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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방 실세/단막극

김영관 2011. 8. 3. 14:47

 

 

<단막극>


 구석방 실세


                             김 영 관


  



  등장인물

    그,

    1과 2,

    그리고 3, 4, 5, 6, 닥터 홍


  시간 -현재

  장소- 작은 항구 도시의 병원





















(명전. 병원 휴게실에서 1과 2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 지금 병원 안에 별의 별 소문이 다 도는데

2: 직원들 모두가 일손을 놓고 있다며?

1: 모두가 그 사람 때문 아니겠어?

2: 그 사람 정체가 뭘까?

1: 소문만 무성할 뿐 그 사람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2; 도대체 그 사람은 누구일까?

1: 무엇 때문에 그가 우리 병원에 왔을까?

2: 하지만 그 사람이 우리 몇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로 판단 해볼 때..

1: 보통 사람은 아니란 말이지?

2; 맞아. 이 병원의 운명을 좌우할..

                       (암전.)



(조명 어두운 그의 방에 제약 담당 직원 3이 들어선다. 그의 얼굴은 조명 뒤에 있어서 보이지 않고 3의 얼굴에만 조명이 환하다. 그는 책상 맞은편에 앉아 있고 3이 부동자세로 서 있다.)


3: 부르셨습니까?

그: 예, 궁금한 게 몇 가지 있어서요.

3; 궁금하시다는 게 뭔가요?

그: 당신, 이 병원에 근무한 지 얼마나 되었소?

3: 병원 개업하면서부터 입니다.

그: 그럼 2년 조금 넘게 근무 했겠군...

3: 예.

그: 지금 취급하는 약품들의 제약 회사 이름과 취급 품목 서류를 좀 살펴보고 싶은데?

3: 예, 금방 가져다 드리죠. 그 밖에는요?

그: 아직은... 제가 말씀드린 서류들만 가져다주시면...

3: 내부용으로 가져다 드릴까요? 세무서 보고용으로 가져다 드릴까요?

그: 둘 다 가져와 보세요.

3: 알았습니다. 금방 대령하겠습니다.

 

      (3이 나가고 암전.)


 (다시 명전.  1과 2가 불안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1: 방금 제약 담당 과장이 불려 갔다 왔대요.

2: 제약 담당 과장은 왜?

1: 내가 그 이유를 어떻게 알아?.

2.: (불안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무슨 낌새를 눈치 챈 모양이지?

1: 그러게 말이야.

2: 문제는 그 사람 정체가 뭐냐 하는 거지.

1: 그러니까 자네 말은 그가...

2: 이 병원 사람인지, 아니면 병원 밖에서 파견 나온 사람인지...

1: 맞아! 어디에서 파견되었느냐 에 따라 상황은 전혀 달라질 테니.

2: 병원 사람이라면, 병원 실세?

1: 설사 병원 비리를 알아낸다 하더라도

2: 이사장에게 보고하는 정도에다가

1: 비리 관련자를 문책하는 정도일 테고.

2: 만약 그가 어떤 다른 감사 기관에서 나왔다면?

1: 비리 관련자뿐만 아니라

2: 이사장까지 모두 사그리...

1: 쉿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2: 이사장이 파견한 실세로 보이기도 하고

1: 감사기관에서 파견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단 말이지?

1과 2: 하여튼 저 사람은 무서운 존재임에는 틀림없다구!


                            (암전.)


(명전. 다시 그의 방. 아까워 같은 조명상태 아래, 병원 식당 책임자가 불려 들어와 서 있다.)


4:: 부르셨습니까?

그: 구내식당 책임자이신가?

4: (불안한 표정으로) 그렇습니다.

그: 물어 볼게 있어서요.

4: 말씀하십시오. 아는 대로 다 말씀드릴 테니

그: 병원 식당 책임자로 일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4:  6개월 정도 됩니다.

그: 그렇다면 병원 개업 때부터 근무하신 것은 아니로군요?

4: 예, 김씨가 갑자기 그만 두고 난 이후로부터 제가...

그: 김씨가 그만 둔 이유는 뭔가요?

4: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그렇지만?

