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무소유 삶을 그리며
김 영관
갈수록 각박해져가는 세태 때문인지 자신보다는 이웃을 위한 삶을 실천하시며 이 세상을 살다간 큰 어른들의 행적이 다시금 새롭다. 한없이 부드럽고 인자하시면서도 정의 앞에 결연히 항거하시던 김수환 추기경님, 그리고 물질 만능 세태를 개탄하시며 소유에 연연해하는 우리들에게 물욕의 집착으로부터 벗어나야 우리가 참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시던 법정 스님과의 이별은 우리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법정스님을 글과 철학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1970년대 말 아니면 1980년 초 장정도 초라헤 보이는 작은 페이퍼 북 <무소유>라는 책자였다.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갖고 싶어 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매우 낯설면서도 신선한 충격이었던 소유의 집착으로부터의 벗어나기의 가르침이었던 것이다.
그 뒤로 필자는 영미 문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면서 동서에 꽤 많은 철학과 문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물질문명의 편리함를 지나치게 추구하다가 정작 소중히 해야 할 정신문화를 소홀히 한 결과 매우 균형 감각을 잃은 후손들을 양산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작품들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희곡부문으로 미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유진 오니일은 원래 문학의 영원한 주제에만 관심을 갖고 극을 썼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과 동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물욕에 심취하는 매우 속물적인 인간이 되어 가는 것에 우려를 느낀 나머지 사회 비판극 <백만장자 마르코> 라는 극작품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미국에서 학생들이 성장과정에서 읽는 필독서인 위인전에 마르코 폴로라는 위인을 보면서 그는 중국에 20여년을 체류하면서 돈 버는 대만 전념하고 정작 동양의 정신세계의 심오함을 깨닫지 못하는 마르코 폴로를 유진 오닐은 매우 풍자적으로 그린다. 미국의 후손들에게 인간의 참된 가치는 결국 물질 추구가 아닌 내면의 완성이어야 함을 가르치고 싶어 쓴 극이다.
미국의 또 다른 대표적인 사회 비판 소설을 꼽는 다면 데어더 드라이저의 <미국의 비극>이다. 매우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매우 가난하게 성장해온 크라이드 그리피스는 가난이 정말 싫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려운 시절 사귀어 온 그래서 임신까지 한 옛 애인을 버리고 부잣집 아가씨를 택하려 한다. 그 당시 불법 유산이 공개적으로 허용되지 못한 사회여서 그는 결국 자신을 놓아주지 않아 자신의 앞날에 장애가 된다고 생각한 그리피스는 그녀를 호수로 데리고 가서 물에 빠져 죽게 만든다. 그가 그녀를 익사시킬 목적으로 배를 타고 호수 깊은 곳으로 갔으나 여인니 놀래 물에 빠져 죽게 되며 수영을 못하는 그녀가 그리피스에게 살려달라고 애원을 하나 모른 체 하고 혼자서 수영해 그곳을 빠져 나온다. 결국 그는 그녀를 죽일 동기는 있었으나 직접 그녀를 죽인 것은 아닌데 부잣집 친척이라는 사회적 질책과 비난, 그리고 자신의 양심의 가책으로 고통을 받다가 23살의 나이로 그는 전기의자에서 죽어간다.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왜 한 젊은이의 죽음에 불과한 작품이 미국의 비극인가를 묻자 작가 드라이저는 우리 기성세대가 물질 추구에 지나치게 전념한 나머지 그리피스 같은 괴물 젊은이를 만들어 냈으니 이것이야 말로 미국의 비극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대답을 한다. 이 작품 이후 미국인들은 많은 것을 깨닫게 되어 미국의 물질 편향 사회를 많이 수정하게 된다.
법정 스님은 비록 우리 곁을 떠나셨으나 우리 역시 그분의 큰 가르침을 가슴으로 깊게 새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