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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목포문학상』희곡부문 예심평

김영관 2016. 5. 20. 23:09

『제5회 목포문학상』희곡부문 예심평

예심위원 김영관

(본상부문)

작품 수준의 기복이 매우 심했다. 매우 돋보일 정도의 문학성을 지닌 작품들의 발견에 큰 기쁨을 갖는 반면 기성 작가들임에도 불구하고 신변 잡기식 이야기 드러내기 수준 정도를 벗어나지 못한 작품들이 심사자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진도의 씻김굿을 내용으로 하는 작품은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씻김굿의 대가 옥화가 이승을 마감하는 날 무업의 대를 이은 딸 반야가 주관하여 그녀를 저승으로 떠나보내는 작품이다. 진도라는 섬에 오래 전해 내려온 샤마니즘인 씻김굿을 극화 한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 속에는 음악성이 내재하고 사랑과 용서를 주제로 하고 있다. 아일랜드 작가 존 밀링턴 싱이 “바다로 간 기사들”이란 작품을 쓰기 위해 아란이라는 섬을 세 번씩이나 찾아가서 섬사람들의 무속과 사투리을 배우고 연구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 작가는 진도의 씻김굿에 관한 극을 쓰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길들여지다』라는 작품 또한 이야기 설정이 독특했다. 가발과 틀니라는 인물 설정이 돋보였고 아내와 남편이 차에서 튕겨 나오고 아이들은 차와 함께 사라져 버리는 상황에서 부부가 앞에 말한 두 사람을 만나서 나누는 대화 역시 신선한 충격을 준다. 없어도 그만인 사람, 즉 쓸모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필요한데 없어도 그만인 사람은 쓸모가 있는 사람이라는 대사나 희망이 없어도 세상은 살아 볼만한 것이란 대사는 부조리 극작가들이 세상은 의미가 없지만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며 산다는 그들의 철학을 만나는 기쁨을 갖게 한다.

『솔아 솔아 푸르는 솔아』는 작품 완성도는 덜하지만 5.18 광주 항쟁으로 인해 죽은 사람들이 묘지에 누워 기념식 날 자신들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죽은 열열들끼리 나누는 대화 방식이 손톤 외일더의 『우리 읍내』를 연상 시키는 매우 독특한 기법이었다.

『절차상의 오류』는 누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돈 좀 벌어 보려는 사람들이 국과수에 들어갔다가 이상한 상황으로 사건이 전개된다. 매우 섬뜩한 상황인데도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수준 높은 블랙 코미디이다.

괄목할만한 작품들을 대하면서 목포 문학상이 극 문학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신인상부문)

신인작가 10편의 작품을 심사하던 중 신선한 충격을 주는 몇 작품들을 발견하고 이들을 통해 우리 희곡의 앞날을 기대해도 좋겠다는 희망을 가져보았다.

『삼색 제비꽃』은 사우나의 남녀 공용 수면실에서 여러 부류 인간들의 행태를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그들의 행동을 통해 관객들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욕망의 끈』은 세태 드라마로 매우 사실적인 기법과 극중극의 메타기법을 절묘하게 복합시킨 드라마이다. 형사 두 사람이 밀수자의 현금과 마약을 (이 작품의 작가의 표현을 빌려 쓰자면) 삥땅쳐서 감찰반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그들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해 하는 모습이 드러나 보인다. 그러면서도 그들이 수사를 맡고 있는 사건에서 연구소 교수인 임채서가 19세기의 그림 속 인물로 나타난다. 칸의 명령으로 서쪽 나라 정벌을 나간 병사가 남의 장기를 이용해서 생명을 연장하여 마침내는 900년이 넘게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흡혈귀 임채서가 신부님에게 한 이 고해 성사 내용을 알게 된 형사 중에 한 사람이 현실 도피 방법으로 임채서가 행한 흡혈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어린아이로 변신하여 감찰반의 수사망을 벗어난다는 매우 독특한 발상의 드라마 이다.

『초콜릿 하우스』는 봉사를 가장한 돈을 목적으로 하는 요양소이며 미소 천사가 이곳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곳에서. 세바스찬과 그의 아내 에밀리, 장군, 포식자 달중 등의 독특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마치 우리가 꿈을 꾸는 듯한 초현실주의적 성황으로 사건을 전개해 나간다.

앞으로도 계속 유망하고도 치열한 창작 정신을 소유한 희곡작가들이 목포문학상을 통해 배출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