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의 오늘 기료와 저녁 식사 값, 그리고 집에 가실 택시비를
내가 다 책임지겠습니다. 선배님이 내게 그 돈을 잃어 주셨기 때
문입니다. 형수님 몰래 넣어 가지고 다니시던 비상금을 내가 잠시
잠시 보관했을 뿐이라고 생각하시면 조금도 기분 나빠 하실 이유
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기분이 별로 안 좋다고 하셨나요? 바둑판 왼쪽에 내
시선이 머물러 있어서 그곳에서 수를 낼 것 같아 정신을 그 쪽
에다 쏟았는데 내가 갑자기 오른쪽에서부터 수를 만들어 내더
라구요? 그러니까 일종의 시선 교란죄랄까 하는 속임수를 내가
썼으니 내일 다시 한번 더 우리가 만나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ㅎㅎㅎㅎ 올 겨울 나는 마냥 선배님 만나는 기쁨 하나로 살겠
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