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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부부간에 있어서의 <의부증, 의처증>에 관하여

김영관 2010. 10. 19. 16:07

 

 

 

 

      소위 부부간에 있어서의 <의부증, 의처증>에 관하여


                       

        김 영관


 아내가 남편에 대해 갖는 불신감이 의부증이라 한다면, 남편이 아내에게 갖는 마찬가지의 감정을 의처증이라 할 것이다. 이런 감정이 지나쳐 증세를 보이기까지 한다면 어느 한사람의 성격적 장애나 결함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이런 감정을 유발토록 어느 한쪽이 신뢰감을  상실한데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물론 어떠한 원인제공도 없는데 의처증 의부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가 있다면 전문가의 집중적인 치료를 따로 받아야겠지만...

  결혼 초 아주 금실 좋았던 부부가 살아가면서 의부증, 의처증 환자로 변한 데에는 그 책임을 부부 중 그 어느 한 사람에게 전가 할 수만은 없다.. 상대로 하여금 심각할 정도로 자신을 못 믿게 만들어 의부증, 의처증 환자의 남편과 아내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닌지를  함께 사는 부부는 자신을 한번 진지하게 반성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말이다..

   

 의부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지방대학 교수아내 K라는 여인의 예을 들어 그녀가 아무런 이유 없이 의부증을 갖는 사람이 되지 않았음을 말하고자 한다.


서울에 거주하면서 지방에 근무하는 모 교수가 금요일 밤에 집에 올라왔다가 학교에 급한 일이 있다며  일요일 아침 일찍 자신의 승용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는 것이다. 가족을 위해 멀리 지방에 까지 내려가 근무하는 남편이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으로 사는 K여인은 아이들 교육문제만 아니면 당장에라도 남편을 따라 지방에 내려가 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야하고, 큰 인물을 만들고 싶으면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한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명문 교육 기관들은 모두가 서울에 모여 있지 않는가 말이다. K여사는 매주 지친 어깨 늘어뜨리며 대문에 들어서는 남편이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이라는 가사 말이 K여사에게는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마치 그 가사말은 그녀를, 아니 그녀 부부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그녀는 가져보며 혼자 있을 때도 곧잘 흥얼거린다.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남편을 불신하고 미워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일인 양 그녀는 별 관심 없이 흘려 넘기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으로 교통 위반 딱지가 날아들어 왔는데 단속 카메라에 찍힌 자동차와 날짜를 보며 그녀는 망연자실했다는 것이다. 일요일 남편의 직장이 있는 남쪽 어느 지역에 엤어야할 그 사람의 자동차가 모텔이 많은 경기도 어느 유원지를 돌아다니다가 카메라에 찍힌 남편의 자동차 사진을 보며 그녀는 그토록 신뢰해왔던 남편에 대한 신뢰와 종경심이 한 순간에 무너지더라는 것이다.

  이 순간 나는 아더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생각했다. 집을 떠나 멀리 타관 땅을 헤매고 다니며 외판원 생활을 하는 읠리 로만이 잠시 객고를 달래기 위해 자신이 묵는 모텔에  거래처에 근무하는 여인을 불러들였다가 마침 급한 일로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해서 그곳에 찾아온 아들 비프에게 들켜버리고 만다. 아버지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믿고 의지해왔던 비프는 매우 실망한 채 그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그 일이 있는 후 아들 비프는 대학 진학을 포기한 후 방황하고, 신뢰를 잃은 아버지 윌리 로만은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죽는다.

 다시 K 여사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간다. 부산에 있어야 할 남편이 무엇 때문에 그 시간에 거기에 있었는지, 그리고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게 된 그녀는 그 동안 믿고 의지해 왔던 가장 “신뢰하는 남편”이라는 믿음이 한낮 환상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일 이후로 그녀는 남편에 대한 믿음은 불신감으로, 다음에는 의부증으로 점차 확대되어 가더라는 것이다. 부부란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살아가야 하는데도 불신을 초래한 원인 제공자를 따로 떼어낸 채로 어느 한쪽만을 의부증, 의처증 환자로 몰아가는 단순 논리는 잘못된 처방이 아닌가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