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의 삶(1)
유진 오니일 극/ 실개천( 김영관) 번역
등장인물
에드워드 브라운 - 코네티컷 주 브리즈 타운의 철물상
브라운 부인 - 그의 아내
에드워드 - 시의원
해리
죤
메어리 - 선생님
베시 - 속기 타이피스트
리차드 스틸 - 브리즈 타운의 포목상
모오드 -그의 딸
스티브 헤링턴
베이브 카터
테드 넬슨 - 작가
유진 그래먼트 - 미술 학원장
헬렌 - 모델
1막 - 현재의 8월 무더운 저녁, 코네티컷 주, 브리즈 타운에 있는 에드워드 브라운 집 객실.
2막 - 약 1년 6개월 후 존이 살고 있는 뉴욕 화실.
3막 - 4개월 후 같은 장소.
4막 - 2년 후 브리즈 타운에 있는 존의 집 거실.
1막
장면: 코네티컷 주, 브리즈 타운에 있는 에드워드 브라운의 집 객실. 전면 왼쪽에는 식당 방으로 통하는 문이 하나 있다. 뒤쪽에는 책장하나와 뒤뜰이 내다보이는 두개의 창문이 있다. 모퉁이에는 케비넷이 달린 값비싼 빅트롤라 기록기가 있다. 방 먼 쪽 중앙에 놋쇠로 된 장작 받침쇠가 달린 구식의ㅣ 커다란 난로가 있다. 난로 양편 정원으로 열린 창문이 있다. 창문 가까이 오른쪽 모퉁이에 모리스식 의자가 하나 있다. 더 앞쪽에 일요일이나 휴일에는 사용하지 않는 꼭 닫혀 있는 미닫이문이 있는 현관으로 향하는 커다란 현관 통로가 있다. 정명 멀리에는 홀의 통로로 열리는 더 작은 문이 하나 있다. 난로 위에는 덮개가 있고 그 중앙에는 여송연 상자, 해골과 대퇴골 뼈의 열십자 모형의 담배 단지, 놋쇠 성냥갑 등이 있다. 단단한 목재로 된 바닥 모서리를 제외하고는 전체를 덮고 있는 커다랗고 수수한 색깔의 융단이 깔린 중앙에 사각형 책상이 있고, 주변에 정렬되어 놓여 있는 여러 개의 편안한 의자들이 있다. 책상 위에는 신문과 잡지 더미가 있고 또한 자수를 놓은 장식장 하나가 중앙에 있다. 가장자리에는 위 상데리아와 연결된 독서용 전등 빛을 통해 윤곽이 드러나 두개의 딱딱해 보이는 의자들이 이 집 안주인에 의해 부당하게 취급되어 버림 받은 것처럼 보이는 마루 공간을 채우기 위해 놓여 있다. 벽은 단조롭고 흐릿한 진홍색 벽지로 대벽 되어 있다. 이런 단조로운 공간은 매우 규칙적인 간격으로 “개울가의 가축” 호수의 해돋이“ 등 여러 종류의 눈에 뜨일 정도의 보잘 것 없는 그림들로 채워져 있다. 이런 서투른 그림들이 장식 걸이 틀에 끼워 걸려 있다. 방은 가장 까다로운 속물에게 어울리기에 충분할 만큼 평범하고 일반적이다. 바로 지금 이 집의 추함은 독서용 전등이 아래쪽을 향해 온통 비추고 있고 상데리아의 네 개의 밸브 전부가 비춰줌으로 수치심 없이 드러나 보이고 있다. 브라운 씨 부부와 큰 아들 에드워드가 책상 옆에 앉아 있는 것이 보인다. 브라운 부인은 검정색 옷을 단정하게 차려 입은 50세 가량의 몸집이 작은 백발에 지쳐 보이는 여자이다. 그녀의 표정은 나약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녀가 말을 할 때의 목소리엔 울리지 않는 관대함이 나타나 보인다. 브라운 씨 자신은 엷은 입 위에 자만의 미소가 끊이지 않는 키가 크고 날씬한 노인이다. 그는 깔끔히 면도를 한 얼굴이고, 50세 가량의 약간 대머리인 사나이로 읍내 유지에 어울리는 복장을 하고 있다. 에드워드는 키가 크고 건장하며, 땅딸막한 얼굴과 검은 머리카락, 조그만 눈, 두터운 입술과 목을 가진 사나이이다. 그는 읍내 의원 복장을 하고 있으며 30세이다.
