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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한 아내

김영관 2009. 1. 14. 17:32
 

 

      

 

       정숙한 아내


                        유진 오니일 작/김 영관(실개천) 역



       등장인물

       나이든 사람

       잭, 젊은이

       피트, 노인


장면: 아리조나 사막 변두리 지역. 세이즈 브러쉬 덤불이 드문드문 자란 평원. 빛나는 하늘의 어둠을 배경으로 검고 불길한 산이 지평선 위에 외롭게 서 있다. 시간은 이른 밤. 전경에 허름한 텐트 입구가 열린 채 서 있다.

  몇 자루 삽과 곡괭이가 텐트에 기대 서 있다.

  텐트 앞에 모닥불이 연기를 피우며 타고 있고 50세 정도의 나이든 사람이 앉아 있다. 그는 누더기 옷을 걸치고 있었는데 이 모든 것들이 누덕누덕 꿰매 입은 것으로 오랫동안 입어 닳고 헤어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차양이 넓은 스테트슨 모자가 그의 옆 땅바닥에 놓여 있다. 그의 머리카락은 희끗희끗하고 얼굴은 여행을 멀리하고 어렵게 살아왔으며, 거치른 삶을 목격해온, 그래서 약간 지친 듯한 사람의 얼굴이다. 그의 태도와 말은 여러 차례의 심한 타격에도 불구하고 원래의 세련됨을 지니고 있는 교육받은 사람의 그것들이다. 텐트의 한쪽 옆에 날림 의자 하나와 사금을 걸러내는 통이 서 있다.- 그런데 이것은 물이 반쯤 차 있는 네모난 통이다.


나이든 사람: (모닥불을 일구려는 헛된 노력을 하며) 무슨 일로 그가 지체 되는지 궁금하군.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는다.)  여보게, 잭. 나는 자네가 길을 잃을 잃었나 생각하고 있었지. (피트 노인이 들어온다. 그는 남루한 광부 복장을 하고 있는 노인이다. 그러나 그는 말 박차 차림에다 손에 채찍을 들고 있다. 그는 먼지로 뒤범벅인데 열심히 말을 달려온 것이 분명하다.)


피트 노인: 잭이 아니네, 나일세.


나이든 사람: (실망하며) 안녕하세요, 피트 영감님. 이 밤중에 무슨 일이세요?


피트 노인: (호주머니에서 전보를 꺼내며) 교환원이 깨워 잭에게 이것을 전해 달라는 말을 듣는 순간 로우슨을 출발했네. 나는 자네 캠프 모닥불이 타고 있는 걸 보고 곧장 이것을 가져 왔네.


나이든 사람: (전보를 받아 들며) 고마워요, 피트 영감님. 잠시 앉아서 쉬었다 가세요.


피트 영감: 고맙네. 하지만 갈 길이 멀지 않은가? 요 며칠 뜬 눈으로 밤을 보냈다네.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저 빌어먹을 로우슨 읍내는 분명히 자네도 뜬 눈으로 보내게 할 걸세. (그는 떠나려다 멈춘다.) 사금이 많이 채취되나?


나이든 사람: 매일 더 나아지고 있답니다. 오늘 아침에 우리는 지금까지 만적 본 적이 없을 정도의 금 샘플을 강 상류에서 가져 왔어요. 질 좋은 금인 것 같지만 아직은 사금 냄비로 가려내지는 않았어요.


피트 노인: 자네들은 부자가 되겠구먼. 돈을 버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니깐. 나 같은 놈은 돈과는 인연이 없어.(회한스럽게 빈 호주머니를 털어 보인다.) 이번에도 로우슨에서 빈 털털이가 되었다네. 아마도 다음번에도 빈 털털이가 될 걸세. (머리를 살래살래 흔들며 도시란 곳은 분명히 지옥이야. 잘 있게. (그가 퇴장한다.)


