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3)
유진 오니일 지음/ 실개천(김영관 옮김)
팀: (의심스럽게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오? (그리고 갑작스럽게 ) 아니오. 그럴 뜻이 아니었는데. 당신은 착한 사람이고 아마 나를 도와 줄 수 있을 거요.
로즈: 그렇게 하고 싶어요.
팀: 그렇다면 내 말 들어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소리치지 않겠다고 약속하시오.
로즈: 소리치지 않을게요, 제발.
팀: 좋소. 나는 팀 모건이라는 사람이오. 2주 전에 감옥에서 탈주 했소.
로즈: (끌리는 듯한 놀라움으로 그를 바라보며) 당신이 바로 팀 모건! 일주일 전에 은행을 털었던 바로 그 사람! 경찰이 혈안이 되어 지금 찾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이란 말인가요?
팀: 쉿! 이런 곳에선 벽에 귀를 대고 엿듣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로즈: (소리를 낮추며) 신문에서 읽었어요. (조금은 두려운 듯이 그를 바라본다.)
팀: 날 두려워하지 마시오, 알겠소? 당신은 스티브 같은 겁쟁이가 아니란 것을 나는 알고 있소.
로즈: (침착하게) 그래요. 당신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팀, 그렇지만 당신이 여기 있는 걸 경찰이 알고 당신을 잡아갈까 걱정이 되는 군요. (걱정스럽게) 스티브가 당신을 알까요? 그가 안다면 현상금을 받기 위해 분명히 경찰에게 말할 거예요.
팀: 아니오. 나를 모른다는 걸 그의 눈빛으로 알았소.
로즈: 여기와 계신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팀: 일주일- 내가 금고를 턴 이후 줄곧 말이오. 나는 소문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중이오. 내가 배를 채우기 위해 나가는 것 이외에는 일체 방을 떠나지 않았소. 며칠 먹을 것을 가지고 오늘 밤 들어오다가 모퉁이에서 나를 한참 동안 쳐다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소. 별로 느낌이 안 좋아서 들키기 전에 이곳을 떠나려던 참이었소.
로즈: 현사였을까요?
팀: 그렇소. 느낌으로 알아요. 예감이 좋지 않아요.
로즈: (놀라워하며) 그렇다면 당신이 체포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오늘 밤 여기에 온 거예요?
알지도 못하는 날 위해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말이에요? (갑자기 그에게 다가가 피하려는 그의 손을 잡는다.) 당신은 멋진 사람이로군요, 정말.
팀: (매우 혼란스러워 하며) 별 것 아닌 일이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오.
로즈: 당신이 그런 입장에 빠져 있다면 아무도 그런 일을 해 줄 수가 없을 거예요. (현관 쪽에서 조그만 소리가 들린다. 로즈는 놀라서 돌아본다. 그리고 거의 속삭이는 목소리로 서둘러 말한다.) 경찰인가 봐요. 당신이 누군가를 짐작했을까요? 어떻게 도망 갈 거예요? 여기를 빠져 나가는데 내가 도움 되는 일이 없을까요? 당신을 위해 내가 뭔가 할 일이 없을까요?
팀: (창문을 가리키며) 저기 비상 탈출구가 있소?
로즈: 있어요.
팀: 그것이 어디로 통하나요?
로즈: 뜰에서 지붕으로 통해요.
팀: 뜰이라니. 어쩔 수 없이 지붕 쪽으로 빠져 나가야겠군. 그들이 들어오면 빨리 도망갈 수 있도록 이 방에 있을 수밖에 없겠어요. 당신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딱 잡아떼시오. 가능하면 시간을 끌면서 이야기 하시오. 내가 충분히 도망갈 수 있도록 붙잡고 있으라구요.
로즈: (단호하게) 할 수 있는 한 오래 끌어 볼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한 시간 전에 당신이 계단을 내려가는 것을 봤다고 말할 게요.
팀: 좋아요. (그들은 창문을 등지고 방 중아에 서 있다. 창틀 모서리 틈 사이를 통해서 들여다보는 스티브 얼굴이 나타난다. 그는 비상구 바깥에 웅크리고 있다. 방안에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증오심으로 이글거린다. 로즈는 기침을 시작하며 자신이 낸 소리에 놀란다. 그리고 그녀는 손수건으로 입을 가려 기침을 제지하려 한다.)
팀: 쉬....잇! 불쌍한 여자! (그는 그녀 쪽을 향해 낮은 어조로 빠르게 말한다. 이걸 받아요. (그는 호주머니에서 돈 뭉치를 꺼내어 그녀 손에 억지로 쥐어준다. 그녀가 받지 않으려 하자) 가만있어요! 당신의 불평 따위를 들을 시간이 없소. 별로 많지 않은 돈이지만 이게 내가 가진 돈 전부요. 나는 이 돈이 필요 없소. 내가 필요로 하는 돈이야 세상 어디에나 있으니 말이오. 이 정도 돈이면 당신 모녀가 그 못난 겁쟁이가 있는 도시로부터 멀리 벗어날 수 있을 거요. (스티브 얼굴이 분노로 경련을 일으킨다.) 산속 어딘가로 가서 병 치료를 해요.