브라운: (그가 읽던 신문을 옆으로 제쳐 놓으며 ) 에드야, 네가 이 신문에 게재한 광고가 내겐 별로 마음에 안 드는 구나.
에드워드: (매우 공손하게) 아버지, 무슨 말씀이세요? (위엄을 갖추고) 바로 제가 문안을 만든 건데요.
브라운: (차갑게) 나도 안다. 네가 모든 문안을 작성했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수다스럽고 엄숙하다는 거다. 다시 말해서 생동감이 없단 말이다.
에드워드: 제 욕심은 이곳 사람들 중 부유층에 호소하려는 거였답니다. - 후원이 진정 필요한 사람들 말이에요.. 그래서 ...
브라운: 그만 됐다. 넌 꼬디옹 클럽이 아닌 철물점을 경영하고 있는 사람이다. 네가 호소해야할 사람들은 우리가 팔려고 하는 것을 원하면서도 그걸 살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 사업에 이보다 더 분명한 사실은 없다.
에드워드: 그러나 가장 부유한 사람들로부터 돈을 벌면서 그들에게 물건을 파는 일이라고 전 생각을 했는데요.
브라운: 그러나 그건 노동자 계급들에게 물건을 구매 하는 것만 못하다. 그들은 현금을 지불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는 사람들은 - 그와 같은 훌륭한 고객들이 없다면 수금원을 고영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 이 가게에 대한 너의 사회적 지위도 지키도록 해라. 이곳은 품위를 잃어서는 안 되는 곳이다. (퉁명스럽게) 내가 아직 은퇴하지 않았다는 걸 명심하거라. 그리고 내가 돈을 벌었지만, 네가 이런 식으로 일을 망치면 어떻게 되겠니?
에드워드: (침울해져서) 내일광고를 삭제시킬테니 아버지께서 손수 문안을 만드세요.
브라운: (좀더 친절하게) 안다, 네가 작성하도록 해라. 넌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 해야 할 줄을 알고 있으니깐 말이다. (영리한 미소로) 잠시 네가 시의원이라는 걸 잊도록 해라. 너의 아버지는 노동자, 그리고 농장 노동자였다는 걸 명심해라. 그리고 너의 아버지가 초등학교 이상의 모든 교육은 이 사업을 통해서 체득한 거라는 것도 명심하여라. 5달러만 있으면 몇 가지 부엌 용품을 사려고 하도록 사람들에게 호소력이 있는 광고를 만들도록 해라.
에드워드: (충격을 받아서 - 아버지가 보잘 것 없는 출신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잘못이라 생각하며) 아버지께서는 그런 모든 사회적 비교를 초월해서 성공하신 분입니다.)
브라운: 나를 너무 추켜세우지 마라. 그리고 그 광고에 대해서 잊지 마라. 그 외 무슨 새로운 건 없니?
에드워드: 없습니다. 그러나 아버님께 상의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긴 합니다만, 기계와는 직접 상관은 없는 일이에요.
브라운: 이야기 해봐라, 너도 발언권이 있지 않니, 의원나리.
에드워드: (심사숙고하며) 존에 관한 일인데요.
브라운: 존이 무슨 일이라도 저질렀단 말이냐?
에드워드: 아버지, 내용인 즉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리와 나 그리고 여동생들도 동의하는 바인데요. 존이 이 집의 귀염둥이가 도긴 다 틀린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고등학교 교육이면 충분한데도 아버지께서는 그를 프린스턴에다 4년 내내 대학 보내주셨죠. 아버님은 항상 우리들에게 사람이 성공하는데 대학 교육은 방해가 될 뿐이라는 말씀을 하셨죠? 그런데 존에게는 사업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신사가 되는 과정인 고전 공부를 하도록 허용하셨어요.
