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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1) /번역극

김영관 2009. 3. 26. 18:13
 

               경고 (1)


                 유진 오니일/ 실개천(김영관) 옮김


등장인물


제임스 냅 - 에스. 에스 “엠프레스”호의 무선사

메어리 냅 - 그의 아내

찰스 -15세

둘리 - 14세

리지 - 11세

슈우 - 8세

어린아이 - 1살

하드윅 선장 -“엠프레스”호 선장

메이슨 - “엠프레스”호의 일등 항해사

딕 휘트니 - 같은 항로의 "에스. 에스 더치스”호의 무선사


장면 1 - 뉴욕시, 브롱크스의 제임스 냅의 아파트 거실.

장면 2 - 무선실이 보이는 "에스. 에스 엠프레스”호의 구석.( 약 두 달 후) 






장면 1: 뉴욕시, 브롱크스의 제임스 냅 아파트의 거실 왼쪽에 현관으로 통하는 문이 있고, 좀 더 왼쪽에 의자가 하나 있다. 아마도 침실로 사용되는 작은 방을 가리는 육중한 초록색 커튼이 있다. 오른쪽에 부엌으로 통하는 문 통로가 있고, 의자가 하나 더 있다. 뜰을 향한 창문의 증류기 위에는 화분 몇 개가 있다. 창문 앞에는 카나리아 한 마리가 졸며 슬프게 지저귀고 있고 금박 새장이 매달려 있다. 벽은 색 바랜 푸른 종이로 대벽 되어 있고 마룻바닥은 거의 같은 색깔의 낡아 빠진 카페트로 덮여 있다. 몇몇 샛깔 요란한 일요 증판 사진들이 들어있는 값싼 액자들이 통로 주변 공간에 간간히 걸려 있다. 꽃으로 수놓아진 덮개가 덮혀진 식탁이 부엌과 아파트의 정면 사이 자유스럽게 드나들 통로로 더 남을 공간을 사용하기 위해 중앙 벽 뒷쪽에 놓여있다. 테이블 벽 위의 중앙에 검정 대리석 시계가 가련한 소리로 째각거리는 걸개가있다. 시계주변에 가족사진들이 양쪽 측면에 여러개 걸려 있다. 걸개 위에 "홈, 쉿 홈"이라고 쓰여진 검정색 액자가 걸려 있다. 천정 중앙에 매달려 있는 샹데리어에는 웰즈바흐형의 램프가 조그만 방을 환히 비추고 있다. 10월 어느날 저녁 8시30분 경이다. 시간은 현재. 냅 부인이 부엌 가까이의 식탁 끝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녀는 수천가지 돈 걱정으로  조로한 40세가량의 창백하고 여윈 짜증스런 표정의 여자이다. 원래는 예뻤을 용모가 여러차례의 출산과 어려운 가정과 새로운 짐을 지우는 고통으로 마악져 그녀의 갈색 머리칼은 백발이 성성이 뒤섞인 상태인데 귀 위로 꽉 조여 빗어넘겨 머리위에 묶었다. 여윈 입술의 입이 슬프게 쳐저 있다. 그리고 그녀의 흐릿한 푸른 눈은 지쳐서 신경질 잘 부리는 표정이다. 그녀의 흙이 묻은 회색 실내복을 입고 있으며 검은색 융단과 같은 색의  스리퍼를 신고 있다.  그녀가 말을 할 때의 목소리는 분명히 불평투성이고 권위가 없다. 

 두 어린아이들, 리지와 수수가 가족 사진과 마주한 방향에서 그녀 왼쪽에 앉아 있다. 그들은 금발의 곱슬 머리를 마주대고 테이블 위에 몸을 굽히고 있다. 그들은 깨끗하게 보이는 짙은 색깔의 검정색 옷에다 스타킹을 신고 있다.   


리지: “g"를 그렇게 쓰면 안돼. 연필 이리 줘봐. 내가 시범을 보여줄게. (그녀는 수우로부터 연필을 뺏으려 한다.)


수우: (저항하다가 울기 시작한다.) 연필 못줘. 엄마, 언니 못하게 하세요.