로즈: (흐느끼며) 난 그 돈을 받을 수가 없어요. 당신은 제게 이미 너무 잘 해주셨어요. 당신은 내가 얼마나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지 몰라요.
팀: (갑작스럽게 그녀를 끌어안고 거칠게 그녀에게 키스를 하며) 당신이 얼마나 타락했나를 판단하는 것은 나요. 당신이야말로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람 가운데 가장 깨끗한 인간이오. (그들은 서로의 눈을 쳐다본다. 로즈의 굳은 표정이 말끔히 사라진다. 그녀의 얼굴은 새로운 표정으로 바뀌어 부드러워진다. 스티브가 방으로 손을 들여 놓는다. 그는 팀을 겨냥하여 권총을 쥐고 있으나 두려워 발사하지 못한다.)
로즈: (그녀 팔로 팀의 목을 껴안으며) 팀, 팀. 당신은 나에게 너무 잘해주셨어요.
팀: (다시 그녀에게 키스를 하며) 당신이 있는 곳을 알려 주시오. 당신을 만나러 가리다. (그녀로부터 벗어나며 호주머니에서 조그맣게 접힌 종이쪽지를 하나를 끄집어낸다.) 이것으로 나를 찾을 수 있을 거요. (그녀는 그것을 받아든다. 그녀의 눈에는 행복의 눈물이 가득하다. ) 아마 머지않아 우린 다시 시작할 수가 있을 거요. - 함께 말이요. (마루바닥이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홀에서 들린다.) 무슨 소리지? (그들 둘은 문 쪽을 응시한다. 스티브는 창문 쪽에서 소리 없이 사라진다.) 틀림없이 그들이 나를 쫒고 있음이 분명해요. 내 짐작은 아직까지 틀려 본 적이 없거든요. (그는 호주머니에서 모자를 끄집어내어 쓴다.) 한방에 날려 보내야지.
로즈: (문으로 가서 듣는다.) 누군가가 계단을 살금살금 걸어 올라오는 소리예요. (그녀는 발뒤꿈치를 들고 그에게 키스를 한다. ) 가세요. 어서 가세요. 붙잡히면 안돼요. 팀, 난 당신을 사랑해요.
팀: 잘 있어요. 가능한 한 곧 돌아오겠소. (그는 다시 그녀에게 키스를 하고 재빨리 창문으로 간다. 스티브가 창 옆으로 손을 뻗어 총구가 거의 팀의 가슴에 닿은 거리에서 발사한다. 요란한 총성이 들리고 연기가 솟는다. 팀은 뒤로 비틀거리다가 마루바닥으로 쓰러진다. 스티브가 권총을 방으로 던진다. 그리고나서 조용히 창을 내리고 사라진다. 침대위에 어린아이가 가냘프게 울고 있다.)
로즈: (팀에게 달려가 무릎을 꿇은 채로 그녀의 가슴에 그의 머리를 껴안는다. 팀! 팀! 말해봐요, 팀! (그녀는 그에게 광란의 키스를 해댄다.)
팀: (눈빛이 흐려지며) 작한 여인.... 산으로 가서... 그 기침하는 병을 치료받도록 하시오.
(그가 죽는다.)
로즈: (그의 머리를 마루바닥에 뉘면서 그의 곁에 앉는다. 돈이 아직도 그녀 오른손에 쮜어져 있다. 그녀는 똑바로 앞을 응시하고 무시무시할 정도의 단조로운 어조로 반복하여 말한다.) 죽다니, 오 하느님. 하느님, 하느님! (통로계단을 달려오는 사람들소리가 들린다. 목소리 하나가 소리친다. “분명히 있을 거야.” 문을 밀어재치고 세 사나이들이 들어선다. 한 사람은 정복차림을 한 경찰이고 다른 두 사람은 사복형사들임이 틀림없다. 집 여주인과 이 집에 사는 몇몇 사람들이 문간에 서 있다.)
경찰: (로즈에게 가서 그녀 팔을 붙잡고 일어서라고 소리친다. “이리와, 일어서!” 두 사복 형사들이 죽은 자를 한번 쳐다보더니 함께 소리친다.) 팀 모건!
시복형사1: 오늘 밤 이곳으로 들어오는 것을 내가 봤다고 말했지? 난 그 놈 얼굴을 잊은 적이 없어.
사복형사2: (마루바닥에서 권총을 집어 살펴본다.) 그가 여기 서성거릴 만큼 바보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로즈를 향해) 무엇 때문에 그를 죽였지? (비꼬는 투로) 사랑싸움이었나? (그녀 손에 든 돈 뭉치를 보고 재빨리 그녀 손목을 쥔다.) 돈 뭉치인데! 이 년이 여기에서 몸을 팔았군. 좋아 다른 사람들 도착하기 전에 이 놈 몸수색을 해봐야겠어. (거친 소리로 언성을 높여 로즈에게 말한다.) 왜 이 자를 죽였지? 이 돈 때문이었나? (사복형사가 말하는 동안 로즈는 점차 자신이 처한 상황을 깨닫는다. 자신이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음을 알자 그녀는 고통의 표정을 드러내 보인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려고 노력하며 더듬거려 말한다.)