브라운: (이마를 찌푸리며) 그 아이가 사업에 뛰어들 거라고 누가 말했지? 난 항상 존이 전문직에 종사하길 원한다고 말 해왔는데. 우리 집엔 이미 사업가들이 충분히 많아.
에드워드: 그가 결코 전문직을 택하겠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는데요.
브라운: (머뭇거리다가) 네 엄마와 존, 그리고 나 사이에 일종의 비밀이다 만, 이 문제를 이야기하니깐 네게 말해주는 게 좋을 것 같구나. 그가 법학과에 다니도록 내 마음을 작정했단다. 젊은 변호사가 지위를 갖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잖니. 난 확신한다. 내가 일으켜 세운 사업을 만약의 경우가 발생하더라도 잘 보살펴 줄 수 있는 너와 해리에게 감사한다. 그러나 존이 사업에 뛰어들 여유가 없다고 본다. 특히나 존은 재능이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데 말이다.
에드워드: (동생에게 보이는 이런 호의에 화가 치미는 것을 억누르며) 아버님 말씀이 아마 옳으시겠지요. 존은 장래에 어느 직종에 가장 알맞은지 전 판단이 안 서는데요. 그는 자신의 계획을 나한테 결코 말하지 않거든요. 베씨를 제외하고는 우리 누구에게도 그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안 하거든요. 그녀를 그가 자신의 흉금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에요. 해리와 나에게 이상하게 보이는 것은 방학 동안인데도 아버님이 존에게 일을 하라는 말씀을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가 말을 하고 있는 동안 해리가 홀에서 들어온다. 그는 키가 크고 얼굴이 검은 농부처럼 보이는 25세의 청년이다. 착한 성품과 시골 읍내 젊은이의 쾌활한 태도를 지니고 있다. 밝은 체크무늬의 활달한 옷매무새가 기준이 된다면, 맥주 한잔 마시면 일종의 놀이로 포커 파티와 내기 도박도 즐길 수 있는 성품이다.)
해리: (방학에 관한 형의 이야기를 들으며) 안녕하세요, 아버지와 형님! 이야기를 계속하세요, 형님. (그는 걸어가서 책상 가까이에 있는 의장에 앉는다.)
에드워드: (끼어드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으며) 존이 우리 일을 돕지 않는 것에 대한 우리의 감정을 아버님께 말씀드리고 있는 중이란다.
해리: 형님 말씀에 저도 동감입니다, 아버지. 사실상 우리는 땀을 흘리며 고생을 하는데, 동생 존은 들판에서 백합이나 꺾으며 세월을 보내고 있어요. (그는 뭔가 영리하게 모면해 볼 태도로 이 말을 한다.)
브라운: (심각하게) 술친구들하고나 주고받는 저속한 말은 그만 두 거라. 집에 와서는 바보같은 짓은 그만 둬야 할 것 아니냐. 반복 연습 없이도 밖에서 너의 행실은 충분할 터이니. 분별없이 이야기하려면 입 다물 거라. (해리는 미소로 아버지의 힐책을 수용한다.) 에드야, 아까 내가 뭐라고 했지?
에드워드: 해리와 나, 그리고 여 동생들이 학교 졸업한 이래 뭔가 일을 하고 있는 동안, 존에게 도움을 주도록 아버님이 전혀 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말씀 드렸는데요.
브라운: 그가 법과 대학에 입학하면 그곳에 있는 법률 사무소에서 방학 동안에는 일하길 바란다.
해리: 법과대학이라구요?
에드워드: (그의 어조에는 씁쓸함이 감돌며) 그래요, 존은 올 가을에 법학과에 가겠군요. 아버님, 금방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해리: 아버지 왜 그리 안달이세요? 이 읍내 여유 있는 가족들은 모두가 변호사 한사람씩은 가지고 있다구요. 우리만 그리 못할 이유가 없지요. 그러나 존으로 하여금 아버지의 계획대로 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걸요. 그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 하지 않아요. 화가가 되려고 한단 말이에요.