냅 부인: (지쳐서) 제발 조용히 못 하겠니 수우? 리지야 그냥 둬라. 애하고 싸우는 게 부끄럽지도 않니. - 나이도 훨씬 더 먹은 애가 말이야. 너희들이 쉴 새 없이 언쟁하고 싸우니 잠시도 평화가 없구나.


수우: (더 큰 소리로 외쳐대면서) 엄마! 언니가 연필 안줘!


냅 부인: (엄하게 보이려 하면서) 리지야 말 안 듣겠니? 빨리 그 연필 돌려주라니깐!


리지: (덤덤하게) “g"를 쓰는 법을 보여주려 하는데 저러는 거예요. 가만히 좀 있으라고 하세요, 엄마!


수우: (소리치며) 내가 "g"를 썼다니까, 이게 “g"가 아니고 뭐야?


리지: 미치겠네. 거짓말 하고 있어요, 엄마. 쟤는 전혀 “g"를 쓸 줄을 몰라요. 전혀 모른다니까요.


수우: 안다니깐! 연필 줘봐.


리지: 쓸 줄도 모르면서. 연필 못줘.


냅 부인: (화가 치밀어 재빨리 의자에서 일어나, 리지의 귀에다 대고) 야 이 계집애야! (귀를 잡아 다닌다.) 맛이 어떠냐. 연필 이리 줘. (그녀는 리지의 손에서 연필을 빼앗아 수우에게 준다.) 연필 여기 있다! 제발 좀 그쳐라! (수우는 울음을 그쳤지만 리지가 아픈 귀에다 손을 얹고 온 힘을 다해 소리치기 시작한다.)


수우: (연필심이 부러진 걸 알고 다시 훌쩍이기 시작한다. 엄마 보세요! 연필심을 부러뜨렸어요!


냅 부인: (마음이 산란하여) 조용히 하거라. 내가 깎아 주마. (리지를 무릎에 올려놓으며) 제발 울음 좀 그쳐라! 엄마는 네가 미워서 그런 게 아니란다. (리지는 더 큰 소리로 울기만 한다.) 그쳐라. 그러면 캔디 한 조각 주겠다. (금새 리지는 울음을 그친다.) 엄마한테 뽀뽀를 해라. 더 이상 울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야지!


리지: (순종하여 그녀에게 입을 맞추며) 약속할 게요. 엄마 캔디 어디 있어요?


수우: (연필에 더 이상 흥미를 잃고) 나도 캔디 주세요.


냅 부인: (부엌으로 가서 끈끈한 당밀 캔디 조각을 가져온다.) 여기 있다. 리지! 여기 있다. 수우! (수우는 그녀의 작은 입에 캔디를 가득 먹는다.) 너희들은 “고맙다”는 말도 안하니? (리지는 마지못해 “고마워요”라고 말하지만 수우는 말이 없다.) 너희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구나. 전혀 예의를 배우지 않은 애들 같으니 말이다. 너희들 행동은 길거리에서 자라는 애들 같구나. (시계가 8시 30분을 알리자 냅 부인은 고마운 표정으로 시계를 바라본다.) 봐라 애들아. 8시30분이구나. 어서 가서 자거라. 아침에 학교 갈 시간에 일어나려면 말이다.


수우: (뾰루퉁 하며) 아빠 올 때까지 여기 있어도 된다고 했잖아요?


수우: 아빠 보고 잘 거예요.


냅 부인: 제발 조용히들 해라. 더 이상 너희들 말 듣고 싶지 않다. 오후 내내 아빠 봤지 않니. 늦게 까지 안 자려는 구실일 뿐이지. 아빤 진찰을 받으러 가셨는데 언제 오실지 몰라. 8시 30분까지 여기 있어도 좋다고 약속했잖니. 이제 시간이 됐다. 자 어서 가 자거라.(애들이 마지못해 엄마에게 뽀뽀하고 작은 방을 통해 천천히 잠자리로 간다.)