나이든 사람: 잘 가세요. 불쌍한 피트 영감님. 항상 똑 같은 이야기야. 다시 은행으로 뛰어 가시겠군. (전보를 보며) 흠, 이게 뭘까? 잭은 내가 그와 함께 지낸 5년 동안 편지ㅣ 한통 없었는데. 금광과ㅏ 관련된 중요한 일일 수도 있겠지. 내가 한번 뜯어볼까? 상관없겠지 (그는 전보를 개봉하여 큰 소리로 읽는다.) “제가 기다리고 있어요. 오세요.” 발송자의 이름이 없는데, 뉴욕에서 발신한 것이로군. 나한테는 뉴욕에서도 많이 오는데. 그에게서는 편지가 오지 않아 단념해 버렸는데. (호주머니에 전보를 쑤셔 넣는다.) 바보 같은 교환원이 그의 이름과 내 이름을 혼동한 모양이로군. 나는 잭에게 설교 따위에 따르게 하고 싶지는 않아. 내게 유일한 사람은 잭인데 우리가 부자가 되려는 순간 그가 떠나려는 것을 나는 원치 않아. (이제 이야기를 중단하고) 이 전보 배달은 전혀 실수인 것 같은데. (하품을 하면서 주변을 돌아보다가 그의 눈은 사금 냄비를 응시하며 빛난다.) 사금채취의 상류 지역이 우리가 지금 일해 온 것만큼 사금이 풍부하면...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그가 오는군. 어서 오게나, 방랑자여! 이 시간까지 내내 어디에 있었나? (잭이 들어온다. 그는 중년 사나이와 같은 복장이지만 훨씬 더 젊다. -30대 초반이다.)


잭: 말 한 마리가 무리에서 이탈해서 그놈을 쫒아 갔어요. 아리조나 오지에서 가장 흔한 것이 물인데 물 범벅이 된 셈 옆에서 말을 결국 찾아냈습니다. 바보 같은 망아지 말이에요.


나이든 사람: (전보에 관해서는 전혀 망각하고) 지도에는 전혀 표지가 없는 이곳에서 물이 이렇게 쏟아져 나오다니 참으로 이상도 하지. 신도 망각한 이 땅에서 우리가 발견한 유일한 축복이 바로 물이란 말일세. 한 가지 더 행운을 찾는 우리가 정녕 바보는 아닐는지.


잭: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요. (약간은 기쁜 마음으로) 그러나 우리는 구덩이를 파헤칠 이유가 조금은 있지요. 금이 발견되는 곳이면 어디나 인간에게는 신의 땅이지요. 여기에 금이 있고 (주머니에서 작은 백을 끄집어내어 흔들면서) 우리는 그것을 발견하였어요. 사막이여 영원하라고 나는 말하는 겁니다.


나이든 사람: 그것이 나의 취미네. (그는 종이를 말아서 모닥불에 불을 붙여 파이프 담배를 피운다. 우리의 배가 마침내 세상 끝 여기에 분명히 와 닿은 것처럼 보이네. 우리 운명이 바뀌게 될 모양이네. 우리는 여러 나쁜 일들도 함께 경험했네. 남아프리카에서 알라스카에 이르기까지 모든 오지에서 금 찾기에 실패를 해가면서 말이네. 우리는 어쨌든 거짓 웃음을 웃어가면서 어려운 처지를 겪어 왔네. (그리고 손을 내밀어 정감 어리게 젊은이의 손을 쥔다.) 자네가 나를 강물 밖으로 끄집어내어  내 생명을 구해줘 우정이 싹튼 5년 전 트란스발에서의 그날부터 우리는 좋은 친구였네. (젊은이가 말을 시작하려 할 때) 아니야, 자네는 내 고마움 표지를 중단시키려 할 필요가 없네. 나는 그 날을 잊은 적이 없고 앞으로도 결코 잊지 않을 걸세.


잭: (화제를 바꾸기 위해) 우리 소유의 금광 외의 다른 곳에서 우리가 가졌던 기대가 어떠했던가를 알고 싶어요. (그는 텐트로 돌아가서 더러움이 가득한 사금 채취 냄비를 가지고 사금 통 앞에 앉아서 계속 사금 함유 정도를 실험해 본다. 그는 흙더미를 씻어 낸다. 사력층 한줌이 남을 무렵 나이든 사람이 다가와 그의 뒤에서 어깨너머로 내려다본다. 마침내 사금 냄비를 재빨리 한 차례 흔든 다음에 잭은 바닥에 남은 침전물을 가리킨다. 그 속에는 반짝이는 노란 사금 더미가 보인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이든 사람: (손을 내밀어 손가락으로 감촉을 느끼며) 물론 금이지. 내가 기대했던 대로 말이네. 우리 구역의 상류에도  우리만큼 금이 많을 걸.


