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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말 할 수가 없습니다

김영관 2006. 9. 20. 07:26

 

 


할머님께서 
요 며칠 대문밖에
서성이는 이유를 
저는 잘 알고 있답니다

추석 명절에 찾아 올 
아드님 내외와 손자들을
손꼽아 기다리는 줄 
저는 잘 알고 있답니다

그런데요 할머님,
이번 추석에는
아드님 내외가 
고향에 올 수 없다는 
소식 전하러 왔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저는 알고 있지만
차마 말 할 수가 없답니다 

명절 한참 지난 후 
할머님 아드님만  
잠깐 성묘 다녀간다고 합니다

반갑지 않는 소식 전하는
제 마음 아프긴 합니다만
할머님,이제 그만 집 안으로 들어 가세요

밝고 둥근 보름달을 
이미 이승 분이 아닌 
할아버님 얼굴이라 생각하시고
밤새 정다운 이야기 나누세요

까치 이만 물러갑니다.