에드워드: (눈치 없이) 해변을 따라 건축되고 있는 새로운 여름 별장이 있는 이 읍내에서 그림 사업도 괜찮을 거예요.
해리: (웃으며) 그런 그림이 아니에요.. 형은 바보 같이. 장사를 위한 그림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는 일반 가정에 걸기에는 너무 고상한 그림을 그리고 것이라니까요. 평범한 사백 개의 초상화 가격으로도 살 수 없는 그런 그림말입니다.
브라운: 그가 변호사가 되려고 한다고 내가 말했잖니. 그 아인 단지 여가로 그림을 그린단 말이다.
해리: 하루 내내가 그의 여가예요. (아버지는 화가 나서 그를 쳐다본다. 그러자 해리가 재빨리 화제를 바꾼다.) 오늘밤의 열띤 논쟁의 주인공께선 지금 어디 계시는 가요?
브라운 부인: (뜨개질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존 이야기냐? 저녁 먹기 위해 스틸 씨 댁에 갔단다. (에드워드는 침울하게 보인다. 해리는 군침을 삼키는 미소로 형을 의미 있게 바라본다.)
해리: 로미오와 줄리엣도 그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녜요. 형님, 뭘 그리 생각하시나요?
에드워드: 난 단지.
해리: 의원 나리, 나를 놀라게 하시는데.
에드워드: 너, 넌, 바보 같은 자식.
해리: (나약하게) 고마워, 형. (그는 어머니 쪽을 향한다.) 어머니, 언제 이 기쁜 소식을 공개 하실 거예요? 어머닌 이걸 비밀로 하고 계시는 것이 틀림없어요.
브라운 부인: 모오드와 존 이야기냐?
해리: 그래요. 에드 형과 나는 낡은 옷에서 먼지를 털고 우리가 수치스럽게 되지 않게 될 시간이 언제인지 알고 싶군요.
브라운 부인: 나도 너희들에게 말 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분명히 그럴 날이 올 거다. 모오드는 매우 분별 있는 아이다. 사랑스러운 아내가 될 여자 애다.
해리: 그녀 아버지가 돈에 지나치게 얽매어 있고 모오드는 단지 철없는 아이라는 걸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틸 가문은 사회적으로 결점이 없다는 것도 명심하고 있답니다. 형도 한 때는 그 여자에게 빠졌었잖아요! 그렇지요 형님? (매우 슬픈 어조로) 그렇지만 옛날 이야기에요. 거의 일년 전이었어요. 그런데 애통하게도 그녀가 동생 존에게 빠져 버렸다니까요.
에드워드: (호가 나서) 아버님, 동생 해리에게 존경심을 갖도록 나무래 주세요. 천박한 농담을 못하도록 말이에요. 스틸 양에 대한 저의 옛 감정도 그 중 하나입니다. 내가 장난꾸러기 동생 해리 외엔 그 누구에게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지만, 그런데 어리석은 믿음 때문에 해리에게 말 한 것이 후회스럽기만 합니다.
해리: (부드럽게 다가가서 그의 말을 가로 막으며) 오, 형님. 형님께서는 내게 믿음을 강요하는군요. 형님은 그때 취해 있었답니다. 몹시 취해 있었답니다. 그런 상태의 형님을 보고 내 마음이 얼마나 아팠는지 지금도 생생하답니다. 하늘 같이 믿었던 형님께 말입니다!
브라운 부인: 해리!
브라운: 뭐라고?
에드,워드: (수치심으로 얼굴이 붉어지며) 그 당시 전혀 부당하다고 볼 수 는 없는 저의 상황을 해리에게 이야기 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을 제가 인정해야겠습니다. 하지만 해리는 과장, 매우 과장을 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해리: 형님께선ㄴ 매우 상심해 있었답니다. 내 어깨에 기대어 울었답니다. 내가 그때 샀던 넥타이를 망가지게 했었답니다.
브라운 부인: 오, 해리! (브라운 씨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에드워드: 제가 술을 과음했다는 걸 고백해야겠군요. (우쭐대며) 그런 일이 일어났던 건 내 평생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 일거라고 네게 말했잖니.