4: 소문에 의하면

그: 소문에 의하면?

4: 이사장과 무슨 문제로 다투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그: 두 사람이 다투었다구요?

4: 구내식당에서 여러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4; 언성 높여 싸웠다는 겁니다. 그 이후로 김씨가

그: 김씨가 그만 두고 당신이  후임 책임자가 되었다는 말이죠?

4: 그렇습니다. 그게 혹시 무슨 잘못이라도?

그: 아뇨, 그냥 궁금해서요.

4: 그럼 저는 나가 봐도 되는가요?

그: 나가 봐요. 오늘은 더 할 말이 없으니.

4: 다음에 또 부르시겠다는 말씀인가요?

그: 필요하면  내가 다시 부를 테니.

 

                      (암전.)


  (명전 되면서 1과2 대화)


1: 자네 폭풍 전야의 고요라는 말 들어 봤나?

2: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1: 우리 병원이 지금 그런 상태 같아서

2: 저 뒷방 사람이 누굴 불렀나?

1: 방금 들은 이야기인데, 구내식당 책임자 김씨가 저 뒷방으로 불리어 갔대요.

2: 그래서?

1: 그 사람이 김씨한테 아주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하더래요.

2: 뭐라고?

1: 이 병원과 어떤 인연으로 식당을 맡게 되었냐며...

2: 그래서?

1: 몇몇 경쟁자들이 있었지만 물리치고 자기가 병원 식당 맡아서 하게 되었다고 말했더니...

2: 그랬더니?

1: 그 외에 다른 일은 없었냐며..

2; 없었냐며?

1: 다른 이유란 무엇을 말씀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더래요... 그랬더니...

2: 그랬더니?

1: 씩 웃더니 알았으니 나가 보라고 하드래요.

2: 그게 뭐가 이상하고 폭풍 전야의 고요라는 거야?

1: 이 사람 보게나. 내 이야기 듣고도 짐작 가는 바가 없단 말인가?

2: 도대체 그게 무슨?

1: 여보게! 뒷방 사람 말을 곰곰이 한번 되씹어 보라구.

2: 어떤 인연으로 병원 식당 운영하게 됐는지를 물었다면서?

1: 그랬지!

2: 그래서 경쟁자들 몇 사람 있었지만 그 사람들을 물리치고 자기가 맡아 하게 됐다고 했다면서?

1: 그랬지!

2: 그런데 그게 뭐가 이상하단 말인가?

1: 바로 그게 이상하다는 거지. 한번 생각해 보라구!

2: 내가 생각한 것은 전혀 이상이 없다는...

1: 어느 날 갑자기 정체불명의 사나이가

2: 사나이가

1: 병원 뒷방에 자리 잡고 앉아서

2: 자리 잡고 앉아서

1: 병원 관계자들을 한사람씩 불러 들여

2: 불러 들여

1: 이런 저런 것들을 물어 보는 게.

2: 물어 보는 게

1: 그리고 이번에는 구내식당 운영자를 불러서

2: 불러서

1: 정상적 절차로 이 병원과 관계를 맺었는지를 물었다면

2: 그랬다면

1: 그건 곧 병원의 비리를 캐내겠다는 의도가 아니고 뭔가?

2; 병원의 비리를 캔다?

1: 하여튼 뭔가 무서운 일이 다가 올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말이야.

  

                               (암전.)


 (명전. 그가 창 밖을 바라보고 서 있는 뒤로 간호부장이 조심스럽게 그의 앞으로 걸어온다.)


5: 부르셨습니까?

그: 당신이 간호부장이요?

5: 그렇습니다. 저를 부르셨다고 해서...

그: (그의 시선이 창 밖을 향한 채) 오늘 날씨 참 좋군요!

5: 예? 뭐라고 하셨나요?

그: 아니오. 나 혼잣말 한 거라 생각하시오!

5: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아, 예.

그: 간호부장은 언제부터 이 병원에 근무했나요?

5: 병원 개업 1개월 후부터입니다.

그: 여기 지금 근무하는 간호사들은 모두 몇 사람인가요?

5: 이 달에 채용한 미스 김까지 해서 모두 열... 열 사람인데요.

