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톨트 브레히트>
똑 같은 대본으로 공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해에는 성공을 거두고, 또 어느 해에는 실패로 끝나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잘 알다시피 연극은 종합 예술이다. 극 한편을 공연해 올리는데는 배우부터 시작하여, 소품, 의상, 음악, 전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노력의 총화라고 할 수가 있다.
우선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역을 충분히 이해하고 극중 인물의 심경이 되어야 한다. 스타니스라브스키는 자신이 감독하는 극 주인공이 이혼녀라면 이혼 경험이 있는 여배우를 찾아내 쓸 정도이었다. 그래야만 극 인물의 심경을 제대로 소화해 낼 수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좋은 드라마 대본을 잘못된 공연으로 망치지 않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있었다. 그 중에 브레이트라는 감독 겸, 극작가, 배우이기도 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서사극>(Epic Theatre)이라는 특이한 용어를 사용하여 그것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중에 눈에 띄는 주장이 있어 여기에 소개하는 것이다.
과거 관객들은 연극을 너무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게 문제였다는 것이다. 가령 <테스>라는 극을 관람했다면 기존 관객들은 작품에 취해 눈물을 글썽이고, 비판 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관객의 태도를 그는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테스>를 관람하면서 관객 입장에서 "나 같으면 그런 삶을 살지 않겠다"는 적극적이고 비판적인 각오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럴려면 극 공연에도 그런 장치가 필요하다고 느낀 그는 <소외 효가, 혹은 이화 효과>(alienation effect)라는 장치의 필요성을 고안해 냈다. 소외 효과란 극 진행 중 감동적인 순간에 아주 의도적으로 배우가 대사를 까먹은 것처럼 해서 프롬터가 무대에 나타나 그 부분을 말해주고 간다거나, 비오는 장면에 무대 위에서 비를 뿌리고 있던 사람이 물 조리개를 일부러 떨어 뜨려 관객으로 하여금 "아 우리는 연극을 한편 감상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연극과는 전혀 별개의 세상을 살고 있다"는 의식을 일깨워 주기 위한 장치이다.
우리가 TV 드라마를 보면서도 가끔씩 마주 칠 수 있는 상황인데, 예를 들면 과거 <포옹>이라는 극 끝 장면에서 최진실과 최수종이 포옹을 하는 장면을 카메라 앵글로 멀리 잡아가면서 레일 위에 촬영 기계와 촬영 팀 등의 모습을 드러나 보이게 하는 테크닉도 <소외 효과>의 한 예이다. 그 동안 시청자들은 드라마상의 가공 인물들을 보았을 뿐이고 우리는 또 다른 현실 세계를 살고 있음을 인식케 하는 멋진 방법이다.
독서도 너무 지나치다보면 해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한다. 삶은 작품 세계만큼 그렇게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작품 세계와 현실 세계를 구별하여 보는 지혜를 가지려면 우리는 작품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소외 효과>를 우리 스스로가 지녀야 할 것 같아 여기에 소개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