잭: (흥분이 더욱 고조되어) 적어도 1/4 온스는 되겠는데요. 사금 냄비 하나에 5달러, 4개월 전 우리가 금을 발견한 이래 우리 사금 냄비로 여기에서 채취했던 어느 때보다 더 많은 금을 말입니다. (사금 냄비를 옆으로 치운다.) 이 구역은 금이 너무 많아 우리ㅣ 둘이 캐기엔 벅찰 정도라구요. 우리 중 한 사람이 읍으로 가서 사람들이라도 불러 모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나이든 사람: 그렇다면 그 일은 자네가 해야 되겠는 걸 나는 이제 너무 나이가 들었어.( 잭은 미소를 지으며 사양하는 제스처를 한다.) 어쨌든 나는 문명 세계와는 맞지 않아. (모닥불 옆으로 걸어가 앉는다. 잠시 말이 없다.) 자네는 지난 달 쯤 인가 동부를 상당히 갈망하는 것 것처럼 보이던데. (미소를 지으며) 이곳 사람들에게 싫증이라도 난 건가?


잭: (재빨리) 아닙니다. 우린 친구가 되어 그 동안 늘 함께 지내 오면서 내가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고 계시면서 그러세요?


나이든 사람: (장난스럽게) 그렇다면 쇠잔한 동부가 자네를 끌어 들이는 이유가 무얼까? (놀리듯이) 여자라도 있는 모양이지?


잭: (화를 내며) 차라리 천사라고 하지 그래요?


나이든 사람; (냉소적으로) 여자란 모두가 천사지- 처음에는 말이야. 하지만 사내다운 속성이라는 것과 지속적인 특질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지. (다소 비통하게) 어쨌든 자네는 여자들이 내 경험을 증명하기 힘든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될 걸세.


잭: (약간은 참을성 없이 어깨를 움츠리며) 당신은 혐오감을 보이는 냉소주의자이기 때문에 이만 논쟁을 끝내고 싶어요. 우리가 여자문제에 대해 서로 의견이 결코 같지 않다는 것을 당신도 잘 아시겠지요. 우리가 그렇게도 오랫동안 지니고 다녔던 술병을 가져 올 테니깐. 진탕 한잔 합시다. (그가 텐트 안으로 들어간다.) 여기 있군요. (그가 위스키 한 병을 들고 나와 병을 딴 다음 컵에다 두 잔을 채운다.) (웃으며) 축배에는 이것이 안성맞춤이죠.- 여기 이베트 금광에다 말입니다.


나이든 사람: (그가 갑자기 우울해지며 술잔을 쥐고 있던 손이 떨리더니 위스키를 거의 흘릴 뻔 한다.) 그리고 그는 매우 놀란 어조로 말한다.) 왜 하필이면 이베트 금광이지?


잭: (그의 마음이 동요하고 있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금광 이름치고는 약간은 우스꽝스럽게 들릴지 모르지만 제겐 사연이 있거든요. 그 이름엔 하나의 로맨스, 즉 나의 로맨스가 있답니다. 당신께는 말하지 않았지만 이제 들으셔도 상관없는 일입니다. 제가 당신을 만나기 1년 전이었지요. 제가 탄광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안 되어 노다지를 캐낼 작정으로 페루의 산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그 당시 제가 에콰도르 변경 가까이의 작은 금광 캠프로부터 재 체류에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요. 바로 거기에서 제가 그녀를 만났답니다. 그녀는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연상인 미국 출신의 파산한 광산 기술자의 아내였어요. (열심히 그의 말을 듣고 있던 나이든 사람은 신경질적으로 모닥불을 쑤셔 헤친다. 그의 얼굴은 점차 험악해진다.) 그녀 이야기에 의하면 남편은 아내를 거의 버리다시피 하고 매일 술이나 퍼마시는 주정뱅이 짐승이었나 봐요. 내가 그를 직접 본 적은 없어요. 아마 내가 그를 만나지 않았던 것이 더 나았는지도 모르지요. 내가 그녀를 만나는 순간 사랑에 빠졌고, 그녀 남편이 아내를 그런 식으로 취급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생각이 얼마나 내 피를 끓게 했겠나를 짐작하실 수 있겠지요?


