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주의 문학은 선행과 악행, 선인과 악인 구별이 확연하다. 선인은 작품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선인이고 악인은 마찬가지로 죽는 순간까지 악인으로 남는다.
그렇지만 모더니즘이라 할 수 있는 사실주의 문학에서부터는 한
인간의 심성 속에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 할 수가 있음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심성 고운 여인이 결혼하여 악한 시어머니에게 고통을
당하다보면 그녀가 가정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시어머니와의 싸움에서 이겨내야 하기 때문에 시어머니 보다 더 악한 심성의 인물로 바뀔 수가
있다.
우리는, 부와 명예를 지닌 한 남성이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부류의 여성에게 마치 구원자인양 청혼하는 작품이나
영화를 본다.
그러나 신분 낮은 여성이 결혼을 통해 갑자기 신분이 상승되었다고 상대 남성에게 고마워 만 할 것인가는 생각해
볼 일이다. 부와 명예를 내세워 거지에게 동전을 던져주듯한 사랑, 자비를 베푸는 식의 결혼으로 해피엔딩을 맺은 소설이나 드라마라면 그것은 아마도
낭만주의 초기의 작품 수준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참된 사랑을 바탕으로 신분 차이를 극복하고 맺어진 사랑이고
결혼일 때 진정한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지만, 동정이나 자선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다면 아무리 객관적으로 행복해진 창녀라도 미련
없이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서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 문인들은 이런 미묘한 인간의 내면까지 작품에 그릴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만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