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극'이라는 용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다소 모순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 까닭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예에 따라,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서사적, 희곡적 형태가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것이라고 이해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 형태의 차이는, 하나는 살아 있는 사람을 등장시키고 있고 다른 하나는 책이라는 매개체를 사용하고 있다는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호머나 중세 음유 시인들의 서사시는 서사시였을 뿐만 아니라 연극 공연이었고, 괴테의 <파우스트>나 바이런의 <만프레드>와 같은 작품들이 책으로 가장 큰 호응을 받았던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일이다.
희곡적 형태와 서사적 형태는 이미 아리스토텔레스 이후부터 그 구성 형태가 다르다는 점에서 구분되었고, 그 구성 법칙은 서로 다른 두 가지 미학 분야로 취급되어 왔다. 그 구성 형식은 하나의 이야기를 관중들에게 전달하는데 있어 하나는 무대를 통해, 다른 하나는 책을 통해 전달된다는 점으로 구별된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서사 작품에 '희곡적'인 것이 있었고, 희곡작품에도, '서사적'인 것이 있었다. 지난 세기의 시민 사회 소설에는 '희곡적'인인 것이 상당히 발달해 있었고, 이는 줄거리가 집약되어 있고, 개별적인 부분들이 서로 다른 부분과 유기적으로 결부되어 있다는 점에 나타나 있다. '희곡적'인 것의 특징은 줄거리를 전개해 나가는데 있어서 정열적이며 또 서로 대비되는 요소들의 충돌을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하는 데 있다. 산문가인 되블린은 산문은 희곡과는 달리 조각조각 가위질을 하여도 그 하나 하나가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명언을 하였다.
우리는 여기서 오랫동안 뛰어 넘을 수 없는 별개의 분야라고 간주되어 오던 서사시와 희곡이 그 경직 상태에서 풀려날 수 있게 하기 위해 토론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무대가 이야기적 요소를 희곡 예술에 흡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슬라이드의 사용과 더불어 무대와 자동기계화로 장면 변경의 다양화가 가능하게 되었고, 또 양화를 사용함으로써 무대는 완벽해졌다. 이와 같은 완벽화는, 인간 사회에 현시점에 있어서 움직이는 기계들을 의인화시키거나 보이지 않는 형이상학적 영향력 속에 사람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이루어지게 되었다.
사건 경위의 이해를 위해서 인간이 살아온 환경을 의미 심장하게 확대하여 나타낼 필요가 생겼다.
이 환경은 물론 이제까지 희곡에서도 제시되어 있었으나 하나의 독자적인 관점에서가 아니라 희곡의 주인공의 관점에서 본 것이었다. 그 환경이란 주인공이 취하는 반응에서 생겨 나타난 것이다. 그것은 수면 위의 배가 돛을 펴고 그 돛이 나부끼는 것을 보고 폭풍이 부는 것을 알고 있는 것과 같다. 서사극에 있어서는 그 환경 자체가 독자적인 모습으로 드러나야 한다. 이제 제4의 벽이 제거되면서 화자의 존재가 나타났다. 같은 시간에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 경위를 크게 칠판에 써서 관객의 기억을 상기시킴으로써 무대 배경이 진행되는 사건 경위에 대해 주석을 붙이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록 문서를 배경 슬라이드로 비춤으로써 인물들의 발언이 사실이었음을 증명하거나 반증을 하고, 추상적인 대화에 감각적으로 인지할 수 잇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공하고, 분명히 모습을 드러내게 하고, 의미가 불분명한 사건에 숫자와 문장을 제시하였다.
또한 배우들도 완전히 극중 인물로 감정 이입이 되지 않고 자신들이 연기하는 인물들과 일정한 거리를 가짐으로써 관객들에게 분명히 비판적인 태도를 촉구하게 되었다. (이를 이화효과 또는 소외 효과라 칭한다-필자 주)
관객들에게는 극중 인물 속으로 쉽게 감정 이입이 됨으로써 비판 없이, 따라서 실질적으로 아무 성과 없이 극중 인물의 체험에 자신을 맡길 수 잇는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서사극의 연출 기법은 관객이 소재와 사건을 생소한 것으로 느끼게 헸다. 이와 같은 기법은 이와 같은 생소화의 과정은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파악하려고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한 것이 눈에 띄는 것으로 나타나야 했다. 그렇게 해야 원인. 결과 관계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위는 이럴 수도 있었는데 저렇게 행해진 것이다라고, 이것은 커다란 혁신이었다.
