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혼자 사는 키위 여인이
내게 동정의 눈빛을 보이던 이유를
출국 하루 앞둔
오늘에야 비로소 알았습니다
아주 옛날 옛적
우리 부부 젊은 시절
야밤에 도둑이 들었답니다
도둑을 잡아야 한다는 아내에게
비록 가진 몇 안 되는 귀중품을 잃더라도
몸만은 성해야 한다며
나는 도둑 잡기를 극구 말렸던 겁니다
분해 하던 그녀는
그날 이후로
내게 도움 안 되는 남자라고 핍박을 주더니
지난 여름 뉴질랜드 와서도
앞 뒤 말 모두 생략하고 옆집 혼자 사는 금발 여인께
밤에 특히 쓸모 없는 남자라고 했던 모양입니다
귀국을 앞두고
옆집 여인께
그 말의 참뜻을 해명하고도 싶었지만
그냥, 가슴에 묻어 두고 떠나기로 했습니다.
*작년 뉴질랜드 체류시절에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