해리: 해리: 그게 전부예요. (에드워드는 해리를 노려본다.) 좋아요. 전 가보겠습니다. (그는 자리를 떠날 자세로 서둘러서 문 쪽으로 몸을 돌린다.) 내 감정이 너무 격해지는 군요. 한 번 더 형님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참고들을 수가 없군요. 뜰에 나가서 잠시 울어야겠습니다. (그가 나간다. 에드워드는 참을성 있는 순교자의 표정을 짓는다. 브라운 씨는 드러내놓고 웃고 싶은 충동을 애써 감춘다.)
브라운: 쯧쯧, 너무 심각해 하지 마라. 너도 해리를 알잖니. 날씨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 않겠니? 그건 남자의 한때의 실수 일 수도 있단다. 나도 취해서 바람이 이리저리 축복해줄 때가 인생에 여러 차례가 있었단다.
에드워드: (굳어지며) 나는 어떤 형태로는 술에 취해 넋이 나간 적이 없었어요. 그것은 제 원칙에서 벗어난 충격적인 사건이었어요. (진지하게)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겁니다. (브라운 씨는 미소를 참을 수가 없다. 에드워드는 언짢아한다.) 아버님, 제 말을 믿어 주세요. 저의 한번의 실수, 그것은 스틸 양이 제 청혼에 거절한 것 때문에 생긴 거였어요.
브라운: (즐거운 표정으로) 네가 모오드 양에게 청혼을 했었다구?
브라운 부인: 잘 한 일이었구나!
에드워드: (부모가 그런 일을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것에 초조해하며) 왜 그렇게들 놀라세요? 전 동생 존 보다 아내를 더 잘 보살필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브라운: 네 엄마와 내가 그런 걸 의심해서 놀란 게 아니란다. 네가 여러 번 스틸 시 집안을 드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단다.
브라운 부인: (새로운 사실에 놀라서) 그런 일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
에드워드: 모오드 스틸 양은 분명하게 저를 거절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녀는 너무 어려서 결혼할 수 없다고 했어요. 그러나 그녀는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애정을 이미 쏟고 있다고 믿게 만들더군요.
브라운: 스틸 영감님은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
에드워드: 물론이죠. 제가 스틸 양에게 이야기하기 전에 저의 의향을 그분에게 알리는 것이 제 의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분은 제 의향에 불쾌한 기색을 보이지는 않았어요. 대신에 이 문제에 전적으로 모오드 스틸 양에게 맡겼어요. 그 결과는 아버님에게 금방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브라운 부인: (놀라움에서 깨어나지 못하며) 네가 사랑에 빠질 사람이라고는 결코 생각지 못했구나, 에드야.
에드워드: 제발 그 점을 되풀이해서 말씀하지 마세요, 어머님. 어머님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지 모르지만 지도 충분히 인간이라구요.
브라운: (생각에 잠겨) 그게 정말이구나, 그렇잖니? 그것이 많을 걸 말해준단 말이다.
에드워드: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브라운: 내 말은 네가 갑작스럽게 존에게 관심을 보이고 스틸 씨 가게 보다 우리 가게에서 존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네 의도를 알겠다는 말이다.
에드워드: (얼굴을 붉히며) 제가 아직도 스틸 양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동생이 그녀를 좋아 한다는 불쾌감을 갖는 제 천박한 질투심 때문에 그런다는 말씀인가요? (그가 말을 하고 있는 동안에, 그의 두 자매, 매어리와 베씨가 홀에서 들어온다. 매어리는 긴 얼굴과 예리한 모습을 지닌 호리호리하고 각이 진 여성이다. 그녀는 28살이지만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며, 안경을 쓰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우아하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멋진 차림은 아니며 수수하고, 검은 가운을 걸치고 있다. 매어리가 수수하다면 베씨는 매력적이다. 작고 통통하며, 물결치는 숱이 많은 검은 머리칼, 매우 반짝이는 눈망울, 빨갛고 두툼한, 웃음을 띤 입술, 좋은 혈색, 그리고 손과 발을 약간은 가만히 있지 못하는 베씨는 매우 아름답다. 그녀는 23살이며 존보다는 한살 위이다. 그러나 그녀는 겨우 19세의 나이로 보인다.)