그: 수고들이 많소!

5: 예? 뭐라고 하셨나요?

그: 고생들이 많다고 했소!

5: 아, 예. 고맙습니다. 저희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니..

그: 이 병원에 한번 취업하면 간호사들은 모두 그대로 근무하나요?

5: 그대로 근무하느냐고 물으셨습니까? 그러니까...

그: 내 말은 도중에 대우가 나빠 그만 둔 간호사는 없는지를 물은 겁니다.

5: 아, 그 말씀이셨군요? 미스 리가 2개월 전에 그만 두고 그 후임에..

그: 미스 김을 채용한 거로 군요.

5: 예 그렇습니다.

그: 왜 미스 리가 그만 두었는지 그 이유를 말해 보시오.

5; 그 이유를 알고 싶으시다 는 말씀이로군요. 그 이유가 표면상으로는

그: (궁금하다는 듯) 표면상으로는?

5; 결혼해서 남편 직장 따라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그게 표면상의 이유였다면?

5: 그 외에 대해서는 저는 별로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 방금 간호부장인 당신이 내게 미스 리가 이 병원을 그만 둔 표면상의 이유는 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5: 맞습니다.

그: 결혼이 표면상의 이유였다면 그녀가 병원을 그만 둘 말 못할 사정이 있었다는 말 아닌가요?

5: 저는 거기까지는 잘 모릅니다.

그: 그래요? 그건 내가 다른 사람을 통해서 알아보면 되는 거고... (한참 말이 없다가) 그런데 간호부장!

5: (매우 겁먹은 표정으로) 예, 말씀하십시오.

그: 내가 궁금한 것은...

5: 무엇이든지 물어 보십시오. 제가 이 병원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모조리 아는 대로...

그: 그럼 내게 다 이야기 해 주시겠다는 뜻으로 받아 드려도 되겠소?

5: 물론입니다. 제가 아는 대로 다.

그: 미스 김에 대해서 인데...

5: 미스 김에 대해서라구요?

그: 그렇소. 미스 김 말이요. 그녀 표정이 왜 그리 어두운지...

5: 그럴 리가 없는데요.

그: 어둡다기 보다는 슬픈 표정이라고 해야 더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겠군요.

5: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간호원들의 사생활까지 제가 알 수는 없으니까요.

그: 간호부장이라면 일거수일투족까지 다 알아야 할 위치가 아닌가요?

5: 그렇지만 제가 어떻게 간호사들의 사생활까지

그: 알았어요. (혼자 말처럼) 오늘 날씨가 왜 이리 흐린지 모르겠군.

5: 날씨가 흐리다구요? 지금 바깥 날씨는 더 할 나위 청명한데요.

그: (싸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당신 눈에는 오늘 날씨가 청명하게 보이는가요?

5: 제 눈에는

그: 하여튼 내겐 세상이 온통 흐리게 보인단 말이요. 특히 오늘은...그 미스 김에 대한 신상 카드를 내게 좀 가져 와 보시오.

5: 그건 내 업무가 아닌데요.

그: 그걸 내가 몰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오. 아무튼 내는 간호부장에게 미스 김에 대한 신상 카드를 가져오라고 분명히 말했소!

5: 알겠습니다. 시키는 대로하겠습니다.

그: 이제 간호부장은 나가 보시오.

5: (잠시 주저 머뭇거리다가) 그럼 저는...

그: 잠깐! 이 병원 닥터 홍.. 그 사람 말이야.

5: 닥터 홍이 그분께 무슨?

그: 아니! 됐소. 간호부장과는 상관없는 일이니...

   

         (간호부장이 나가며 암전.)



(명전 되면 1과2 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1: 방금은 간호부장이...

2: 간호부장이?

1: 그 사람한테 불리어 갔다 나왔대요.

2: 이번에는 무슨 질문을 했는데?

1: 그 사람이 미스 김에 대해서 묻더래요.

2: 미스 김은 왜?

1: 낸들 아나? 하여튼 미스 김에 대한 신상 카드를 가져 오라더라는 거예요.

2: 미스 김 신상 카드는 왜?

