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입대한 남자 친구를 면회 온 아리따운 여인은 면회 신청서에 기입란을 채워 가다가 “관계란” 부분에 이르러서는 글쓰기를 멈추고 고개를 갸웃둥 합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두 번”이라고 조그맣고, 흐릿한 글씨체로 관계란을 채워 넣은 다음에, 면회 신청서를 면회소 담당 군인에게 부끄러운 듯 고개를 떨군 채 제출합니다. 면회 신청서를 훑어보던 그는 미모의 여인을 한번 흘낏 쳐다보며, “관계란 부분을 좀더 구체적으로 써주시겠습니까? ”라며 그것을 그녀에게 되돌려 주는 겁니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을 의식한 탓인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용기를 내어, “들판에서 한번, 뒷산 언덕에서 한번”이라고 적어 그에게 제출하는 겁니다. 이를 지켜보던, 아들을 면회 온 듯 싶은, 중년 여인은 손가락을 폈다 구부렸다를 몇 번이고 반복하더니, 매우 걱정스런 표정을 지어 보이며, 담당 군인에게, “내게는 면회 신청서 용지 몇 장을 더 줘 보실래요?”라고 말하는 겁니다.
중년 여인 바로 뒤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손자를 면회 온 듯 싶은, 할아버지 한 분께서는 면회 담당관에게 “여보게 젊은이, 그렇다면 나는 오늘 손자 면회 하기는 다 틀린 것 같구먼!” 라고 하시는 겁니다.
우리 인간이 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관계 맺기도 힘들지만, 그 관계를 남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더 더욱 힘들다는 것을, 내가 여기에다 이이야기를 써가면서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