냅 부인: 촐랑대서 아기 깨우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아빠한테 엉덩이를 때려 주라고 말 할 거다.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한다.) 그리고 기도하는 것 잊지 말아라! (그녀는 안도의 깊은 한숨을 쉬며 주저앉는다. 식탁 위의 석간신문을 들고 읽기 시작한다. 현관 통로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소리를 들을 때 전혀 차분하지 못하다. 그 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여자애 목소리가 열쇠 구멍 틈으로 웃음 섞여 소리친다.  ‘문 여세요 엄마!”)


냅 부인: (재빨리 문으로 가서 열어주며) 제발 조용히 못 하겠니. 애를 깨울 작정이니? 너희 같은 애들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엄마 생각은 조금도 안하니 말이다. (찰스와 돌리가 재빨리 방에 들어선다. 냅 부인은 다시 문을 걸어 잠그고 테이블의 자리로 되돌아간다. 찰스는 15세의 얼빠진 듯하고 여윈 젊은이인데 그가 입고 있는 옷이 작게 보여 팔과 다리가 많이 드러나 보인다. 그의 체격은 크고 균형 잡혀 있지 못하다. 그의 눈은 작고 물같이 파란 색깔이다. 그가 모자를 벗자, 모래 자루 같은 머리칼이 앞이마에 흘러내린다. 그는 남루한 잿빛 노포크 옷을 입고 있다. 매우 여위었지만 돌리는 검은 색 눈을 가진 꽤 예쁜 소녀이다. 갈색 곱슬머리가 어깨까지 흘러내린다. 단정하게 진 푸른 원피스를 입고 있다. 그리고 검정 신발과 스타킹 그리고 검은 빛 감도는 모자를 쓰고 있다. 경박한 도시 아가씨의 평범한 용모로 위층으로 뛰어 올라와 홍조를 띠고 있다.)



돌리: (달려가 어머니에게 키스를 하며 - 장난스럽게) 내가 무얼 본지 알아요, 엄마?


찰리: (큰 소리로 - 거의 소리를 치듯이) 내가 무얼 본 것 같아요, 엄마?


냅 부인: 제발 찰리야. 소리 좀 낮출 수 없겠니? 옆 집 사람들이 네가 하는 소리를 다 듣겠구나. 애가 깨어나면 분명히 아빠한테 이를 거다. 집에서는 모자를 벗어야지. 무슨 일 들이니? 내 말 잊었니? 너희들 하고 다니는 꼬락서니라니 부끄러워 못 살겠구나.


찰리: (모자를 벗으며) 아니 웬 일이세요. 엄마? 오늘 밤에 시무룩하시니 말예요.


냅 부인: 엄마한테 큰 소리로 말 하는 건 상관없고  망나니처럼 소리치고 다니는 걸 내가 화를 내면 안 되니? 애가 금방 잠이 들었다. 네 소리에 애가 깨면 내가 편하겠니?


돌리: (그녀 이야기에 끼어들어 -  찰리를 웃음기 어리게 힐끗 쳐다보며) 내가 뭘 본 줄 모르시겠지요, 엄마?


찰리: (수줍어하며) 좋아, 하고 싶으면 말씀해드리지. 난 상관없으니까. 나도 뭘 봤는지 엄마에게 말씀드릴 테니까.


돌리: 오빠가 뭘 봤는데?


찰리: 난 봤어.


돌리: 뭘 봤다고 그래?


냅 부인: 제발 조용히들 하라니깐! 처음엔 리지와 수우 그리고 이젠 너희들, 도대체 신문 읽을 틈도 없으니 말이야. 돌리야, 너 뭘 봤다는 거니? 말해봐라.


돌리: 오빠하고 빨강머리 해리스라는 계집애가 모퉁이 가계에 있는 걸 봤어요. 아빠가 준 25센트짜리 동전으로 오빠가 그 계집아이에게 아이스크림 소다수를 사주고 있었다구요.


찰리: 난 그런 적 없어.


돌리: 오, 거짓말 마! 오빠가 사줬잖아.


냅 부인: 부끄러운 줄 알아라. 덩치만 커가지고, 네 또래 계집애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돈이나 쓰고 다닌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아버지가 준 돈을 네가 얼마나 낭비하고 다니는 줄을 말해야겠구나. 아버지가 널 다시 신용하게 되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텐데.


