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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 소묘

김영관 2010. 8. 17. 14:28

        

 

     

 

              은재 (隱哉) 김영관

이슬 머금은 햇살이

방안으로 들어선다.


햇살 따라 잔디밭으로 나오니

봉숭아가 수줍은듯  

붉게 물든 손톱을 푸른 치마 뒤로 감춘다.


방울토마토, 가지, 고추를

청개구리 혼자서 온통 애무하고 다닌다. 


텃밭을 유영하던 고추 잠자리가 

빨래줄에서 잠시 졸고있다. 


담 밑 흙을 재치니 지렁이가 못마땅한듯 온몸을 뒤틀어대고

강냉이는 지체 높은 양반 행색 드러내 보이려는 듯 붉은 수염 휘날린다.


담을 타고 오르는 오이넝쿨 무게에 대추나무 어깨가 부담스러워 하고 

호박넝쿨이 호기를 부리며 고추밭으로 내달려오고 있다.


시원한 막걸리에  방금 딴 풋 고추를 된장에 찍어  안주 삼아

세상살이 잠시 왔다 가는 한줌 바람이나 뜬구름 같은 것 아니겠냐며 

빈손 흔들어 보이며 혼자서 너털 웃음이나  웃어야 겠다.

 

 

         *은재당(隱哉堂): 불초소생이 살고 있는 누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