나이든 사람; (자제하는 어조로) 자네가 이야기를 했던  광산 도시의 이름이 무어하고 했지? 나도 수년 전에 그곳에 있었는데.


잭: 샌 세바스티엔인데요. (샌 세바스트엔이라는 말에 나이든 사람은 온 몸이 굳어진 것처럼 보인다. 무섭게 응시하는 그의 눈 어느 곳에도 전혀 생기가 없다. 그의 오른 손이 허리 벨트에 차고 있는 권총을 신경질적으로 만지작거린다.)


나이든 사람: (낮은 소리로) 그래, 나도 알지. 계속하게.


잭: (생각에 잠겨 꿈을 꾸듯이) 나는 그녀를 사랑했어요. 광산 캠프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그녀는 무성한 잡초 속에 핀 백합 같은 여성이었답니다. 나는 더러운 죄악과 고통의 분위기로부터, 그리고  그 아름다운 젊은 여인을 서서히 파멸시켜 그녀를 절망에 빠지게 하는 짐승 같은 남편으로부터 그녀를 빼내어 오고 싶었어요. 나는 그녀 집에 오래 머물기도 했지요. 내가 산속으로 돌아 갔어야할 시간에도 말이에요. 나는 그녀를 자주 보러 갔었어요. 남편은 항상 집에 없었던 것 같아요. 결국 소문이 나기 시작했지요. 그래서 나는 때가 된 것을 깨닫고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했지요. 나는 결코 그녀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을 거예요. 그녀는 아주 침착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지만, 그녀가 다음과 같이 말하는 순간 그녀의 입술은 떨고 있었지요. “당신이 저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저도 역시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떠나셔야 해요. 그리고 우리는 다시는 만나서는 안돼요. 나는 그의 아내이고, 맹세를 지켜야 해요.”


나이든 사람: (일어서서 권총을 빼어 든 채로) 자네 거짓말을 하고 있군!


잭: (문득 꿈에서 깨어나 일어선다. 그의 얼굴은 화가 나고 당황해 있다.) 무슨 말씀이세요? 무슨 뜻이죠?


나이든 사람: (분노를 대단한 노력으로 억ㅈ데하고 다시 앉으며)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신경과민인 모양이야. 내가 싫어하는 여자의 미덕 이야기 때문인가 봐. 내 광산 캠프의 경험으로는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인데. 그리고 자네 여인은 나에게 도저히 있을 법하지 않은 것처럼 보여서 말이야.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잭은 다시 그의 곁에 앉는다.)


잭: (진지하게) 당신이 그녀를 보셨더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나이든 사나이는 자신의 얼굴을 가리며 신음한다.) 그녀가 1년 전에 나에게 보냈던 그녀의 사진이 여기 있어요. (셔츠 호주머니에서 조그만 사진을 끄집어낸다.) 이 사진을 보세요. (그에게 사진을 건네주며) 이런 얼굴을 가진 여인네가 광산 캠프에ㅔ 있는 여자라고 생각하세요? (다시 호주머니를 더듬다가 뭔가를 찾으려는 듯 텐트 안으로 들어간다.)


나이든 사람: (잠시 사진을 들여다보고 나서 거의 흐느끼듯이 속삭인다.) 내 아내 아닌가! (그리고나서  허공을 응시하며 그는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혼잣말을 한다.) 아내는 변하지 않았군.


잭: (손에 묻은 봉투를 가지고 텐트에서 나오다가 마지막 말을 듣고서는 잠시 머뭇거린다.) (깜짝 놀라며) 변했다고요? 누가요? 혹시 그녀를 아시나요?


나이든 사람( 순간 자신의 감정을 극복하고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해댄다.) 아니, 모르고 말고. 그러나 내가 말하는 그 소녀는 지금쯤 노파가 되었을 걸 나도 머리칼이 희어져 가는 것을 잊고 있으니 말이야.