찰리: (뾰로통해서) 나만 그런 게 아녜요. (돌리를 가리키며)  돌리가 네델란드 아이와 현관 아래쪽에서  어울리고 있는 걸 봤어요. 그 애가 아버지가 근처 역에서 살롱을 경영하는 애 말이에요.  거긴 캄캄한 곳이에요.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말이에요. 갠 사팔뜨기라구요!


돌리: 안 그래.


찰리: 오 미치겠네. 사팔뜨기라니깐! 똑 바로 볼 줄을 모르는 애라니까. 아니면 똑바로 못 쳐다보는 애든지 말이야.


돌리: 오빠 보다 더 나은 애야.


찰리: (목소리에 통제력을 상실하고 다시 소리를 지르며) 그 앨 다시 보면 눈에다 한방 먹여야겠어, 얼간이 놈. 본때를 보여 줘야겠어. 다시 한번 풋내기 짓하면 콧대가 깨지도록 너도 두들겨 패줄 거야. (돌리가 울기 시작한다.)


냅 부인: (재빨리 일어서서 떨리는 손으로 귀뺨을 때리며) 혼좀 나야겠구나. 이 풋내기. 동생에게 손만 댔다간 아빠한테 혼 날 줄 알거라. 찰리. (귀에다 손을 갖다대며 - 훌쩍거린다.) 엄만 왜 항상 저만 나무라는 거예요? 왜 쟤한텐 아무 말도 안하는 거예요?


냅 부인: (계속 울고 있는 돌리를 향해) 그리고 너 이 계집애야! 다시 한번 더 그런 애송이들과 어두운 현관 통로에서 희희낙락거린다는 이야기를 듣기만 해봐라. 발목을 부러뜨려 놓을 테니깐. 어린 것이 그런 곳에서 노닥거릴 생각을 다 하다니! 전혀 이해할 수가 없구나. 난 평생을 한적한 곳에서 남자와 단 둘이 있어 본 적이 없었는데. 네 아빠와 결혼하기 전엔 심지어 네 아빠하고도 말이야. 요새 얘들이 도대체 어떻게 돼 먹으려고 그러는지 통 알 수가 없구나.


돌리: 캄캄한 곳이 아니었어요.


냅 부인: 그게 무슨 상관이냐, 내 말 못 들었어? 다시 한번 더 그런 일이 있었단 봐라. (돌리는 눈물을 닦고 찰리에게 얼굴을 찌푸린다.)


찰리: (의기양양해서 소리치며) 정말 캄캄한 곳이었어요. 엄마에게 거짓말 하고 있는 거예요.


냅 부인: 닥쳐! 충분히 알아들었으니깐. 소리를 낮추라고 했잖니. 악 쓸 필요 없잖니 난 귀머거리가 아니란 말이다.


찰리: (소리를 낮추어) 알았어요, 엄마. 아빠가 집에 오신 이후 큰 소리로 말하는 습관이 됐어요. 내가 소리를 낮추어 말하면 못 알아들으시는 것 같아요.


냅 부인: 네 아빠는 지독한 감기에 걸려 두뇌 작용이 중단되어 버렸단다. 감기 걸린 것이 아니라면 내가 모르겠니? 나도 그랬단다. 그러나 네 아빤 내 말을 믿지 않으려 하신다. 그래서 네 아빤 키니네 한 알이면 될 일을 이비인후과 전문의한테 5 달러씩이나 낭비하고 있단다. - 무선사가 그럴 순 없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무선사가 별 것도 아닌 일에 5 달러씩이나 낭비할 순 없다고 네 아빠에게 말씀드렸는데도 말이다. 특히나 아내와 다섯 자녀가 있는 가장으로선 그럴 여유가 없지. 네 아빠가 어떻게 될는지 모르겠다. 지난 번 “엠프레스: 호를 타신 후 전 같지가 않으신 것 같다. 남아메리카 기후가 아빠에게 영향을 끼친 것 같구나.


