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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진돌이가 흘린 눈물

김영관 2005. 8. 14. 16:20

 

 

 

 

슈퍼 집 안 마당이 제 무대인데요.
저는 진돌이라는 이름의 혈통 순수한 진돗개랍니다.
주인집 아저씨와 아줌마가 하는 이야기를 문밖에서 들었는데요.
"오늘 복날인데... 우리 진돌이 잘 지켜요...
요즘 무서운 세상이니..."라는 거예요.

저야 이 이야기를 들었으니 물론 조심 하겠지만
옆집 진순이가 걱정 되는 거예요.
그래서 잽싸게 진순이를 만나러
옆집에 가 보았는데
그녀가 안보이는 거예요.
아무리 찾아봐도...
틀림없이 그녀에게 무슨 변고가 생긴 겁니다.

불길한 예감으로
온 동네를 한바퀴 돌았는데
진순이 뿐만 아니라
다른 개 친구들을 거의 눈 씻고 찾아
봐도 보이지 않는 겁니다.
심지어 목소리 우렁찬 루비라는 세파드 마져도...

기왕 친구들을 찾아 나선 김에
우리 개 친구들이 잘 가는
산언덕 고등학교 운동장에 가 봤는데

진순이가 학교 운동장 가
나무에 매어져 있는 것 아니겠어요?
눈을 돌려 보니
진순이를 포함해서 세파드 루비,
그리고 동네에서 제가 친하게 지내는 개 친구 여럿이
여기 저기 나무에 매어져 있는 거에요.

멀리서 수상쩍은 남자 한 사람이
담배를 피우며
잡아온 우리 친구들을 감시하고 있고...
또 다른 개 도둑 일행중 한 사람은
다리 건너 집 제 친구 순돌이를
끌고 오는 거예요.

그런데 말이죠
개도둑이 아주 잘 생긴 청년들이란게
놀라운 거예요.
지금까지
저는 우리 가게에 찾아 오는 사람들 중에
험상궂은 사람만 골라 주인께 알리느라
요란스럽게 짖어 댔는데...
오늘 보니 도둑은
외모만 보고 판단 할 것 아니더라구요.
특히 개도둑은...

그들은 우리 친구들을 데리고
뒷산쪽으로 해서
자연스러움을 가장하려
휘파람까지 불어 가며
유유히 사라져 가는 겁니다

제일 저항 하리라 믿었던 루비는
무슨 먹이로 도둑들이 꼬셨는지
꼬리까지 흔들어 대가며
도둑놈들 앞장을 서 걸어 가던걸요.

저는 재빨리
허름한 줄을 입으로 물어 뜯어
진순이만 구해낸 채로
황망한 마음으로
집으로 와서
주인 아저씨 옷자락을 물고 끌어
뒷산을 향해
쫒아 갔는데...

도대체 그들이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보이지 않아요.

복날에 겨우 목숨 부지한 진순이와 함께
저는
종일 비탄에 빠졌답니다.

개만도 못한
개 도둑놈들이라고 몇번이고 되뇌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