1: 그러게 말이야. 하여튼 미스 김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게 많은 모양이야. 아 그리고...

2: 그리고?

1: 미스 리 있잖아?

2: 미스 리라니?

1: 미스 김 보다 먼저 이 병원에 근무했던...

2: 사표 내고 병원을 그만 둔 미수 김에 대해?

1: 맞아... 그녀가 사표를 내게 된 이유가 뭐냐고 꼬치꼬치 캐 묻더래요.

2: 도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는 걸.

1: 그리고 또 있어.

2: 또 무슨 일?

1: 자네 생각에는 오늘 날씨가 어떤가?

2: 화창한 봄날 아닌가? 화창하기 그지없는...

1: 자네 눈에도 그렇게 보이지?

2: 이 사람 왜 이래? 병원이 뒤숭숭하니 자네까지 좀 이상해진 것 아냐?

1: 그 사람이 간호부장에게 오늘 날씨가 흐리다고 하드래요. 이처럼 청명한 봄날을.

2: 오늘 날씨가 흐리다고?

1: 그러게 말이야. 확실히 그 말속에는 뭔가 함축적인 의미가 들어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2: 함축적 의미?

1: 생각해 보게. 그 사람은 아마 이 병원 돌아가는 게 투명치 못하다는 그런 뜻으로..

2: 우리 병원 운영 상태가 투명치 못한 것을 날씨에 비유 한 것 같다는 말이지?

1: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오늘 같이 맑은 날씨를 흐리다고 했겠나?

2: 어유, 난 뭐가 뭔지 도대체 모르겠어.

1: 그리도 또 한 가지 더 있는데...

2: 또 무슨?

1: 닥터 홍에 대해서.

2: 정신과 의사인 닥터 홍? 홍 선생님이 왜?

1: 닥터 홍에 대해 뭔가 물으려다가...

2: 물으려다가?

1: 알았으니 그만 나가 보라고 하드래요, 간호 부장한테.

2: 도대체 그 사람 정체는 뭘까?

1: 낸들 알겠나? 하여튼 심상치 않는 일어날 것 같은 조짐이 아닌가?

2: 맞아! 뭔가 일이 터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군.


                     (암전.)


 

(명전. 그가 의자에 앉아 있고 병원장이 그 앞에 서 있다.)


그: 당신이 병원장인가요?

6: 그렇소. 저를 부르셨나요?

그: 바쁠 텐데 불러서 미안하오.

6: 제게 하실 말씀이라도?

그: (한참 말이 없이 창문 쪽을 바라보다가) 저기 밖으로 나가면 바닷가 보이나요?

6: 바다? 아 맞습니다. 여긴 항구 도시 아닙니까? 삼면이 바다죠. 10분만 차로 나가면...

그: 원장님은 출퇴근을 무슨 차로 하시는 가요?

6: 병원차로 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구입해준...

그: 차종은?

6: 그랜저인데요.

그: 새 차인가요?

6: 한 2년 되었을 겁니다.

그: 그럼 이곳 원장으로 고용된 지 2년쯤 되었나요?

6: 그렇습니다. 올 6월이면 만 2년이 되는데... 저를 이 병원으로 초빙하기 위해 특별히 구입해준...

그: 그런데 그 차를 이사장 돈으로 구입했을까?

6: (머뭇거리며) 음.. 그게...음

그: 딱히 밝히고 싶지 않으면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게도 짐작 가는 바가 있으니까...

6: 그게 사실은...

그: 사실은?

6: 어느 제약회사가 병원에 기증한 거라는 소문을 듣긴 했습니다만...

그: 제약회사가 기증한 거라구?

6: 업무과장이 술자리에서 내게만 살짝 귀띔해 준거라 정확한 사실인가는 모르겠지만...

그: 업무과장이 그런 말을 하더라구요?

6: (이마의 땀을 닦아내는 시늉을 하며) 그게 저하고 무슨?

그: 아닙니다. 이야기 중에 갑자기 그게 궁금해서 한번 물어 본 것뿐입니다. (한참 말이 없다가) 이사장이라는 사람은...

6: 이사장님은 왜요?

그: 아뇨. 궁금해서..

