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다. 도심을 관통하는 강 하나 복원시킨 정도의 의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국민소득이 지금보다 훨씬 못했던 시절, 자연 보존 보다는 개발이 우선이었다. 그렇지만 바다를 막고, 산을 뚫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우리는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무분별하게 바다를 막아 어획량이 감소되고 철되면 찾아오던 수많은 철새가 발을 끊는가 하면,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산 허리를 마구 동강내 수백년 된 자연림이 사라져 간다. 장마철이면 민둥산에서 쏟아져 내리는 산사태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예전엔 우리나라를 금수강산이라 하지 않았던가? 지하수를 파면 어디에서나 맑은 물이 콸콸 쏟아져 생수로 마실 수가 있었다. 계곡엔 1급수에서만 볼 수 있는 가제, 새우가 살곤 했다
그런데 지금 개천은 파랗다 못해 까맣게 썩어 가고 있다. 산과 들 그 어디에도 우리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 놀기에 적합한 공간이 없다.
필자가 몇 년 전 교환 교수로 뉴질랜드에 1년간 체류한 적이 있었다. 뉴질랜드 수도인 웰링턴 앞 바다에서는 썰물때면 미역을 손으로 건져 올려 생으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청정 해역이다.
호주로 90% 이상을 수출하는 치약 공장 굴뚝에서 내뿜는 연기는 무공해 증기이다. 자연 보호를 위해 애써 풍력 발전소를 건립, 가동하는 등 이들은 후손들에게 살기 적합한 환경 보존에 심혈을 기우리고 있다.
타고 다니는 자동차를 1년 내내 세차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거의 모든 공간들이 녹지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자라나는 후손들에게 살기 적합한 환경의 나라를 물려주어야 한다.
학교에서도 자연보호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고 방학이면 닭과 토끼, 소 그리고 상치, 배추, 쑥갓을 비롯한 온갖 동식물들이 어떻게 사육, 재배 되는지를 체험기간을 두어서라도 배워 알게 해야 한다.그리고 강과 바다, 하천 살리기가 얼마나 중요하고, 우리 산과 들에 존재하는 나무와 꽃, 풀이 어떻게 분포되어 존재하고 있는지도 알게 해야 한다.
전남 도청이 떠난 후 광주 도심이 텅텅 비어 있다. 그야말로 동공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텅빈 도심을 어떻게 복원시킬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와 맞물려 광주천도 살려야 한다는 주장 또한 만만치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청계천처럼 광주천 살리는 일도 천 하나 살리는 정도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도심에 강이 흐르는 곳에 사는 시민들이 그렇지 못한 도시민보다도 훨씬 더 감성이 풍부하다는 말이 있다, 돌려 말하면 변변한 강 하나 없는 광주 시민들은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전남도청이 떠나 동공 상태인 광주 시내를, 몇 백년이 지난 후에도 자연 친화적인 광주가 되게 하여 우리 후손들이 자긍심을 갖고 살 수 있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옛 전남도청에서부터 금남로 일원에 더 많은 녹색공간과 휴식공간이 만들어지고, 광주천에 사철 푸른 물이 흐르게 해야 한다. 이번 광주 개발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형적인 단점인 ‘빨리빨리식 개발’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몇 백년 뒤에도 우리 후손들이 살기에 적합한 광주를 만드는데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남도 일보 <화요 세평> 2006.7.4, 필자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