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빠듯했지만 가족들 한데 모여 시끌 벅적할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다.
집 떠난지 몇 해만에 잠시 고국에 돌아와 제 방에 잠들어 있는 딸 아이 얼굴을
내려다보며 나는 애써 반가움을 감춘다. 이 아이가 집 떠나던 날, 사람이 한 세
상 살다보면 '만나고 헤어지는 게 무슨 대수로운 일' 하면서 애써 이별의 아픔에
대한 의미를 축소시키려 했던 것처럼.
나이들면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 익숙해져, 이 아이 다시 집 떠나고 나면 방안에
남은 아이 체온을 느끼면서도 나는 다시 혼자가 되어 무딘 감정으로 내 하루를
살아 갈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