돌리: 이번 집에 오신 후 화를 더 자주 내세요. 찰리와 나에게 이유 없이 소리를 지르세요.


냅 부인: 다른 배를 타게 되시면 괜찮아지실 거다. 그러나 네 아빠가 이번 승선을 포기하면 다시 직업을 구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네 아빤 옛날 같지가 않으시다. 선주들이 이젠 젊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싶어 한단다. 계속 일을 하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세를 낼 수가 없게 된다. 네 아빠 봉급이 얼마나 적은지를 아무도 몰라. 네 형 짐이 매달 몇 달러씩 송금해주고, 찰리가 주 5달러, 내가 세탁해서 몇 푼씩 벌지 않으면 살 수가 없을 거다. 거리로 쫓겨 나가야 할 거다.


찰리: 아빠가 오늘 밤 어디 가셨어요? 병원에 가셨나요?

 

냅 부인:  그렇단다. 왜 늦으시는지 모르겠구나. 저녁 식사 마치고 너희들 나간 다음 외출하셨다. 다시 3개월 동안 못 볼 아빠와 집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다고 생각해보렴.


찰리: 오시는지 나가 볼까요?



냅 부인: 거리로 뛰어날 구실을 찾지 말라. 아침 제 시간에 일어나고 싶으면 잠이나 자거라. - 돌리. 너도 마찬가지다.


돌리: 공부할 게 좀 남아 있어요. (누군가 느리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올라오는 소리가 현관 통로에서 들린다.)


냅 부인: 너희 아빠가 오시나 보다! 돌리야, 공부하려거든 현관으로 들어가거라. 늦게까지 있는 걸 아빠에게 보이지 않도록 해라. 애가 깨어나지 않도록 등에다 가리개를 하거라. (문 앞에서 발걸음이 멈추고 노크 소리가 들린다.) 찰리야, 가서 문 열어 드려라. 하루 종일 서 있어서 일어설 수가 없구나. (찰리가 문을 열자 제임스 냅이 들어선다. 그는 50세 가량의 허리가 약간 굽은, 그리고 여윈 얼굴의 사나이이다. 그가 중절모를 벗을 때 큰 귀가 덮어 뒷머리까지 흘러내린 백발의 옅은 머리를 한 거의 숱이 없는  좁고 긴 머리가 드러나 보인다. 그의 얼굴은 열대의 태양에 그을려 보인다. 그의 눈은 작고 힘없어 보인다. 그는 빛  바랜 갈색 옷을 입고 있으며 광택이 없는 황갈색 구두를 신고 있다. 그가 늘어뜨린 반백의 콧수염을 신경질적으로 만지작거리며 일어설 때의 표정은  평상시와는 달리 우울하게 보인다. 냅 부인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자빨리 일어서서 다가간다. 그리고 그에게 키스를 한다.)


넵 부인: (남편에게 식탁 모서리에서 팔걸이의자를 빼내어) 이리 오세요! 앉아요! 매우 지쳐 보이는군요. 많이 걸으시면 안돼요!


냅: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천천히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말하며) 조금 피곤하구려. (그는 잠시 식탁 덮개의 꽅 장식 무늬를 바라본다. - 그리고 무겁게 한숨을 쉰다.)


냅 부인: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마지막 남은 친구라도 잃은 사람 표정이에요.


냅 : (조금 회복되어 얼굴엔 약간의 미소를 띠우며) 우울한 일이 생겼소. 어떻게 내일 길고도 외로운 항해를 내가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소. 그리고 어떻게 3개월 동안 식구들을 못 보고 지낼지 걱정이오. 이런 것들이 나를 우울하게 하오. 이런 일 때려치우고 싶소. 뭔가 다른 걸 해 볼 수 있을 만큼 젊다면 좋으련만. 


찰리: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의자에 몸을 굽히고 앉아 있던 그가 소리를 매우 낮추어 다정스럽게 말한다.) 힘내세요. 아빠! (오래 가지 않을 거예요. 추운 날씨를 벗어나실 있어서 다행이에요. 저도 아빠 같은 기회를 가질 수가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