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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그림자

김영관 2005. 7. 7. 16:04

 

 

 사람마다 자기 그림자 하나씩 달고 다닌다네.
나 태어나던 날, 그림자도 내 곁에 나란히 누

요놈의 세상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 궁리했을 걸세.

 

 나 장가 가던 날 내 그림자는 신방까지 따라 들어와

신부 배 위에서 나보다 더 신이나서 배꼽춤을 추더란

말일세. 물론 아내와 아내 그림자도 함께 헉헉 춤을

추더군.

 

 어머님이 손자를 안고 덩실 덩실 춤출 때 그 옆에서

와 내 그림자가 사지를 벌렁벌렁 허깨비 춤을 추

었지 뭔가.

 

 노년이 되니 그림자 또한 활기를 잃더라구. 황혼 무렵

긴 그림자 늘어 뜨리고 가는 내 모습이 어찌나 처량턴지.

 

 그림자를 끌고 다니던 내가 이젠 그림자에 끌려 다니는

거 아니 것는가. 오줌을 누는데 오줌발이 발 밑에 그대로

뚝뚝 떨어지더라구.

 

 그런데 참으로 기막힌 것은 그림자란 놈도 나처럼 김 빠

진 오줌을 누고 있더란 말일세. 나 죽어 관에 누우면 그림

자 또한 내 곁에 나란히 누워 이 세상을 떠날 것 아닌가.

자네가 보고 싶어도 나와 내 그림자를 다신 못 볼 걸세.

 

 그러니 잘 봐두소, 나와 내 그림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