데 내 입장을 분명히 해놓은 다음엔 말을 않겠어. ( 천천히) 우선 난 내가 죽어 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 루스가 고개를 숙여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그녀는 형제간의 장면 내내 이와 같이 하고 있다.)

 

앤드류: 로브! 그건 그렇지 않아!

 

로버트: ( 힘없이) 그렇다니깐! 내게 거짓말하지 말라구. 루스가 형이 오기 전에 나를 침실로 데려다 준 다음, 난 처음으로 그걸 분명히 알았어. (상심해서) 우리의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루스와 나- 그게 처음엔 힘들겠지만- 이룩한다는 게. 그리고 나서 의사가 날 진찰 할 때 난 알았어- 그가 아무리 거짓말하려고 해도. 그리고 나서 확인해 보기 위해서 그가 둘이에게 하는 이야기를 문에서 들었지. 그러니 아리조나나 혹은 그런 터무니 없는 꿈같은 이야기로 날 놀리지 말라구. 내가 죽어 가고 있다고 해서 나를 멍청이나 겁쟁이로 취급할 이유는 없으니깐. 이제 내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확신했으니까 난 진심으로 그것에 대한 신의 뜻을 말 할 수 있어. 마음이 아프다는 건 단지 어리석은 확실성에 있을 때 뿐이지. ( 말이 없다. 앤드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 채 무기력한 고통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로버트는 애정어린 미소로 그를 대한다.)

 

앤드류: ( 마침내 말을 불쑥 내뱉는다.) 그건 어리석은 짓이 아냐. 넌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의사가 말하는 걸 들었다면 그게 증명해줄 건데.

 

로버트: 오, 그가 기적에 대해서 말한 것 이야기하는 거야? ( 무뚝뚝하게) 난 기적을 믿지 않아- 내 경우엔 말야. 게다가, 난 이 세상의 어떤 의사보다도 더 잘 알아- 왜냐하면 난 어떤 일이 내게 오고 있는지 느끼고 있으니깐. ( 그 주제에 관한 이야기를 그만 두며) 그러나 우리는 그에 관한 이야기는 않기로 했지. 앤디, 형에 관한 이야기를 해봐. 그게 내겐 관심사거든. 형의 편지는 너무 간단해서 종잡기 힘들었어.

 

앤드류: 더 자주 편지를 쓸려고 했는데.

 

로버트: ( 약간 아이러니컬한 기색을 띠고) 편지로 판단해 보건대 5년 전 시작했던 것 모두를 이룩한 모양이던데?

 

앤드류: 그건 자랑할 정도는 못돼.

 

로버트: ( 놀라며) 진짜 솔직하게 그런 결론에 도달한 거야?

 

앤드류: 그래, 지금은 별로 대단치 못해.

 

로버트: 그렇지만 형은 부자지, 안 그래?

 

앤드류: ( 루스를 재빨리 흘낏 바라보며) 그래, 그런 것 같아.

 

로버트: 그 말 들으니 기쁘군. 내가 이루지 못한 모든 걸 농장에 다 할 수 있겠군. 그런데 형은 거기에서 뭘했어? 말해 봐. 형 친구들과 곡물 장사를 했어?

 

앤드류: 그래. 2년 후에 난 내 몫을 갖게 됐지. 작년에 그걸 팔았지. ( 그는 로버트의 질문에 마지못해 대답을 하고 있다.)

 

로버트: 그 다음엔?

 

앤드류: 내 사업을 시작했지.

 

로버트: 지금도 곡물 장사를 하고 있어?

 

앤드류: 그래.

 

로버트: 무슨 일이야? 내가 형을 뭔가를 심문하고 있다는 표정 인 걸?

 

앤드류: 처음 4년은 매우 우쭐했단다. 그 뒤론 별로 내 놓을 만 한 게 없지. 투기를 했으니깐.

 

로버트: 밀에다가?

 

앤드류: 그래.

 

로버트: 그래서 돈 벌었어- 도박인데?

 

앤드류: 그래.

 

로버트: ( 생각에 잠겨) 형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어. ( 말이 없다가) 형이 - 농사짓던 형이- 종이 딱지로 밀 투기장에서 도박을 하다니. 그런 모습에서 정신적인 변화를 발견한 거야. ( 그가 씁쓰레한 미소를 짓는다.) 난 실패자라구, 그리고 루스도 마찬가지 실패자이지- 그러나 우리 둘은 신이 우리에게 저지른 과실이라고 허물을 정당하게 탓할 수가 있지. 그렇지만 형은 셋 중에서 가장 잘못된 패배자라구, 앤디. 형은 8년이란 세월을 자신으로부터 도망다니는데 허비해 버린 거야. 내 말 알겠어? 형이 농장을 사랑할 때는 창조자였어. 형과 그 삶은 조화로운 협력자 관계였다구. 그런데 지금은- ( 그가 헛되이 말을 찾으려는 것처럼 말을 멈춘다.) 내 머리는 뒤죽박죽이 돼 버렸어. 그렇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일부는 형이 그렇게도 수확하는데 애착을 가졌던 밀에 도박을 한 것은 얼마나 형이 방황을 했는지를 증명해 보인 거라구- ( 그의 목소리가 약해지면서 그는 지친 한숨을 쉰다.) 소용없는 짓이야. 더 이상 말할 수가 없어. ( 그가 기대 누워 눈을 감고 숨을 헐떡거린다.)

 

앤드류: ( 천천히) 네가 무얼 추궁하는지 알겠다, 로브- 그리고 네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 로버트는 고맙다는 미소를 짓고 그의 손은 내 펼치는데 앤드류가 그의 손을 잡는다.)

 

로버트: 형이 한 가지만은 약속을 해줘, 앤디, 나 죽은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