6: 저희 이사장님은 아주 훌륭하신 분인데요.

그: 그렇지만 이 병원 사람들한테 그 사람이 진실로 존경을 받고 있는가 해서..

6: 우리 이사장님은 피땀 흘려 모은 재산을 몽땅 털어서 고향에다 평생 사업으로 ...

그: 이 병원 사업을 하고 있단 말씀이죠? 그 분의 축재 과정을 알고 계시나요? 그러니까 이 병원 세우기 전에 그 분에 대해...

6: 저는 이곳 사람이 아니어서 그분의 과거 행적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별로 없습니다.

그: 알았어요. 그럼 나가 보세요. 퇴근 때 그랜저 타고 나가실 건가요?

6: 그야 당연히...

그: 잠깐 나가기 전에, 당신 자동차 열쇠 내게 맡겨 놓고 가시오.

6: 자동차 열쇠를 요?

그: 내가 확인할 것이 있어서 그래요.

6: (호주머니에서 자동차 열쇠를 꺼내어 그의 책상 앞에 놓는다.) 그 외에 또 궁금하신 게 있으시나요?

그: 아니 됐어요.. 나가 봐도 됩니다. (병원장이 문밖으로 나가려 하자) 잠깐! 정신과에 닥터 홍 말인데요.

6: 닥터 홍이 무슨 일이라도?

그: 아니 됐어요. 그냥 나가 보세요.


              (병원장이 나가며 암전.)



(명전 되면 1과 2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 소문 들었나?

2: 정말 심상찮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1: 그러게 말이야. 병원장까지 불러 들였다니...

2: 그 사람 정체가 도대체 뭘까?

1: 도대체 뭐가 알고 싶어서일까?

2: 온통 병원이 뒤숭숭하다니까!

1: 병원장 자동차 구입에 대해 물었다며?

2: 업무과장을 다시 불러들일까?

1: 업무과장 불러다 족치면 다 불지 않고 베기겠어?

2: 그럼 우리 병원은 어떻게 되는 거야?

1: 이사장 과거 행적도 캐묻더라 던데?

2: 그러게 말이야. 처음에는 우리가 혹시 이사장이 사람을 보내서

1: 맞아 이사장 사람인 줄 알았지. 이사장이 병원 돌아가는 것을 암행 감찰하려고 그러는 줄 알았잖아?

2: 그리고 왜 자꾸 닥터 홍에 대해 물을까?

(갑자기 닥터 홍이 들어온다.)

닥터 홍: 여기 혹시...(1과 2 일어서서 닥터 홍에게 인사한다.)

1: 혹시 라니요?

닥터 홍: 그러니까 일 미터 칠십 정도의 키에 삼십대인데...

2: 삼십대?

닥터 홍: 그리고 창백한 안색의 남자를.

1: 창백한 안색의 남자?

닥터 홍: 혹시 그런 사람 못 봤나요?

2: 그런 사람이 왜?

닥터 홍: 어제 입원한 환자가 어디론가 나가 하루 종일 보이지 않아요.

1과 2: 그렇담  혹시 그 사람?

닥터 홍: 혹시 그 사람이라니요?

1: 뒷방의 실세?

2: (손가락으로 그가 있는 방을 가리키며) 지금 저 방에...

닥터 홍: 그가 저 방에 있다는 말씀이죠?

(닥터 홍과 1,2가 그의 방으로 가서 문을 연다.)

1: 아니 없는데?

2: 방금 까지 그 사람이 여기 있었는데요.

(닥터 홍이 난감한 표정으로 방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창 밖으로 자동차 엔진 소리와 더불어 그가 차를 운전하고 병원 문을 나서는 것이 보인다.)

닥터 홍: 저건 병원장님 그랜저인데...(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내가 잘못 봤나?

1: 잘못 보다니요?

닥터 홍: 그게 그러니까...

2: 뭘 보셨는데요?

닥터 홍: 병원장님 차를 내 환자가 몰고 나가는 것 같아서... 저 정신병 환자는 작년 어느 땐 가도 우리 병원에서 며칠 입원 치료받다가 도망간 친구인데...

 

                         (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