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기 뉴욕으로 건너가
태권도장 차려
부와 명성을 거머쥔 삼택 형
20여년 만에
고향에 나타나
이 사람 저 사람께
허리 굽혀 인사드린다.
고향 친구에게 사연을 물은즉
어떤 정치인이
미국에서 활동할 때
가까이 모신 인연으로
고향에 돌아와
봉사해 보라는
언질을 받았더란다.
삼택 형 고향에서
선거 운동 한창일 때
필라델피아에 체류 중이던 나는
그곳 교민회장과 친분을 갖게 되어
우연히 주고받던 말 가운데
존경하옵는 삼택 형이
주변머리라는 사실을
비밀리에 가르쳐 준다.
그게 삼택 형에게는
대단히 큰 콤플렉스였던 모양이다.
결혼 10년이 넘도록
아내에게 까지 숨길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젠 아내만은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처갓집 식구들에겐
지금도 비밀이란다.
이 사실을
처갓집 식구들에게
입만 뻥긋하면
그날로 당신과는 이별이라고
아내에게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란다.
고국에 돌아와
삼택 형 만난 자리에서
필라델피아 교민회 나 회장이
형님께 안부 전하라 하더라며
나는 의미 있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날 저녁 삼택 형은
내게 2차 3차 술집 데리고 다니며
술을 산다.
“한국에서는 너만 아는 비밀이니
나는 너만 믿는다.
네가 어려서부터 입이 얼마나
무거운 사나이인지
나는 알고 있거든... 입 무거운 내 귀여운 동생아,
오늘 저녁 먹고 싶고
마시고 싶은 것 있거든
다 말해라
무엇이든지 사줄 테니“
어쩌다가 술 고프면
“삼택 형! 나 요즈음 걱정이 많다우.
우리 아버지도 삼택 형처럼...
나도 머리카락 때문에
자꾸 걱정이 된다우“라면
존경하옵는 삼택 형은
만사 제쳐 놓고
내게 달려와
머리칼 때문에 너무 걱정 말라며
진탕 술을 산다.
고마운 삼택 형,
형이 주변머리란 걸
한국에서는 언제까지나
나만 알고 있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