브라운: 나는 질투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에드야. 네가 들은 건 양심의 소리였던 모양이구나. (에드워드는 혼란스러워 한다.)
베씨: (어머니에게 다가가 이야기하면서 키스를 한다.) 우리가 우체국까지 걸어갔었어요. (메어리가 어머니 곁에 있는 뒤로 제처 지는 의자들 중 하나에 앉으며 이야기 속에 끼어든다.)
메어리: (그녀의 목소리가 신경질적이며 단조롭다.) 아빠, 저도 에드 오빠의 의견에 동의해요. 존이 모오드 스틸 양 뒤꽁무니나 쫒아 다닌다고 이 읍내 사람들 모두가 수근 거려요.
브라운: 허튼 소리! 읍내란 원래 뭔가를 항상 수군대는 습성이 있거든.
메어리: 그래서 존에게 뭔가 유익한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좋은 때가 지금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 뭔가 일을 해야 한다구요.- 베씨까지도 속기사 일을 하고 있잖아요. - 그런데 그가 일을 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베씨: 제발, 왜 언니는 존을 그냥 놔두지 않는 거야?
에드워드: 그는 그림 그리는데 온 여름을 보냈어. (에드워드는 경멸어린 불평을 한다.)
베씨: 정기적인 급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그림 그리는 것을 일로 생각하지 않는 모양인데 요.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에드 오빠라구요. 동생을 항상 끌어 내리려고나 하고 말이에요. 오빠의 진짜 이유는 존이 모오드와 사랑에 빠져 있기 때문에 질투하고 있는 거예요. 오빠도 이제 철 좀 들어야겠어요.
에드워드: 넌 엉터리 같은 소리만 지껄이는 구나. 베씨, 넌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난 단지 존이 우리를 위해서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는 걸 보고 싶다는 거다.
메어리: 스틸 씨가 자기 딸이 너무 어려서 결혼하는데 동의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제가 그분이라면 결코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 스무 살 난 여자 아이가 결혼하기엔 너무 어리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해리: (홀에서 갑자기 들어선다. 조롱하듯이) 전혀 결혼 안하는 것 보다 일찍 하는 편이 낫지, 안 그래요, 누나? (메어리는 무서운 표정으로 그를 맞이한다. 그는 그녀에게 웃음으로 답한다.) 아직도 그 이야기인가요? 그렇담 제가 이 논쟁의 주인공께서 방금 집에 도착했다는 걸 알려드려야겠군요. (그는 돌아서서 홀을 향해 소리친다.) 존, 이리와라! 법정 안의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지 마라. (베씨가 낄낄대고 웃는다.) 고맙다, 베씨! 내가 전혀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하느님께 감사해라. (존이 부끄러운 듯 미소를 띠며 들어선다. 그의 얼굴은 흥분으로 붉어져 있다. 가족 모두가 당황한 어투로 그를 맞이한다. 그는 가족 누구와도 다른 유형의 사람이다. 날카롭고 민감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외형상으로 그는 중키이고, 깐깐한 표정에다 분명히 교복으로 보이는 프란넬 천 복장을 한 우아한 모습이다. 천성적으로 검은 피부가 햇빛으로 인해 구리 빛으로 그을려 있다. 앞이마에서 반듯이 뒤로 빗어 넘긴 그의 머리카락은 길고 검다. 그리고 그의 타원형의 얼굴에 깊게 패어 미간이 넓은 비정상적일 정도의 커다란 몽상가의 눈빛도 마찬가지로 검다. 그의 입술은 두텁고 일반적으로 거의 연약하리만큼 작다. 열성가의 콧구멍을 가진 그의 코는 오뚝하고 가늘다. 그가 어떤 감정을 경험할 때는 그의 얼굴이 온통 밝아진다. 가족풍속과 전형적인 뉴잉글랜드의 분위기로 볼 때 그는 매우 이방인이다.)