로즈: 하느님, 맹세컨대. 난 살인하지 않았어요. 그가 나에게 이 돈을 주었어요. 누군가가 창문을 통해 그를 쐈다구요. ( 그 이상 할 말이 없는 것처럼 아주 짤막하게) 아니, 난 그를 사랑했어요.
사복형사2: 그 따위 소리 집어치워! 우리가 얼간이인 줄 알아? 저 창문은 열려 있지 않았고유리창도 부셔지지 않았어. 그가 네게 돈을 주고 자살했다고 생각하란 말이냐? 야! 이 계집년아, 우릴 뭘로 보는 거야?
로즈: (자제력을 잃고 경찰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친다. 몸의 중심을 잃는다.) 팀! 팀! 재발 그들에게 말해주세요. 내가 당신을 살해하지 않았다고 말해줘요. 팀! 당신이 내게 이 돈을 주었다고 말해주세요. 당신은 아시지 않잖아요. “아이를 데리고 산속으로 가서 기침병을 치료하라”고 말 했던 것을. 당신이 했던 말을 저 사람들에게 말해봐요. 팀! 그들에게 말하세요. 팀!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도 말도 하시구요. - ... 그리고 당신이 여길 무사히 빠져 나가도록 내가 돕고 싶어 했다는 말두요. 당신이 나에게 키스를 했다는 것두요. 내가 당신을 쏘았다고 생각들을 하고 있다구요.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저들은 모르고 있어요. 제발 저들에게 말해주세요. 왜 말을 하지 않으세요?
사복형사1: (조소하는 투로) 그럴듯하게 둘러 부치지만 소용없어. (동료 두 사람들을 항해) 이 계집이 나를 바보로 아나봐 자네들은 이 여자를 경찰서로 데리고 가서 조서를 작성하게나. 나는 이곳에 남아 이 방 좀 살펴봐야겠어. 저 울음소리 사람 미치게 하는군.
로즈: (경찰이 그녀 어깨를 때리자 그녀는 벌떡 일어서 거칠게 대든다.) 내가 살인하지 않았다고 말했잖아요! 저 창문 쪽에서 쏘았다니까요. 내 말을 못 믿는 거예요? 맹세컨대 난... (그녀는 경찰들의 못 믿어하는 조소와 호기심 어린 두려움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문간의 창백한 얼굴들에 의해서 질겁해 말을 중단한다. 그녀는 모든 사람들의 눈빛이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음을 감지한다. 그녀는 자신의 무죄를 항변해봤자 아무 소용없음을 깨닫고 절망에 빠진다. 어린아이는 계속해서 울고 있다. 그녀는 처음으로 아이의 울음소리를 의식하고 달래기 위하여 침대로 간다. 경찰이 그녀의 팔을 꽉 붙잡고 있다. 그녀는 활력이 없고 기계적인 어조로 어린아이에게 부드럽게 말을 한다. 어린아이가 울음을 그친다. 모두의 얼굴엔 연민어린 동정심을 보이며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로즈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인다. 그녀의 눈빛은 맹인 여자의 눈과 같다. 그녀는 다른 어떤 사람도 알 수 없는 방안의 문가... 아마 그녀를 짓이겨 부셔버리는 아이러니한 생명력의 구현 같은 어떤 것을 ... 감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복형사1: 당신 아이야?
로즈: (방안의 보이지 않는 존재를 향해) 예, 당신이 저 아이도 데려갈 거죠?
사복형사1: (그녀의 말을 오해하고 마음씨 착하게 ) 당분간 내가 저 아이를 보살피겠소.
로즈: (허공을 향해) 맞아요. 나한테 잘된 일이죠 뭐. (갑작스럽게 머리 위로 양팔을 뻗치며 깊은 절망의 울음을 비통하고도 구슬프게 운다. ) 하느님! 하느님! 당신은 왜 나를 그렇게도 증오하시는 겁니까?
경찰: (충격을 받아) 여봐, 그같은 심한 말을 하다니. 자 어서 가! (로즈는 힘없이 그에게 기댄다. 질겁한 사람들의 무리가 말없이 비켜서는 문 쪽으로 그녀를 지탱해 데리고 간다. 사복형사2가 뒤를 따라 나간다. 잠시 후 로즈의 공허한 기침 소리가 어두운 현관에서 메아리되어 들려온다. 아이가 깨어나 가련하게 울어댄다. 사복형사1이 침대로 가서 무릎에 어린아이를 올려놓고 어색한 장난기로 달랜다.)
어린아이: (가냘프게) 엄마...!
사복형사1: 엄마는 가버렸단다. 이제 내가 네 엄마란다.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