두 가지 도식
다음의 간단한 도표는 서사극의 기능과 희곡적 연극의 기능을 구별해 준다.
희곡적 연극
무대는 하나의 사건을 구현해야 한다.
관객을 사건 속에 몰아 넣어야 한다.
관객의 능동성을 소모시킨다.
관객의 감정을 일으킨다.
관객에게 체험을 전달한다.
관객은 줄거리 속에 감정이 이입된다.
극의 환상이 주요 도구.
감정의 축적.
인간은 이미 알려진 존재로서 전개된다.
인간의 변화는 불가능한 존재.
결말에 대한 긴장감.
다음 장면을 위한 장면.
직선적인 사건 진행.
진화적인 사건 진행의 필연성.
현존하는 세계.
인간 행위의 필연성.
충동(본능).
사유가 존재를 규정.
서사적 연극
무대는 하나의 사건을 이야기한다.
관객을 관찰자로 만든다.
관객의 능동성을 일깨운다.
관객에게 전달을 강요한다.
관객에게 지식을 전달한다.
관객에게 줄거리를 마주 대하고 있다.
논증이 주요 도구.
인식의 단계에까지 몰고 간다.
인간은 연구의 대상이 된다.
인간은 가변적이고 변화시키는 존재.
사건 진행에 대한 긴장감.
장면마다 독립.
곡선적 사건 진행.
사건 진행의 도약성.
변화되어야 할 세계.
인간이 해야 할 일.
(행위의) 동기.
사회적 존재가 사유를 규정.
서사극의 관객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런 줄을 몰랐는데요-그렇게 해서는 안돼요-모두가 다 이상한 일이에요. 믿을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 일이 더 계속 되어서는 안돼요- 이 사람의 고뇌는 충격적입니다, 달리 방도가 있었을텐데요-그건 위대한 예술이지요.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요-나는 우는 사람을 보고 웃고, 웃고 있는 사람을 보고 웁니다.
<서사극 이론> (김기선 옮김, 도서출판 한마당 1997) pp.32-36에서
희곡적 형태와 서사적 형태는 이미 아리스토텔레스 이후부터 그 구성 형태가 다르다는 점에서 구분되었고, 그 구성 법칙은 서로 다른 두 가지 미학 분야로 취급되어 왔다. 그 구성 형식은 하나의 이야기를 관중들에게 전달하는데 있어 하나는 무대를 통해, 다른 하나는 책을 통해 전달된다는 점으로 구별된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서사 작품에 '희곡적'인 것이 있었고, 희곡작품에도, '서사적'인 것이 있었다. 지난 세기의 시민 사회 소설에는 '희곡적'인인 것이 상당히 발달해 있었고, 이는 줄거리가 집약되어 있고, 개별적인 부분들이 서로 다른 부분과 유기적으로 결부되어 있다는 점에 나타나 있다. '희곡적'인 것의 특징은 줄거리를 전개해 나가는데 있어서 정열적이며 또 서로 대비되는 요소들의 충돌을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하는 데 있다. 산문가인 되블린은 산문은 희곡과는 달리 조각조각 가위질을 하여도 그 하나 하나가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명언을 하였다.
우리는 여기서 오랫동안 뛰어 넘을 수 없는 별개의 분야라고 간주되어 오던 서사시와 희곡이 그 경직 상태에서 풀려날 수 있게 하기 위해 토론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무대가 이야기적 요소를 희곡 예술에 흡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슬라이드의 사용과 더불어 무대와 자동기계화로 장면 변경의 다양화가 가능하게 되었고, 또 양화를 사용함으로써 무대는 완벽해졌다. 이와 같은 완벽화는, 인간 사회에 현시점에 있어서 움직이는 기계들을 의인화시키거나 보이지 않는 형이상학적 영향력 속에 사람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이루어지게 되었다.
