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낙엽 단상
김 영관(영어영문. 교수)
초겨울 바람이 을씨년스럽게 보도위에 떨어진 낙엽을 쓸어 간다. 지는 낙엽에게서 나는 두 가지를 배우는데 그 중 첫째는 우리 인간은 모두 자연에 순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록의 봄과 성하의 여름을 지난 다음, 나무는 혹한의 겨울을 나기위해 최소한의 에너지 배출이라는 비상대책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가을이면 나뭇잎을 자신의 몸에서 떨구어 내기 시작한다. 나무의 매정스런 작별 고하기를 나뭇잎이 아무 불평 없이 받아드리는 것은 내년 봄 새로운 잎의 탄생을 예감하고 있기에 기꺼이 그들을 위해 밑거름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그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과 존재방식이 있는데 그들은 공통점은 순리에 역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 인간들이 자신들의 삶의 편이를 위해 이들의 질서를 무너뜨려 재앙을 자초하고 있다.
세상의 수많은 존재물 가운데 인간도 그 하나에 불과한 존재라는 겸손함으로 그들과 공존하는 법칙을 받아드려야 하는데 인간이 그 평범한 진리를 망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재앙이 싹트기 시작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자신의 공간에서 자유로이 활동하는 소와 돼지, 닭, 넓은 초원의 양(*뉴질랜드에서는 일정 크기의 목장에 일정 수의 양만을 기르게 하는 가히 양이 풀을 뜯을 공간 확보의 권리가 보장되어 있음)들의 쾌적한 삶의 공간 확보는 곧 우리 인간들의 건강한 삶과 직결 된다는 것을 우리는 망각하고 있다.
밝은 등불을 켜 놓으면 닭이 낮과밤을 혼동해서 계속 달걀을 낳는다는 것을 안 인간은 질식할 만큼 좁은 공간에 수많은 닭을 가두어 놓고 달걀 얻어내기에만 몰두한다.
각종 질병으로 신음하다가 떼죽음을 당한 동물들의 불결한 매장,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각종 병원균이 이 나라 곳곳의 하천으로 스며들어 우리를, 우리 후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인간이 자연과 함께 하기를 거부한 이유로 발생한 재앙들인 것이다.
지는 낙엽에게서 내가 배우는 두 번 째 교훈은 더욱 겸허한 삶을 살라는 것이다.
드라이저는 자신의 소설 <시스터 캐리>에서 우리 인생살이를 지는 낙엽에 비유하였다. 나뭇잎은 결국 땅으로 떨어지기 마련인데 그걸 잠시 망각한 채 하늘로만 치솟으려는 캐리 같은 부류, 목적 없이 부유하는 드루에 같은 부류, 나무에서 떨어지자마자 하수구 속으로 처박히는 허스트 우드 같은 부류. 그렇지만 결국 나뭇잎은 땅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밀물이 있으면 썰물이 있음과 산을 올랐으면 내려와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하고도 보편적인 진리를, 우리는 낙엽에게서 배울 수가 있다는 것이다.
자연의 순환사는 곧 역사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자연 순리를 벗어나려는 삶은 곧 역사의 순리를 역행하는 삶이고 그 역행의 결과가 어떠했는지는 역사서 곳곳에 나타난다.
일출엔 일몰이, 만남엔 이별이, 원인에 결과를 보이면서도 그것들은 부단한 순환성을 보이는 것이다.
늦가을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지는 낙엽에게서도 우리는 자신의 삶을 조명해보는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필자는 두서없이 몇 자 적어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