해리: (콧소리의 느릿한 말투로) 문책을 받아야 하느니라. 감옥의 포로여, 그대는...
브라운: 제발, 잠시 잡담 중단 못하겠니? 존, 앉도록 해라. (존은 책상 옆 의자에 앉는다.)
존: (유쾌한 어조로 - 해리에게_ 좋아요. 제가 어떤 일로 문책을 받아야 하나요?
해리: 매어리와 에드워드 형이 널 부유한 유한계급의 흉악범으로 고발했단다.
매어리: 오!
에드워드: 농담을 위한 농담이다 만 그러나.
브라운: 조용히 좀 못하겠니?
브라운 부인: 해리!
존: (신경질적으로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그림 그리는 일이 칭찬 받아야할 일 직업이라고 변론하는 것이라고 이 재판 전에 변론을 청원해봤자 소용없는 일이 되겠군요. 제가 돈 벌이를 못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니 재판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제가 유죄임을 인정하는 것이 최선의 일이라는 판단이 드는데요.
에드워드: (생각에 잠겨) 농담이 너무 지나친 것 같은데. 그러니 우리가 존에게 설명을 해줘야겠어요.
해리: (큰소리로) 조용히! (에드워드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선다.) 의원 나리, 모욕죄로 벌금형을 받아야 갰군요.
에드워드: (거품을 물며) 해리, 이 멍청한 놈아!
해리: 의원 나리께서는 전에도 한번 그런 말씀을 한 적이 있지. 그런 말을 되풀이 하지 마세요. 지금 형님께서는 직무 수행 중이란 말입니다.
에드워드: 난... 난... 난... (공격해서 한방 때려 줄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존: (신경질적으로, 그러나 즐거운 표정은 그대로 인 채) 해리 형, 나한테 이야기 하시지. 고발된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나요?
해리: 어머님은 널 명상에 잠긴 도둑으로 고발하셨단다. (존은 어리둥절하고 당황해 한다. 다른 식구들은 격렬하게 항의를 한다.)
브라운: (심각하게) 농담이라 할지라도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네 뜻을 말해라.
해리: 네가 이렇게 소동을 일으켰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겠니? 죄수양반, 어머님은 우리의 가장 존경 받는 시민 중의 한 사람으로부터 네가 누군가를 훔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하신다. - 그 양반의 외동딸을 말이다! (에드워드를 제외하고 모두가 웃는다. 존은 혼란스러워 얼굴이 빨개지며 어리석은 미소를 짓는다.) 그 죄목에 대해서 어떻게 답변할 거니?
존: 그 점에 대해서도 유죄임을 간청해야 되겠는 걸. -의도뿐만 아니라 실제 행동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메어리: (날카롭게) 네 말은 모오드 양이 너의 청혼을 받아 드렸다는 뜻이냐?
존: 그래요. (그들 모두가 축하를 하며 그이 주변에 몰려든다. 여성들은 그에게 키스를 하고 해리는 그이 등을 두들기고, 브라운 씨는 그와 악수를 한다. 에드워드는 몇 마디 관습적인 말을 중얼거리지만 굴욕을 감추지 못한다.)
에드워드: (차갑게, 호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어 바라본다.) 이런 즐거운 순간에 일어서야 한다는 것이 죄송스럽습니다만, (중요한 일인 듯이) 제가 결코 함부로 대 할 수가 없는 휘트니 의원과 클럽에서 약속을 했거든요. (위엄을 부리며) 그가 중요한 문제로 저와 의논하고 싶어하거든요. 그래서 모두가 날 용서해주길 바래요. 즐거운 밤 보내세요, 여러분. (그는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홀을 향해 문으로 걸어간다.)
해리: (에드워드의 포즈를 흉내 내며) 에드워드 형, 형의 국가가 피투성이 전투에 뛰어들지 않도록 부탁합니다. 형의 양 어깨엔 막중한 책임이 얹혀 있답니다. (에드워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는 것처럼 잠시 그를 노려보다가 참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나가 버린다.)
베씨: 에드워드 오빠가 천성적으로 우울시가 아니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