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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 할 사연이 있답니다

김영관 2006. 3. 25. 08:18

  보름달 환한 밤에 내가 왜 남의 집으로 장대 높이 뛰기를 해서 들어 가려 하느냐구요?
  경찰관님, 내가 지금 뛰어 넘어 들어 가려고 하는 곳은 남의 집이 아니라... 바로 내 집이랍니다. 자기 집이라면 떳떳하게 왜 대문으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담을 뛰어 넘어가려고 하느냐 라고 물으시려는 거죠? 그 이유를 설명하려면... 그게 그리 간단치 않아요... 그래도 꼭 내가 담을 넘어 내 집에 들어 가려는 사연을 줄여서 말씀 드리자면요..
 고등학교 재학 시절 나는 장대 높이 뛰기 선수였거든요. 한창 때는 장대 하나만 있으면 왠만한 높이의 장애물은 거뜬히 뛰어 넘곤 했답니다. 그렇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차차 기력이 쇠약해지자 아내가 왕년의 운동 선수답지 않게 비실 거린다면서 그 좋던 다리 힘은 모두 어떻게 된 거냐며, 의아해 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더라구요. 그 말이 내겐 엄청난 충격으로 받아 들여져서 그 날 이후부터 종종 장대 높이 뛰기로 담을 넘나들곤 한답니다.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내 다리 힘이 좋아 지더라구요. 

  경찰관님도 오늘부터는 나처럼 장대 높이 뛰기로 집 드나들기를 해보세요. 다리 힘이 얼마나 좋아지는 지를... 내가 술 마시고 늦게 집에 온다고 해서 아내가 대문 안 열어 주는 것 때문에 장대 높이 뛰기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라는 것을 알아 주셔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