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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가을 여인아

김영관 2006. 9. 9. 08:20

 

   안개꽃을 유난히 좋아했던 그대.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는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며 초가을 어느날, 총총 걸음으로 내게서 멀어져 간,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애써 감추려 하지도 않던, 그대.
  내게 사랑의 환희와 열정 그리고 아픔의 의미까지도 알게 해 주고... 사랑은 평생을 통해 단 한번 강렬하게 타오르는 불꽃이었음과 그리고 남은 세월 내내 타 버린 재를 끌어 안고 불면의 밤을 보내게 했던.. 그러면서도 그 때 좀 더 강하게 붙잡지 못했음으로 인한 회한으로만 살게 했던 그대. 
 금방이라도 다시 안개꽃 한 아름 안고 내게 뛰어 올 것만 같은 그대 환영 속에 오늘까지 살아왔는데...            
 그대의 갑작스러운 방문 예고, 잠시 후 그대가  내 방에 들어서면... 나는 무슨 말을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고, 또 어떤 표정을 지어 보여야 한다는 말인가. 함께 할 수도 있었을 우리가, 전혀 다른 삶을 한참이나 살고 난 후. 우리 이야기이면서도 그게 마치 다른 연인들 사이에 흔한 일쯤으로 담담하게, 때론 가벼운 미소까지 지어 보이면서, 지난 우리 사랑 이야기를 과연 나는 할 수가 있을 것인가. 
 그대 가을 여인아. 세월 이 만큼에서 내가 왜  다시 가슴 조이며 방안을 이리저리 서성거려야 하는가.
 이젠 다 잊어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는 다짐마저도 소용 없는... 올 가을 그대 갑작스러운 출현은 내게 또 한 차례 격정의 소용돌이를 예고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