잭: 이베트는 이제 스물다섯 살에 불과해요. 그녀 부모는 가난한 불란서 사람들이었답니다. 그녀를 호강시켜보겠다는 망상 때문에 그녀가 너무 어려 자신의 마음을 알 수가 없는 나이에 이 남자에게 결혼을 강요했대요. 부모는 그들이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 될 거라고 생각했대요. 결혼 직후 그는 아내를 소유권의 절반이 있는 금광이 있는 산 세바스티엔으로 끌다시피 데려 왔데요. 그들이 거기에 안착하기 전에 그의 마음에 악마가 발동했던 모양이지요. (잠시 말이 없다가) 그가 그런 대접을 받는 것도 싸지요. 아마 그의 아내가 자신을 사랑할 수 없으며 그가 저질렀던 실수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고 노력하고 있을 거예요. 그는 분명히 아내를 사랑했어요.- 자신의 방식으로는 말입니다.


나이든 사람: (애수 어린 속삭임으로) 그래, 그는 분명히 아내를 사랑했을 거야- 자신의 방식으로 말일세.


잭: (잊고 있었던 편지가 자신의 손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아, 내가 깜빡 잊고 있었군요. 나는 그녀가 순결하고 고상한 마음의 소유자임이 분명하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어요. 그녀가 써서 내가 떠나던 날 아침에 내게 준 편지가 여기 있어요. 다우닝 토마스씨 (편지를 나이든 사람에게 건네준다.)


나이든 사람: (그의 손이 떨린다.) (방백) 아내의 필체로군. (큰소리로 읽으며) “저는 제 맹세를 지켜야 해요. 남편이 나를 필요로 하니 저는 여기에 있어야 해요. 나는 그에게 진실해야 되요. (방백) ” 오 하나님, 결국 제 잘못이었습니다.“ ) 언젠가 제가 당신을 부를 거예요. 잘 가세요.” (이베트라는 이름이 서명 되어 있다. 그는 천천히 편지를 접어 봉투속에 집어 넣어 잭에게 건네준다. 갑자기 그는 돌연한 의심으로 잭을 향한다.) 마지막 글은 무슨 뜻이지?


잭: 내가 떠날 때 그녀에게 미국의 내 주소를 적어 주었지요. 그래서 그녀는 지신의 마음이 변하거나 상황이 바뀌면 내게 알려주겠다고 약속했지요.


나이든 사람: (매우 빈정대는 어투로) 주정뱅이 남편이 죽으면 이라는 뜻이겠지.


잭: (그의 얼굴이 점차 굳어지며) 그래요. 그런 뜻일 거예요.


나이든 사람: 그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자네는 어떻게 알고 있지?



잭: 당신에게 보여주었던 사진을 그녀가 내게 보내 주었을 때 딱 한번요. 나는 1년 전 케이프 타운에서 그녀로부터 편지를 받았어요. 이 편지는 미국에서 발송된 거예요. 그녀 남편이 내가 떠난 직후 사라졌다고 편지에 썼더군요. 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없지만 소문에 의하면 그의 아내의 결백을 믿지 않고 복수하기 위해 내 뒤를 쫒아 다녔다는 거예요. (자신의 총을 거칠게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가 나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 나로서는 유감입니다.


나이든 사람: (는 이 무렵 자제력을 회복하고 매우 침착하게 말한다.)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지?


잭: 뉴욕에서 부모와 함께 살고 있어요. 그녀는 일년 더 남편을 기다려야겠다고 편지에 썼더군요. 남편으로부터 법적으로 해방되어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거예요. 그 날이 바로 오늘이지만. (절망적으로) 나는 그녀로부터 아무런 소식을 받지 못한 겁니다. (뒷걸음을 치며 누가 오고 있나를 보려는 것처럼 어둠 속을 응시한다.)


아니든 사람: (갑자기 그가 받은 전보를 기억한다. 그는 그것을 잭에게 주기 위해 호주머니에서 꺼낸다. 그리고나서 잠시 머뭇거리며 고통스럽게 말을 한다.) 제발 나는 그럴 수가 없어! (그 전보 내용의 중요성을 깨달았을 때 전해주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에 그는 캠프 모닥불로 천천히 되돌아 올 때 그는 몸을 홱 돌려 전보를 건네준다.) 용기를 내게! 자네에게 놀라움을 줄 것이 여기에 왔네. 이것을 읽어 보게나. 피트 노인이 자네가 도착하기 전에 로우슨에서 이것을 가져 왔다네. 그런데 내가 깜빡 잊었군. 내게 온 것으로 생각하고 개봉했다네! (그는 잭이 기뻐하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다는 듯 재빨리 몸을 돌린다.) (잭은 기쁨에 들떠 노란 봉투를 개봉한다. 그의 얼굴이 밝아지며 기쁨의 환호성을 외치면서 나이든 사람에게 달려간다.)