사건 경위의 이해를 위해서 인간이 살아온 환경을 의미 심장하게 확대하여 나타낼 필요가 생겼다.
이 환경은 물론 이제까지 희곡에서도 제시되어 있었으나 하나의 독자적인 관점에서가 아니라 희곡의 주인공의 관점에서 본 것이었다. 그 환경이란 주인공이 취하는 반응에서 생겨 나타난 것이다. 그것은 수면 위의 배가 돛을 펴고 그 돛이 나부끼는 것을 보고 폭풍이 부는 것을 알고 있는 것과 같다. 서사극에 있어서는 그 환경 자체가 독자적인 모습으로 드러나야 한다. 이제 제4의 벽이 제거되면서 화자의 존재가 나타났다. 같은 시간에 다른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 경위를 크게 칠판에 써서 관객의 기억을 상기시킴으로써 무대 배경이 진행되는 사건 경위에 대해 주석을 붙이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록 문서를 배경 슬라이드로 비춤으로써 인물들의 발언이 사실이었음을 증명하거나 반증을 하고, 추상적인 대화에 감각적으로 인지할 수 잇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공하고, 분명히 모습을 드러내게 하고, 의미가 불분명한 사건에 숫자와 문장을 제시하였다.
또한 배우들도 완전히 극중 인물로 감정 이입이 되지 않고 자신들이 연기하는 인물들과 일정한 거리를 가짐으로써 관객들에게 분명히 비판적인 태도를 촉구하게 되었다. (이를 이화효과 또는 소외 효과라 칭한다-필자 주)
관객들에게는 극중 인물 속으로 쉽게 감정 이입이 됨으로써 비판 없이, 따라서 실질적으로 아무 성과 없이 극중 인물의 체험에 자신을 맡길 수 잇는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서사극의 연출 기법은 관객이 소재와 사건을 생소한 것으로 느끼게 헸다. 이와 같은 기법은 이와 같은 생소화의 과정은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은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파악하려고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한 것이 눈에 띄는 것으로 나타나야 했다. 그렇게 해야 원인. 결과 관계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위는 이럴 수도 있었는데 저렇게 행해진 것이다라고, 이것은 커다란 혁신이었다.
두 가지 도식
다음의 간단한 도표는 서사극의 기능과 희곡적 연극의 기능을 구별해 준다.
희곡적 연극
무대는 하나의 사건을 구현해야 한다.
관객을 사건 속에 몰아 넣어야 한다.
관객의 능동성을 소모시킨다.
관객의 감정을 일으킨다.
관객에게 체험을 전달한다.
관객은 줄거리 속에 감정이 이입된다.
극의 환상이 주요 도구.
감정의 축적.
인간은 이미 알려진 존재로서 전개된다.
인간의 변화는 불가능한 존재.
결말에 대한 긴장감.
다음 장면을 위한 장면.
직선적인 사건 진행.
진화적인 사건 진행의 필연성.
현존하는 세계.
인간 행위의 필연성.
충동(본능).
사유가 존재를 규정.
서사적 연극
무대는 하나의 사건을 이야기한다.
관객을 관찰자로 만든다.
관객의 능동성을 일깨운다.
관객에게 전달을 강요한다.
관객에게 지식을 전달한다.
관객에게 줄거리를 마주 대하고 있다.
논증이 주요 도구.
인식의 단계에까지 몰고 간다.
인간은 연구의 대상이 된다.
인간은 가변적이고 변화시키는 존재.
사건 진행에 대한 긴장감.
장면마다 독립.
곡선적 사건 진행.
사건 진행의 도약성.
변화되어야 할 세계.
인간이 해야 할 일.
(행위의) 동기.
사회적 존재가 사유를 규정.
서사극의 관객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런 줄을 몰랐는데요-그렇게 해서는 안돼요-모두가 다 이상한 일이에요. 믿을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 일이 더 계속 되어서는 안돼요- 이 사람의 고뇌는 충격적입니다, 달리 방도가 있었을텐데요-그건 위대한 예술이지요.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요-나는 우는 사람을 보고 웃고, 웃고 있는 사람을 보고 웁니다.
<서사극 이론> (김기선 옮김, 도서출판 한마당 1997) pp.32-36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