잭: 정말 믿을 수 없는 꿈만 같은 일이예요.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말 좀 해주세요.


나이든 사람: (그는 잠시 잭을 차분하게 바라본다. 그리고나서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리듯 말한다.) 축하하네. (그는 몹시 고통스러워한다.)


잭: (그의 감정을 오해하고) 오랜 친구시여! 제가 오래 떠나 있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돌아 올 때 그녀를 데리고 올게요.


나이든 사람: (서두르며) 아니야, 괜찮아. 자넨 얼마동안 동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좋을 걸세. 우리가 실제 일을 시작할 때 그곳 사람들이 필요할 테니까.


잭: 출발 기차는 몇 시에 있을까요?


나이든 사람: 자네가 지금 곧 출발해서 열심히 말을 타고 가면 새벽 세시에 리미티드로 갈 수 있는 시간에 맞추어 로우슨에 도착할 수 있을 걸세.


잭: (안장을 들고 뛰어 나가며) 제 말을 협곡 입구에 매어 두었어요.


나이든 사람: (텐트 앞에 서 있다.) 내가 그를 사귄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그를 미워 할 수 없거든. 우리 사이에 운명의 장난인지. 처음 만났던 날 나한테 자기 이름을 말했을 때, 내가 찼던 사람이 바로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었지. 그러나 그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었고 내 마음이 그에게 향하는  바가 하도 강해서 찾고 있던 죤 스로안이 바로 그 사람이라는 생각을 조금치도 해본 적이 없었으니, 물론 그도 내 정확한 이름을 알고 있지 못하겠지만 말이야. 만약 그가 내 이름을 알았더라면 무어라 했을지 궁금하군. 그에게 나를 밝힐 마음이 있긴 했는데. 그러면 안 돼지.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왜 내가 그의 행복을 깨뜨려야 하는가? 이 문제에 있어서 비난 받아야할 사람은 나 한 사람인데 그리고 나는 그 벌을 받아야 마땅해. 오늘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죽이기로 결심했던 죤 스로안이 바로 저 친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을 때, 내 손은 권총을 향했고 마음속에 모든 옛 증오의 불꽃이 타 올랐지. 그리고나서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내 목숨을 구해준 다음 그가 내게 허리를 굽혀 바라보았을 때인 트랜스발의 그날 그가 한 말이 생생하게 떠오르다니, 됐어요, 아저씨, 이제 됐어요.“ 그리고나서 내 손은 권총에서 벗어나고 옛 증오심은 영원히 사라져 버렸으니 말이야. 그녀는 과거의 내 모습에도 불구하고 나한테 진실했으니, 신이여, 그들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 주십시오. - 내가 지금까지 사랑해왔던 유일한 두 사람들에게 말입니다. 그리고 나는..... 계속 방랑을 해야 한다. 그들 행복을 방해하는 유령이 될 수는 없으니깐 말이야.


잭: (서둘러 들어와서 박차를 신고  모자를 쓰는 등의 일을 한다.) 안녕히 계세요. 오랜 내 친구시어, 이런 식으로 떠나는 나를 용서 하세요. 그러나 나는 이날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답니다. 절 이해해 주시겠지요?


나이든 사람: (천천히) 아무렴, 이해하고말고. (그의 손을 잡고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잘 가게. 신이 자네 두 사람에게 축복을 내려주시길 비네.


잭: (감동하며) 안녕히 계세요. (그가 퇴장한다.)


나이든 사람: (캠프 모닥불에 앉아 손에다 얼굴을 묻는다. 마침내 그는 힘들게 일어서서 캠프 모닥불을 일군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슬픔의 미소를 띄며 성서의 다음 말 (註-요한복음 15장 13절 참조)을 인용한다.

 친구를 위해 아내를 주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가진 사람도 없다.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